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학내 민주주의가 도마에 올랐다. 이화여대에서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미래라이프대학’에 대해 학생들이 반기를 들었고, 서울대에서는 복합연구단지를 내건 ‘시흥캠퍼스’의 추진을 둘러싸고 학생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화여대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시위에 공권력이 투입되고 부정입학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총장이 낙마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우리 대학도 학내 민주주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소위 ‘연합대학체제’를 둘러싸고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연합대학에 대한 화두는 전호환 총장이 먼저 제기했다. 학령인구 급감과 대학 진학률 감소에 대응하여 지역 국립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연합대학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부산대, 부경대, 한국해양대, 부산교대 등 4개 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해양분야 등 특수인력양성대학, 교원양성대학으로 만들어 하나의 대학체제로 운영하자는 좀 더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되었다.

이에 대하여 <부대신문>은 9월 5일부터 8일까지 해당 대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합대학체제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조사결과는 부산대 찬성 6.8%, 반대 76%, 부경대 찬성 43.6%, 반대 33.6%, 한국해양대 찬성 52.6%, 반대 41.7%, 부산교대 찬성 7.4%, 반대 81%로 나타났다. 이어 부산대 총학생회는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연합대학체제에 대한 학생총투표를 실시했다. 총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중 51.1%가 참여했으며, 그 결과는 찬성 4.4%, 반대 92.3%로 나타났다.

학생총투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약간의 긴장감도 형성되었다. 유영현 총학생회장은 학생총투표의 성사를 위해 정문 앞에서 1,000배를 진행했다. 1,000배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만큼 연합대학체제에 대한 반대가 중요했던 모양이다. 전호환 총장은 학생총투표가 시기상조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아직 충분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총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었다. 어쨌든 학생총투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총장은 학생들의 뜻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실상 연합대학의 실체가 무엇인지, 연합대학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무엇인지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 그 동안 총장과 총학생회의 대화는 몇 차례 이루어져 왔지만, 보통 교수들이나 학생들의 참여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대학 내 민주주의의 문제가 우리나라 전체의 민주주의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각종 지원 사업으로 대학의 목을 죄고 대학 총장도 제때에 임명하지 않는 기이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내 갈등은 오히려 정부가 해당 대학을 더욱 용이하게 길들일 수 있는 빌미로 활용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대상으로 누구와 싸워야 하는가?도대체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일까?대학의 민주주의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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