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연제구에 위치한 연동시장. 노후화된 상점이 늘어서 있다

연동시장, 화재 후 변한 건 없다

  지난달 28일 찾은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연제구 ‘연동시장’. 이곳은 △화재 시 대피로ㆍ대피소 미비 △LPG 가스통 사용 △내구연한 지난 소화기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지난 7월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연동시장 입구를 지나 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골목형 재래시장 형태로 상점이 늘어서 있었다. 시장 군데군데 주택 건물로 이어진 골목은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바깥 대로변과 이어지는 골목은 없었다. 화재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연동시장상인회 강재천(연제구, 63) 회장은 “대피로가 없어서 화재 시 가정집으로 대피하거나 입구로 도망가야 한다”며 “그래도 부산시 내 다른 골목시장보다는 골목이 비교적 넓어 대피가 그나마 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재난 발생 시 대피소로 마련된 지하공간은 현재 경로당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강재천 회장은 “경로당은 입구가 한 군데 밖에 없소서 재난 시 비상 대피소로 적절치 않다”며 “연동시장 내 대피소가 한 군데도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연동시장 내 음식점 대부분이 도시가스가 아닌 LPG 가스통을 이용해 불을 피우고 있었다. LPG 가스통은 화기에 노출되거나 큰 충격을 받을 시 폭발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 연동시장에서 옛날과자집을 운영 중인 배민자(연제구, 60) 씨는 “아무래도 형성된 지 오래 된 시장이다 보니 LPG 가스통을 쓰는 상점이 대부분”이라며 “일상적으로 화재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 같아 무섭다”고 말했다.
  시장 내 배치된 소화기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었다. 소화기의 내구연한은 8년이며, 일정 기간마다 내용물이 굳지 않게끔 흔들어줘야 한다. 연동시장상인회 김기태(연제구, 65) 총무는 “몇 년 전 부산시에서 소화기를 시장 군데군데 배치해 놨지만, 그 내구연한이 지나 현재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상점 내 소화기는 상인 개개인이 마련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상점이 소화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화재가 발생했던 부평 깡통시장. 여전히 대피로는 없다

화재 시 피할 곳 없는 부평 깡통시장

  지난달 29일 , 부산시의 관광명소로 불리는 부산시 중구 ‘부평 깡통시장’(이하 깡통시장)은 평일 오후임에도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러나 이곳 또한 화재로부터 안전하지 않았다.
  지난 7월 깡통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시장 내 한 가게가 전기 합선 사고로 화재가 난 것이다. 화재 발생지 주변에 옥외소화전이 설치돼 있었음에도 화재 당시에는 사용되지 않했다. 깡통시장에서 세계과자점을 운영하는 상인 A 씨는 “화재가 발생하면 사람들이 옥외소화전을 사용하는 대신 대피하기 급급하다”며 “시장 내 소화시설을 못 믿겠다”고 말했다. 부평깡통시장상인회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곳은 시설 개ㆍ보수가 미처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화재 에 노출된 것”이라 전했다.
  시장 내부에는 대피로나 대피소가 마련되지 않았다. 시장은 좁고 긴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붐비는 관광객들로 통행이 힘든 상태였다. 깡통시장을 찾은 관광객 정용주(서울시 강서구, 32) 씨는 “시장이 복잡하고 좁아서 출구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재난 발생 시 위험해 보인다”고 전했다. 부평깡통시장상인회 관계자는 “깡통시장이 자발적으로 생겨난 골목형 재래시장이다 보니 대피로가 없고, 현재는 대피소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좁은 골목 때문에 소방차도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골목길은 네 명의 성인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폭이었고, 늘어선 가판대와 상품들로 거리가 더 좁게 느껴졌다. 통상 도로 폭 2m 이하인 지역은 ‘소방차 진입 불가지역’으로 구분된다. 깡통시장은 겉보기에 폭이 1.5m도 채 안 돼 소방차 진입이 불가해보였다.
  현재 깡통시장에는 ‘시설 현대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시설 현대화사업이란 전통시장 내 노후화된 시설을 개ㆍ보수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번달에 5차 시설 현대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며, 앞으로 6차 시설 현대화사업만 시행되면 깡통시장 내 모든 상점의 개ㆍ보수가 완료된다. 부평깡통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시설 현대화사업을 통해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가 장착된 아케이드(아치형 공간)를 설치해 화재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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