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지금 글을 쓰려면 현 시국밖에 없을 것 같네요. 전 역사를 전공하지는 않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처음 드는 생각은 신정시대로의 회귀이나, 고려 후기나 조선의 패가망신과 유사성도 보입니다. 말 타는 몽고족의 지배 전 고려는 사적 욕심의 무신정권이 지배했고, 조선 말기엔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없는 왕을 세우고 수렴청정을 통해 왕을 조정하고, 각종 이권은 외척들이 모두 빨아먹는 것을 보면…. 고려의 문제점은 신진사대부(당시 지식인 계급)의 역성혁명을 통해 해소된 반면 조선 말기의 문제점은 대안 세력의 부재로 인해 결국 조선의 패망과 일본의 지배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현대사는 다시 역사의 반복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독립 후 이승만을 지도자로 뽑았으나, 본인과 주변인의 사익을 위해 국가를 이용하였습니다. 그 후 우리는 2007년 대선에서 또 다른 이 씨 성의 대통령을 뽑았고, 이 분 역시 국가를 본인의 회사쯤으로 생각하여 각종 이익을 취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이 대통령이 쫓겨난 후, 무력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박 대통령을 목도하였고, 두 번째 이 대통령은 4년 전 비정상적 국민투표를 통해 두 번째 박 대통령을 만들었습니다. 첫 박 대통령은 측근에 의해 사망하였고, 두 번째 박 대통령은 최측근에 의해 정치적으로 사망한 듯합니다. 결국 우리는 역사적 반복구간에서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사의 첫 이 대통령 이후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또 다른 독재와 IMF 사태로 인한 경제적 패망이었습니다. 이후 민주정권 10년간 우리는 국가적 패망을 극복하고 다시 살만해졌을 때, 두 번째 이 씨 성 장로 대통령이 들어섰고 다시 박 대통령이 집권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몇몇 기사를 보면 5공화국 인사들이 다시 꼭두각시의 주인이 되어 전면에 부상하는 듯합니다. 만약 이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다시 역사적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불행한 역사적 반복을 벗어나기 위해선 그사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문제점을 제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근본적 문제는 무엇일까? 이러한 점은 비교적 명확해 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엘리트 기회주의자들입니다. 무능한 지도자들은 사실 스스로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으므로 기회주의 엘리트들이 필요합니다. 기회주의자들은 자신의 부귀와 안녕을 위해 기꺼이 우매하고 국가를 망칠 것이 자명한 지도자를 도와왔습니다(이후 힘이 빠지면 이들이 가장 먼저 들고일어나 지도자를 비난하지요, 요즘처럼). 이들의 뿌리는 물론 일제 강점기 친일인사들로, 그 후손, 그리고 이들에 기대서 이익을 취하는 인사들이 우리를 불행한 역사의 굴레에 가두고, 역사의 진보를 막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뿌리의 제거가 없다면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은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기회주의자의 확대 재생산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현재의 교육체제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옆의 친구를 밟고 서서 생존하라고 가르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본인은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이 글을 읽는 학생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이번 일도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일부 인사만의 제거로는 반복되는 불행한 역사의 굴레를 벗기 어려움으로 그 뿌리를 제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박범준(분자생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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