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사에 따르면 그러잖아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감정 표현이 풍부하던 젊은 세대, 특히 20대의 청년층조차 웃음도, 울음도 잃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사회 분위기와 하루하루가 막막한 암울한 현실이 맞물려 웃음은 가식이요 울음은 사치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처럼 마음을 억누르다 보면 어느 날 쌓여있는 감정과 스트레스가 터져버리기도 합니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독일의 하멜른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동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바글바글한 쥐 때문에 골치였던 하멜른의 사람들은 쥐를 없애주겠다는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금화 천 냥을 약속합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쥐를 말끔히 없애버렸지만, 하멜른 사람들의 반응은 영 떨떠름했습니다. 사람 마음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일이 해결되니 금화 천 냥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죠. 하멜른에서는 사나이에게 돈을 조금만 주고 그를 내쫓았고 사나이는 얼마 후 돌아와 피리를 불며 동네의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져버렸습니다. 그제야 부모들은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지만 다시는 아이들을 볼 수 없었죠.
  사람이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알려주는 이야기로서 아주 유명해진 동화이자 전설이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추측됩니다. 1237년, 어린아이들이 이유 없이 갑자기 펄쩍펄쩍 뛰고 춤을 추며 장거리를 이동했고 1278년에는 200여 명의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춤을 추다가 결국 다리를 무너뜨리기까지 했습니다. 반주도 술도 이유도 없이 벌어진 춤판은 오랜만에 찾아온 불금을 즐기는 사회인이나 시험 끝나고 흥에 겨운 대학생들을 상상하게 만들지만 사실 이 사건은 휴일을 즐기는 유쾌한 일탈이라기보다는 집단 이상행동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추측됩니다.  이유도 없이 격하게 춤을 추는 일은 그 후로도 종종 일어나 1374년에는 각기 떨어진 지역들에서 수천 명이 춤을 추기도 하는 등, 14세기 후반부터 15세기 초반까지 종종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1518년에는 가뭄과 굶주림에 지친 한 마을에서 누군가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해 무려 일주일이 지나도록 춤을 계속 추었습니다. 일주일 뒤 34명으로 늘어난 춤추는 사람들은 얼마 후 400명이 넘어섰습니다. 탈진하고, 굶주림과 탈수에 시달리고 비명을 지르며 옷을 찢기도 하고 심지어 뼈가 부러져도 춤을 추었고 몇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사망하기까지 했죠. 갑자기 동물처럼 짖기도 하고 기어 다니기도 하던 사람들은 구경꾼들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하다가도 그들이 거절하면 맹렬히 공격하기도 했으니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공포에 질렸을지 짐작됩니다. 춤을 멈추기 위해 많은 해결법이 도입되었습니다만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질리도록 추다 보면 그만하겠지 싶어 반주를 넣을 악사들을 고용하기도 하고 악령을 쫓는 의식을 하기도 하고 성자의 그림을 여기저기 붙이기도 했죠.
  결국엔 잦아든 이 ‘춤 전염병’의 원인은 현재까지도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마약을 먹은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버섯 때문이라고 하기도, 혹은 눈앞에 밝은 미래는커녕 오랜 괴로움과 굶주림에 지치고 하루하루 살기 힘들었던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억눌려있던 감정이 모여 폭발한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스트레스받을 일도, 황당하고 억울하고 화나는 일도 참 많습니다. 물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모두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개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마음속에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드러내지 못한 감정들을 해소하고 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거나 낮잠을 자보기도 하고, 때로는 TV 예능을 보면서 목젖이 보이게 웃어도 보면서 나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억눌린 감정과 답답한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내다 보면 내일은 좀 더 행복한 하루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는 결국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것이니까요.

이주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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