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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8개월 , 진정한 피해자는 북한이 아니었다
  • 주형우 문화부장
  • 승인 2016.10.17 19:56
  • 호수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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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0일, 우리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조치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 하루 후, 북한은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남한 인력을 전원 추방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개성공단은 여전히 가동 중단된 상태로 남아있다. 폐쇄 조치로 인해 생겨난 피해자들은 자신의 생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아직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124개 입주기업과 5천여 개의 협력기업 그리고 기업에 근로했던 2천여 명의 근로자가 바로 그들이다.

6·15공동선언으로 시작된 남북교류의 역사

  2000년 6월 13일, 우리나라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회담을 진행했다. 1945년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최초로 진행된 정상회담이었다. 회담에서는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정착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남북 간 교류와 협력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남·북 정상의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6·15 남북공동선언문>은 같은 달 15일 공식 발표됐다.
  개성공단의 역사는 선언문 중 네 번째 조항인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 신뢰를 도모한다’에서 시작됐다. 2000년 8월, 우리나라 현대아산은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개성공업지구 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2002년 11월, 북한이 우리나라 기업의 개성공단 진출을 위해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공포하면서 개성공단 사업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리고 2004년 12월 개성공단의 첫 번째 제품이 생산됐다.

성공적이었던 개성공단 시한폭탄으로 전락하다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 간의 경제교류는 성공적으로 보였다. 2006년 11월 북한 근로자 고용은 1만 명을 돌파했고, 2달 후 개성공단의 총생산액은 1억 달러를 갱신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10년을 넘어서면서 연간 생산액은 5억 달러를 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해당 기간 동안 단순히 경제 수치로 따질 수 없는 많은 변화도 생겼다. 경제교류 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교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유욱 변호사는 <대학변협신문>의 칼럼을 통해 ‘남과 북이 함께 하는 것이 통일이라면 개성공단은 비록 생활 공동체까지 나가지는 못했지만, 분단 이후 최초로 생산 공동체를 이루었다는 것은 통일한국의 씨앗으로서 의미를 가졌다’며 ‘그 속에서 남과 북의 사람들이 12년간 만나 서로를 조금 더 알아 가게 되었고, 특히 개성공단의 법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 결과 나름의 법체계를 만들어간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성공단을 둘러싼 시선은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으로 생긴 자금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 도모라는 본래 의도를 벗어나 핵·미사일 개발을 위해 쓰인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중단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가속화됐다. 결국 개성공단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2013년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한미 간 군사훈련 등을 핑계 삼은 북한은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다가, 5개월여 만에 다시 가동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올해 초까지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하더라도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개성공단을 유지해왔다.

끝내 중단된 개성공단

  그러던 도중 지난 2월 10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내렸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지 한 달여 만에 장거리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한 데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조치였다. 국민 안위와 기업 경영활동 등이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개성공단을 가동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같은 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작년에만 1,320억 원이 (북한에) 들어가는 등 지금까지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달러로 지급됐다’라며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며, 개성공단 중단의 손실은 국가 안보를 위한 비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상태로 남는다면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북한 군사화를 더 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경제협력을 위해 △금강산 관광사업 △철도·도로 연결 사업 △개성공단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중 개성공단을 제외한 두 가지 사업은 이미 중단된 상태였다. 결국 개성공단이 중단되면서 남북교류의 마지막 연결고리가 끊어진 셈이다. 지난 2월 15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참으로 어리석고 한심한 조치’라며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개성공단이 생기면서 북한의 장사정포와 남침 주력 부대들이 개성 이북으로 후방 배치됐고 그로 인해 비무장지대가 확장되는 효과가 생기고 북한의 기습공격 능력도 많이 약화됐다’고 밝혔다.

길거리에 내몰린 ‘진짜’ 피해자들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을 제재하겠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됐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에는 한 가지 딜레마가 존재한다.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 사안으로 생긴 피해자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곳은 개성공단 기업이다. 지난 2월 북한은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남한 인력을 전원 추방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에 있던 생산설비, 원자재 및 재고는 전혀 반환되지 않았다. 124개의 입주기업과 8천여 명의 직원, 이들 기업과 거래해 온 5천여 개의 협력기업은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고 말았다.
  그들이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 이유는 피해 금액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보상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폐쇄 결정 이후 개성공단의 입주기업이 자체 추산한 피해액은 △투자된 고정자산 5,688억 △미반입된 재고자산 2,464억으로 총 8,152억에 달했다. 물론 이는 폐쇄 당시의 상황에 해당되는 금액일 뿐, 공단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피해액은 추가로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 8월,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협력기업 등이 자체 추산한 피해액 규모는 약 1조 5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중 정부 실태조사 당시 기업이 증빙할 수 있었던 신고액은 9,466억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7,749억 원만을 기업의 피해로 인정했으며, 그중 약 5천억 원만을 피해 지원금으로 책정했다. 양측의 실태조사 결과의 간극도 컸지만, 정작 인정된 피해액 전체를 돌려받을 수도 없었다. 특히 지난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가지원예산 700억 원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문제는 더 불거졌다.
  또한 정부의 지원이 실질적인 피해 보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11일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따른 실질피해 보상 촉구 5차 집회’에서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1조 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5,500억 원의 정책대출과 4,800억 원의 경협보험금을 무이자대출 해주겠다는 뜻’이라며 ‘그마저도 대출 지원액은 5,000억 원 수준이며, 대출이 아닌 실질 피해 보상은 관련법이 없어 해주지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3월 개성공단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휴업·휴직 수당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면 기존의 고용유지지원금(월 129만 원)에다 남북협력기금에서 월 65만 원을 더 지원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그러나 이미 해고된 근로자들은 복직이 되어야만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원책의 혜택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때 근로자 2천여 명 중 약 80% 이상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발표가 있었던 만큼,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바른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실질적 피해액 보상을 보장하는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의 의원 62명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의 피해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 주요 내용은 △개성공단 피해지원 심의위원회(국무총리 소속) 설치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협력업체 등의 피해액에 대한 전액 지원 △개성공단 입주업체 등의 근로자에 대한 취업알선과 생계비 지원 등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정부는 지난 5월 피해 입주기업과 협력업체 등의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근거 법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한도와 비율을 임의로 설정해 지원액을 달리하고 대출형식의 지원방식을 취했다’며 ‘이에 입주기업은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했고, 입주기업 중 상당수가 경영위기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바람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그들이 올바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형우 문화부장  sechkiwkd11@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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