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주민들은 ‘집값 하락’ 
우려하며 반대

시민단체는 ‘지역 이기주의’라며
비판하기도
 

   부산광역시 동구 내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설립을 두고, 동구 주민 및 동구의회와 부산시 간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는 동구에 ‘희망드림종합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 밝혔다.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의 일종인 희망드림종합센터는 △노숙인 무료급식소 △쪽방 상담센터 △임시 보호시설 등의 기능을 갖춘 취약계층 복지시설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희망드림종합센터 건물이 완공되면 현재 동구 부산진역사 광장에서 10년째 운영 중인 ‘노숙인 무료급식소’가 희망드림종합센터로 이전된다. 부산시청 사회복지과 김진태 주무관은 “한국철도공사에서 부산진역 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노숙인 무료급식소의 이전이 불가피한 상태”라며 “기존 무료급식소 수급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타 지역보다는 동구 내에 설립 장소를 물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희망드림종합센터는 동구 주민들과 동구의회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상태다. 지난 5월 부산시는 동구 수정동에 위치한 상수도사업본부 부지에 지을 것이라 밝혔으나, 인근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부산시는 부산진역 근처인 동구 좌천동에 위치한 부산교통공사와 한국철도공사의 철도용지에 사업을 재추진했다. 이 또한 동구 주민들과 동구의회의 반대로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다. 
 
부산광역시 동구의 부산진역사 광장에 있는 노숙인 무료급식소 앞에 붙어있는 플래카드
 
동구 주민들과 동구의회는
결사 반대 중
 
  동구 주민들은 주민들의 사전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반발했다. 부산시가 동구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동구 내에 희망드림종합센터를 설립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구 시민 A 씨는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부산시의 행태가 잘못됐다”며 “이미 10년 동안 동구 내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를 운영했으니, 이제는 다른 곳에 센터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김종한 시의원 또한 “부산시가 사전에 동구 주민들 대상으로 간담회, 공청회 등의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고 진행한 것은 잘못”이라 지적했다.
 
  지난 9월에는 동구의회 의원들이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사업 추진 철회 촉구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결의문은 △좌천2구역 재개발구역 분양성 하락 및 사업성 저하 △노숙인 주거지역 무단 침입 등 안전문제 우려 △향후 관광객들에게 동구 이미지 하락 우려 등의 이유로 동구 내 희망드림종합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의문 대표발의자였던 동구의회 이상욱 구의원은 “낙후됐던 동구에 좌천2구역 재개발 등으로 도시 활성화에 대한 희망이 생기고 있던 상태”라며 “희망드림종합센터 건립 계획으로 생긴 동구 주민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결의문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자체의 건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좌천동보다 더 적절한 부지에 지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산시의회는 동구 주민들의 반대 의사를 고려해 희망드림종합센터 사업을 ‘조건부’ 통과시켰다. 지난달 18일에 열린 부산시의회 공유재산 관리계획 심의에서 해당 사업 계획안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희망드림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종한 시의원은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의 설립 취지는 좋지만,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거센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문제는
동구 주민들의 님비 현상”
 
 몇몇 시민단체는 동구 시민들과 동구의회의 반대가 님비(NIMBY)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희망드림종합센터 예정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좌천2지구 재개발로 신규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때문에 동구 주민들로 구성된 ‘좌천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은 신규 아파트의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하며 주변에 희망드림종합센터가 건립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A 씨는 “동구에 부산역이 위치해 있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데, 노숙인 종합지원센터가 그들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부산밥퍼나눔공동체 손규호 본부장은 이를 지적하며 “동구 주민들의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님비 현상과, 이에 휘둘리는 동구의회 둘 다 잘못이 있다”며 “동구에 부산역이 있기에 노숙인들이 많은 것인데, 부산역으로 인한 이점만 챙긴 채 부작용은 떠넘기려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전했다.
 
  동구 주민들이 우려하는 노숙인 증가, 무단침입 등의 피해가 오히려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설립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건립을 위한 부산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부산지역 △시민단체 △종교단체 △노숙인 지원단체 등으로 구성됐으며, 최근 동구의회의 결의문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노숙인 종합지원센터는 노숙인을 양산하는 기능이 아닌 예방과 회복의 기능으로, 동구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순기능을 담당할 것’이라 전했다.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김해몽 센터장은 “노숙인 무료급식소가 없어지는데 이후 노숙자를 위한 시설이 없다면 노숙인들이 거리로 내몰려, 우려하는 문제들이 오히려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 전했다. 김가희(동구, 21) 씨 또한 “부산역과 부산진역에 노숙인이 많은 편인데, 센터가 생긴다면 더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간에서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숙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센터 설립의 장애물
 
  부산시 내 시민단체와 노숙인 무료급식소 자원봉사단체는 동구의회의 차별적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동구의회에서 ‘누구나 기피하는 노숙인 종합지원센터’라고 표현한 것은 반인권적이고 편협한 차별적 표현’이라 꼬집었다. 손규호 본부장은 “동구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일부분 공감하지만, 동구의회 의원들이 일부 주민 입장만 대변해 결의문을 낸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김해몽 센터장 또한 “동구 주민들이 노숙인들로 인해 피해를 본다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동구의회의 책임”이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따라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동구의회가 대표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이 노숙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상 우리나라에서 ‘노숙인’은 거리 노숙인, 즉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외에 생활이 어려운 쪽방 거주자들도 포함된다. 김진태 주무관은 “노숙인 종합지원센터는 거리 노숙인만을 위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동구 주민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식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 짚었다. 손규호 본부장 또한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협한 생각으로 덮어두고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재 노숙인 무료급식소의 수급자 대다수가 동구 주민들”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의 남은 숙제는
주민들과의 갈등 해결 뿐
 
  희망드림종합센터 사업 시행을 위한 행정적 절차는 끝났지만, 여전히 주민 반대라는 큰 산이 남았다. 당초 부산시의 계획은 내년 중순 쯤 희망드림종합센터를 완공하는 것이었다. 부산시는 희망드림종합센터 설립을 위해 복권기금 형태로 국비 20억 원의 지원을 받아놓았지만, 만약 정해진 기간 내에 사용하지 않을 시 다시 반환해야 한다. 이에 김진태 주무관은 “희망드림종합센터는 동구 주민들과 노숙인의 상생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동구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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