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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준 선물
  • 노미영(유아교육학 석사 16)
  • 승인 2016.10.15 23:54
  • 호수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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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가을 향기가 코끝을 부드럽게 스치고 가을바람이 피부 깊숙이 파고듭니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 때문에 올해의 가을은 조금 더디게 찾아온 것 같지만 지금 저는 가을 속에 있습니다. 언제나 가을은 저에게 추억을 선물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수업 마치고 친구와 낙엽이 수북한 남산 가로수 길을 걷다가 자율학습에 늦을까 두려워 숨이 차오르도록 달리면서 뭐가 그리 좋았는지 배가 아프게 웃으며 학교로 향했고, 종이비행기를 접어 가을바람에 날린다고 쉬는 시간마다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서 날아가는 종이비행기를 보며 높은 가을 하늘을 같이 날고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어느 가을날에는 신촌역에서 목적지도 모르는 기차표를 끊어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는데 허수아비가 지키고 있는 들판과 시골 마을을 지날 때마다 가을걷이를 한 농산물을 이 보따리 저 보따리에 싸서 장에 가시는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졌을 때는 가을을 같이 보내고 싶어 연락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삐삐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연락이라도 오면 길게 늘어선 공중전화를 뒤로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텅 빈 공중전화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과 공간들은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았습니다. 남산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다른 곳으로 이전을 했고 정말 빠른 시설 좋은 고속열차가 완행열차를 대신하고 있고 제 옆에는 삐삐 대신 언제든지 바로바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풍요롭고 편리해진 삶 가운데 있으면서도 저는 옛 시간들을 그리워하고 가끔은 ‘그때가 좋았어’ 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었는데도 추억과 관련된 음악이 드라마 속에 나오면 예전의 모습들이 그림처럼 지나가면서 감정이입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시월에는 그때 그 시절 향수에 젖어들게 하는 음악과 드라마에 더욱 빠져들게 됩니다.
대학원생으로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며느리로…. 나에게 주어진 역할 때문에 바쁘게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빠져들어 옛 생각 하며 멍 하게 있어도 좋고 이미 종영되어 알고 있는 내용의 드라마이지만 일부러 찾아보면서 그때 그 시절 주인공이 나인 것처럼 옛 추억에 빠져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추억만을 생각하기에 너무 바쁘고 할 일이 많습니다. 바쁜 시간 속에서 ‘올해의 가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의무를 열심히 하다 보면 지금의 모습이 과거가 될 것이고 미래에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행복할 때도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언젠가는 하나의 의미가 되어 소중한 향기가 될 것입니다. 소중한 향기로 남게 될 2016년 가을은 내 인생에 한 번이고 시간이 흘러도 지금 느끼는 가을은 그 느낌 그대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변함없이 찾아와준 가을에게 고맙고 가을이어서 행복합니다.

   
노미영(유아교육학 석사 16)

 

노미영(유아교육학 석사 16)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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