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부모님께 드릴 편지를 보내기 위해 캠퍼스가 위치한 동네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우체국인 삼랑진 임천 우체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우체국에서, 추운 날 우체국까지 잘 걸어온 상으로 2016년 새해 달력을 하나 선물 받았습니다. 달력의 표지에는 ‘시간을 담다’라는 제목이 적혀있었고 이 달력을 학교 실험실에서 거의 1년째 사용 중입니다. 이 달력에는 한 달마다 알맞은 계절의 풍경이 그려져 있는데, 달력 안의 풍경이 설렘을 가득 안은 여수시 무슬목 해변의 일출에서 무주군 부남면 금강의 억새밭이 되어버린 것을 보니 벌써 지난 1년을 회상하게 되는 연말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싱숭생숭해집니다.
달력의 처음부터 넘겨보다 보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실험실 생활을 해왔는데 올해는 대학생이 아닌 대학원생으로 재학하게 되면서 2012부터의 그 어떤 달력보다도 실험에 대한 계획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학회나 출장을 간 것이 꽤 많이 눈에 띕니다. 찬찬히 보고 있으니, 실험실 생활을 해오면서 많은 실험들을 수행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되어 마냥 어리기만 했고 아무것도 모르던 고등학교 졸업생이 학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생활을 배워온 것 같아 늘 묵묵히 가르쳐주신 교수님과 실험실 식구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대학교와 대학원 생활은 끝없는 나와의 싸움이고 참으로 삭막하며 답답하고 절로 한숨이 나오는 것이라는 걸 잘 압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타지에서 홀로 살면서 참 외로워 눈물짓는 날도 많았고 시험기간이면 할 공부는 너무나도 많은데 어찌나 시간은 빨리 가는지, 왜 또 실험은 이렇게도 잘 안 풀리는 것인지, 졸업을 하게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 걱정스러워 잠 못 이루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달력을 보니 미래를 위해 결심했던 실험실 생활이 저에게 또 다른 가족이 되어 학교생활 내내 보듬어 주었기에 어떤 일이든 잘 해내왔고, 늘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예생명과학과에 재학하면서 많은 식물들을 길러왔는데, 최근 길렀던 멜론 때문에 그은 많은 표시들이 눈에 띕니다. 종자에서 작은 싹을 틔우고 열심히 흙 위로 줄기와 잎을 뻗치고, 꽃을 피우고 멜론처럼 생기지도 못했던 작은 열매가 점점 커지면서 네트가 갈라지고 진짜 멜론 같은 큰 열매로 자라는 것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이 남았고 지치고 힘들 일이 많이 남았지만 열매 하나를 키우기 위해 함께 애쓰는 수많은 뿌리, 잎, 흙, 햇빛,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내가 있듯이 함께 애쓰는 실험실 식구들과 교수님, 그리고 늘 믿어주시는 든든한 가족이 있기에 남은 학생으로서의 생활 끝자락에 성숙한 열매로 성장하여 끝맺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끝으로 달력 앞에 써 놓은 괴테의 <파우스트> 중의 한 구절을 적어볼까 합니다. “모든 인간은 그가 노력하는 한 방황하리라”. 아마 제 앞으로의 달력에는 제가 노력하는 만큼 시행착오로 가득해지겠지요. 그래도 힘든 방황이라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방황해보려 합니다. 당신의 2016년 달력에는 어떤 일들이 적혀있나요? 아마 훑어보는 일로도 많은 추억들과 좋은 사람들이 생각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분들의 앞으로의 달력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다은(원예생명과학 16)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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