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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말할 수 있는 공간, 누구나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공간?
  • 구은지 기자
  • 승인 2016.11.06 04:15
  • 호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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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다수의 대학에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대학교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대학교 커뮤니티는 일종의 공론장 기능을 하며 학생들의 여론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익명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여러 가지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 우리 학교 커뮤니티인 ‘마이피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 최대의 커뮤니티 마이피누

  대학교 커뮤니티란 대학구성원들끼리 교류하는 게시판 기반의 온라인공동체를 말한다. 대학교 커뮤니티의 역사는 인터넷이 한창 보급되던 1999년,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스누라이프’를 만들며 시작됐다. 우리 학교 커뮤니티인 마이피누는 학생들 간의 소통과 정보 교류를 원활하게 하고 토론의 장을 만들고자 2011년 7월 처음 만들어졌다. 현재 마이피누는 하루에 평균 20,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우리 학교 최대의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웹메일 인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학교에 소속된 사람만 가입이 가능하다. 게시판은 설정한 닉네임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게시판과 완전히 익명으로 운영되는 게시판으로 구분된다.

익명성 바탕으로 공론의 장이 되다

  대학생 커뮤니티가 대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커뮤니티에서의 학교 내부 비리 폭로 및 고발이 자유롭다. 예컨대 2014년 마이피누에 한 학과 학생회에서 집합을 강요한다는 내용의 내부고발이 게시됐다. 이러한 강제 집합 논란은 빠르게 공론화됐고 해당 학과의 학생회에는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 ‘<부대신문> 1485호(2014년 6월 9일자) 참조’
  또한 이용자들은 익명의 힘을 빌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마이피누에서는 현실에서 쉽게 이야기하기 힘든 학내 이슈나 사회 문제를 가지고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4월 16일 마이피누에 올라온 글은 수업에서의 정치적 중립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한 강사가 강의 내용과 무관한 정치색을 띤 동영상을 시청하게 했고, 이에 한 학생이 수업 시간이 원치 않는 사상 주입에 사용되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학생들은 수업과 무관한 동영상 시청은 선을 넘은 것 같다는 의견과 강의 내용은 전적으로 교수의 재량이라는 의견으로 엇갈려 논쟁을 벌였다.

익명성에 기대 비방, 불법행위도

  하지만 익명성으로 말미암은 역기능 역시 존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혐오 △비하 △욕설 등이 오프라인보다 훨씬 쉽게 나타난다. 마이피누에서는 특히 익명게시판인 ‘동물원’에서 이 같은 특성이 두드러진다. 동물원 이용규칙은 ‘학교/캠퍼스/학과 서열, 여성비하 등 의도적인 분란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특정 단과대학이나 캠퍼스를 비하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있다. 최준수(특수교육 16) 씨는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무례한 게시물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신지은(사회학) 교수는 “사이버 공간은 면대면 상황에 비해 체면관리가 별로 필요 없다고 느껴질 수 있고 따라서 윤리적인 요청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욕설과 비하 등 저속한 표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원 이용규칙에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자유를 보장한다’고 적혀있지만 불법적인 성매매를 한 후기글의 경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블라인드 처리가 되지 않았다. <부대신문>에서 4일 동안 동물원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매매와 관련해 16개 이상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또한 ‘지나치게 퇴폐적인 사진, 동영상의 게재’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야간에는 성기가 노출되거나 성행위가 포함된 사진이 게시되기도 한다. 여성 연예인을 향한 음담패설 또한 드물지 않았다.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자유게시판’과 ‘식물원’ 등지에 불법으로 강의를 판매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강의매매는 수강신청에 실패한 과목을 양도 받고, 그 대가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오정진(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의를 사고 파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법 원리에 위배되며 학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마이피누 운영자는 “향후에 따로 공지를 띄우고 이러한 행위 자체를 금지함과 동시에, 타 대학 커뮤니티의 사례를 참고하여 강의교환 게시판을 만드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운영자, 이용자 모두 개선노력해야

  현재 마이피누에서 문제가 되는 글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블라인드 처리밖에 없다. 각각의 글과 댓글에는 신고 버튼이 있으며 일정 수 이상의 신고를 받으면 자동으로 블라인드 처리가 된다. 또 운영자가 임의로 블라인드 처리를 할 수도 있으며, 블라인드 처리가 잦은 이용자에게는 마이피누 영구탈퇴와 재가입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이피누의 블라인드 처리는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 김민교(화학 14) 씨는 “제대로 필터링되지 않은 댓글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사이버감시단 공병철 대표이사는 “게시물을 쓰는 기능에 금칙어를 적용하고 확장해야 한다”며 “또 운영진들이 이용자들에게 자정노력을 부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교 커뮤니티가 건전한 공론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 신지은 교수는 “사이버 상의 시민성과 공공성을 회복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실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란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이용하여 미디어에 의한 정보를 올바르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최지향(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온라인 문화에 노출됨에도 온라인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피누 ‘동물원’게시판에 불법 성매매 게시물이 올라와있다

 

 

   
마이피누에서는 문제가 되는 게시물을 원칙적으로 블라인드 처리한다

 

구은지 기자  silverpaper@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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