국가의 권력이 악용됐다. 국민을 대표해야 했던 대통령은 특정인들만을 위해 국정을 운영했다. 최순실이라는 이름 하나로 그동안 흩어져있던 퍼즐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똑같았던 정부의 대처와 책임 회피. 이번 사태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몇 해 전부터 자리 잡은 불신은 결국 절정에 다다르고 만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생긴 지 오래다. 그 시작은 세월호 사건이다. 수백 명의 탑승객을 안고 침몰한 배.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사고가 생긴 지 7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대통령이 했던 말은 고작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인지하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본인의 무능함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결국 구조된 인원은 ‘0’명. 그럼에도 사건의 책임은 정부에 지어지지 않았다. 본인들을 구하기 위한 위기 대처는 그 어느 때보다 재빠르고 확실했다. 그들을 향한 수많은 의혹은 권력에 의해 매장됐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호남 지역에서는 0%라는 수치가 나왔다. 통계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라지만 딱히 놀랍지는 않다.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무능함에 더 이상 지지할 마음이 생길 리 없다. 어쩌면 항간에 괴담이 떠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검찰에 출석한 최순실이 대역이라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그렇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에게 핀잔을 주기는 어렵다. 이미 우리는 어떤 영화보다도 영화 같은 모습을 접해오지 않았는가.
  사태를 회피하려는 행동은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2차 대국민담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그녀가 발표한 사과문 어디에서도 사건의 진상은 없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대목에 집중해보자. 본인의 행동에는 정당함을 부여했고, 특정 개인에게만 사태의 책임을 물었다. 그 와중에 피해자인척 눈물까지 글썽이지만 딱히 동정심은 생기지 않는다. 이후 국정을 놓지 않겠다는 결론까지 내세우니 우스울 지경이다.
  이 지독한 불신을 지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제라도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면 된다. 자신의 역할대로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면 된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대표자의 자리에서 내려오면 된다. 혼자 결정하는 데에 늘 어려움을 겪어온 그녀를 위해 요구하는 것도 단 한 가지뿐이다. 딱히 다른 선택지도 없지만,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보다 더 좋은 답안이 될 수 없다. 지금부터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쉽고 오히려 효과적이다.
  더 이상 지금의 정부에 기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런데 이러는 와중에도 모든 결정권은 대통령이 쥐고 있다니. 참으로 웃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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