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낮은 무기계약 전환률 △근로조건 개선 미비 △용역 및 파견근로자에 시중노임단가 적용 미비 등의 현실에 처해있다.
우리나라의 고용형태는 크게 △정규직 근로자(이하 정규직) △비정규직 근로자(이하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근로자(이하 무기계약직)로 나뉜다. 이중 비정규직은 기간제 근로자로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로, △임시직 △위촉직ㆍ위임계약직 △촉탁직 △기능직 △계약직 등을 포함한다. 기존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형태만 있었지만,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화를 위해 등장한 것이 ‘무기계약직’이다. 무기계약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다. 근로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점은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은 여타 비정규직과 다름없다.
우리나라에는 비정규직을 위한 법률과 몇 가지 지침이 존재한다. 법률로는 2006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 처음 제정됐다. 이후 2012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공동으로 <용역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제정해 공공부문 청소 및 경비 등 단순노무 용역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꾀했다. 올해 4월 고용노동부에서 제정한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사업주의 준수 및 노력 사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부산시 무기계약 전환률전국 평균의 반도 못 미쳐
비정규직은 2년 이상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수행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기간제법>에서는 2년 초과로 근무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본다. 그 대상은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 상 ‘2년 이상 근무했고, 향후 2년 이상 근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이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률은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작년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무기계약 전환실적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전환률(실적/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자)은 2014년 기준 전국 평균이 112%, 자치단체 평균은 108%이었다. 이에 반해 부산시ㆍ구ㆍ군청 17곳의 무기계약직 전환률은 49%에 불과했고,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을 지킨 자치단체는 단 6곳이었다. 심지어 남구청과 중구청의 무기계약직 전환률은 ‘0%’였다. 이와 같은 결과에 남구청 기획감사실 최형란 직원은 “남구청은 무기계약직 정원을 정해놓았다”며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며 중구청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지역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연대’(이하 정책연대)는 정부 발표 무기계약직 전환률 수치에 이의를 제기했다.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자’가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평가를 통해 정한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자’를 기준 삼았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17개 자치단체는 2014년 총 147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 전환이 필요한 대상자는 458명이었다. 최종 무기계약직 전환자는 총 72명이므로, 실질적 무기계약직 전환률(실적/무기계약직 전환대상자)은 49%가 아니라 19%인 것이다. 정책연대는 논평을 통해 ‘부산시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자 458명은 각 구청별 임의로 선정한 것이고, 현업종사원이나 시설관리원 등은 상시ㆍ지속적 업무 근로자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실제 전환대상자는 더 많을 것’이라 밝혔다. 정책연대 천연옥 위원장은 “전환 계획은 자치단체의 의지에 따른 것이므로 누락된 전환대상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부산지역 공공기관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기간제 근로자는 해고됐다. 2014년 기준 부산지역 기간제 근로자가 전년 대비 355명 감소했는데, 이 중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72명을 제외한 나머지 283명은 해고된 것이다.

정부지침 안 지키는 부산시강제성 없기 때문?
부산지역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전국 평균보다 낮다. 2014년 기준 전국 공공부문 비정규직 평균 임금은 월 198만 원인데 비해, 부산지역 평균 임금은 월 158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3위며, 광역자치단체 평균 임금 월 177만 원에 비해서도 적은 수치다.
또한 부산지역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상여금과 복지포인트의 지급률 역시 낮은 상태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복지포인트 및 상여금 지급기준’에 따라 ‘무기계약직 및 1년 이상 근무 중인 비정규직’에게 상여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해야 한다. 전국 평균 공공부문 비정규직 상여금 지급률은 64%이나, 부산지역은 11.3%밖에 되지 않았다. 부산지역의 복지포인트 지급률 또한 전국 평균 48%의 반에도 못 미치는 9.8%였다. 17곳의 자치단체 중 △부산시청(280명) △기장군청(4명) △사하구청(8명)을 제외한 14곳은 복지포인트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중구청 총무과 최민지 직원은 “비정규직 대상 상여금 및 복지포인트 지급은 법적 강제성이 없다”며 “현재 중구청 내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상여금과 복지포인트를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몇몇 시민단체는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부산지역 공공기관이 정부의 비정규직 지침을 편의에 따라 취사선택해서 적용한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추승진 미조직비정규부장은 “최근 여러 판결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상여금과 복지포인트 지급 필요성을 인정받았지만 부산지역은 변화가 없다”고 꼬집었다.

늘어나는 용역 근로자 늘어나지 않는 임금
부산지역에서 파견 및 용역을 늘리는 것이 조직 효율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함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4년 부산지역 공공부문의 파견 및 용역 근로자는 전년 대비 172명 더 늘어났다. 전국 평균 파견 및 용역비율은 18.9%지만 부산지역은 27.7%나 된다. 기간제 근로자보다 운영비용이 덜 드는 파견 및 용역 근로자의 비율을 늘림으로써,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파견 및 용역업체는 공공기관 조직에 포함되지 않아, 작은 조직 규모 대비 높은 운영 실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뿐만 아니라 파견 및 용역 근로자는 기간제 근로자보다 낮은 임금으로 더 위험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낮은 노동단가로 인해 용역 근로자가 기술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안전사고에 노출되는 것”고 설명했다.
<용역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상 공공부문 용역 근로자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야 한다. 시중노임단가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하는 제조 부문 노동자의 평균 노임이다. 2016년 시중노임단가는 8,209원으로, 최저임금 6,030원보다 약 2,200원 많다. 이 지침 또한 법적 강제성은 없다.
부산지역에서 용역노동자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한 자치단체는 4곳뿐이다. 정책연대에서 17곳의 자치단체를 조사한 결과, 미응답 5곳을 제외한 13곳의 자치단체 중 용역 근로자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는 자치단체는 △동구청 △북구청 △연제구청 △사상구청뿐이었다. 부산교통공사의 경우, 전국 지하철 중 유일하게 청소 및 경비 용역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양미숙 사무처장은 “시중노임단가는 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근로자가 최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이라며 시중노임단가 적용 필요성을 전했다.

북구의 조례 제정,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 7월 1일 북구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권리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비정규직 보호조례>)가 제정됐다. 비정규직 관련 조례는 타 자치단체 14곳에서 제정된 바 있지만, 부산시 내에서는 북구가 처음이다. 조례에는 △상시ㆍ지속적 업무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상여금 및 복지포인트 등의 비정규직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북구의회 이동호 의원은 “부산시 내에서 북구가 처음 제정한 만큼, 타 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다”며 “앞으로 조례의 본래 취지에 맞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잘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책연대는 앞으로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구의 <비정규직 보호조례>는 강제조항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언적 의미가 크다. 정책연대는 앞으로 부산지역의 전반적인 변화를 위해 시민사회와 자지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승진 미조직비정규부장은 “구조의 변화는 결국 구성원이 변해야 가능”하다며 “부산시민들이 비정규직 처우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행동해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천연옥 위원장은 “현재 부산지역 17개 자치단체의 비정규직 차별시정 진정서를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라며 “궁극적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모든 차별이 사라지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