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는 자유로운 투표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 ‘공화국’은 시민의 공익을 위해 운영되는 나라를 뜻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권한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게도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일반인에게 권한이 위임된 사실을 접하게 됐다. 이 사태로 지난달 26일부터 각 대학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나섰다.
  필자는 지난달 26일 여느 때와 다름없던, 아니 어쩌면 더 혼란스러웠던 시험 기간에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 학교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시국선언이 있을 예정이니 취재가 가능한지 묻는 내용이었다. 기자이기 이전에 우리 학교 학생인 필자는 메시지를 받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해당 사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마음을 추스르며 확인한 총학 페이스북에는 시국선언 공지가 하루 전에 게재돼있었다. 총학은 학생들의 동참을 요구하면서 학생들이 알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지는 않았다.
  우리 학교 <총학생회 회칙> 전문에는 총학이 ‘모든 학우들의 뜻을 모은 민주적 자치기구’라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총학의 대표성도 우리 학교 학생들로부터 기인하며, 총학은 학생들의 뜻을 대표하는 기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정오, 총학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에는 ‘모든 학우들의 뜻’이 담겨 있지 않았고, ‘민주적’이지도 않았다.
  지난달 31일, 학내 여론이 거세지자 총학은 시국선언 시행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 사과문에서는 필자의 당황스러움이 해소되지 않았다. 총학이 왜 시국선언을 급하게 추진했고, 하루 전에 공지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총학은 지난 3일 게재한 두 번째 사과문에서야 비로소 시국선언을 주도한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총학의 입장은 이러했다. ‘긴급한 상황이라 판단하여 내부회의를 통해 추진했다’. 필자는 수화기를 통해 들은 내부회의라는 말에 의문이 들었다. 이는 상시적인 의결기구이며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도 아니었다. 총학은 분명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표하는 기구임에도 내부적으로 회의하여 결정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대통령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며, 총학생회는 개인이 아닌 한 대학을 대표하는 기구다. 대표가 어떠한 행위를 하면 그 단체가 한 것과 같은 대표성을 지닌다. 이번 시국선언에서 총학은 ‘부산대학교 총학생회’라는 이름을 내세워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는 분명 개인이 한 일이 아닌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표한 일이다. 총학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지 않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총학의 이름을 포함시킨 것이다.
  총학은 시국선언을 통해 국정농단이라는 유례없던 사태에 대처하려 했다. 하지만 우선되어야할 학생의 의견은 배제됐다.‘불통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한 자리에서 되려 ‘소통의 미흡함’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신우소 기자

danbi@pusan.ac.kr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