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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 외칠 수 없었던 시월의 함성
  • 구은지 기자
  • 승인 2016.10.16 00:40
  • 호수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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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 하지만 정말 구성원 모두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어울릴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의 부재 속에 자연스레 소외된 학생들이 있었다. 바로 장애학생들이다. <부대신문>이 우리 학교 축제를 점검해본 결과 장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찾기 어려웠다.

우리 학교 재학 중인
장애인 적지 않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의 수는 2014년을 기준으로 8,271명이다. 우리 학교에도 적지 않은 장애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우리 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정종화 실장은 “우리 학교의 장애학생 수는 약 80명 정도”라며 “타 대학에 비해서 장애학생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우리 학교의 일반적인 지원은 비교적 우수한 편이다. 실제로 2014년 국립특수교육원에서 2~3년 주기로 실시하는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 평가’에서 우리 학교가 최우수 대학군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학교 축제에 있어서는 어떨까?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문화·예술사업자는 장애인이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종화 실장은 “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며 “대동제나 시월제 같은 큰 행사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 축제에서의 장애학생에 대한 고려는 부족해 보였다.


배려없었던
시월제 현장

<부대신문>은 지난 13일 열린 시월제에 참여해 장애학생들이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점검해봤다. 올해 시월제에서는 △깃발 행진 △부스 행사 △시월 가요제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중 깃발 행진은 단과대학 회장들이 깃발을 들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학생들과 행진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학교의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길의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 학생들이 행사에 참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넉넉한 터에 설치된 선언문 낭독 부스에는 시각 장애 학생들을 위한 점자선언문이 준비되지 않았다. 선언문 낭독 부스 운영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넉넉한 터에 마련된 공연 관람석에는 휠체어를 탄 학생들을 위한 배리어프리석이 존재하지 않았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란 장애인들을 가로막는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움직임을 뜻한다. 고로 배리어프리석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행사 참여에 있어서의 소외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이지만 시월제에는 없었다. 또한 공연 무대에 전광판이 설치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의 가사나 진행 내용 등을 자막으로 처리하지 않아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총학생회 신성호(기계공학 12) 문화국장은 “축제 구상 회의를 하면서 장애학생 참여 문제에 대해 의견이 오고간 적은 없었다”며 “시월제의 본래 취지인 부마민주항쟁만을 생각하다 보니 미처 고려를 못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장애학생과 전문가들은 축제에서 장애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소연(신문방송학 16) 씨는 “평소 문화행사를 즐기는 편이라 이번 축제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많고 다니기가 불편해 어려울 것 같았다”며 “장애학생들을 배려한 시설이 있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 역시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에 사회적인 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장소”라며 “학교에서부터 차별을 둔다면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 부당한 일에 맞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애학생 배제 않으려
노력하는 대학도

한편 장애학생들이 배제되지 않고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시설 마련에 노력하는 학교들도 있었다. 경희대학교의 경우 작년 5월에 열린 축제에서 블라인드 레스토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체험하고 장애인 응대 에티켓을 배우기 위한 것으로 1인 2조를 이뤄 1명이 안대를 착용한 채 밥을 먹으면 나머지 1명은 식사 보조와 영화 해설 등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식사 중에는 경희사이버대학교의 학생들이 제작한 배리어프리 영화도 상영됐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 더해진 영화를 의미한다.
작년 고려대학교 대동제에서는 블라인드 카페 행사가 열렸다.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체험하기 위해 설치된 부스로, 안대를 끼고 카페에 들어와 촉각메뉴판으로 주문을 해야 했다. 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김채운(사회학 15) 위원장은 “부스 행사는 장애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가벼운 행사 위주로 진행해서인지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입실렌티와 고연전에서는 응원문화에서 배제되기 쉬운 장애학생들을 위한 배리어프리석을 마련했다.김채운 위원장은 “전체 학생들에게 배리어프리석 위치와 이용방법을 공지해 비장애학생들도 응원에서의 장애학생 배제를 한 번씩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장애학생들은 보통 무언가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생각하게 되는데, 할지 안 할지를 선택하도록 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위) 넉넉한 터의 선언문 낭독 부스에는 점자선언문이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아래) 공연 무대에 전광판이 존재했지만 별도의 자막 안내는 이뤄지지 않았다

 

구은지 기자  silverpaper@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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