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있으신가요. 그 사람만 떠올리면 마음이 설레고, 언제나 곁에 있고만 싶고. 유명한 노랫말처럼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런 감정을 겪어 본적이 있으신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그렇게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 사람의 눈을, 귀를, 코를, 손을, 좋아한다고 아마 대답하겠지요. 그 감정을 연인이 아닌, 다른 어떤 것에 느꼈다면 믿으시겠나요.
  문학을 사랑했습니다. 저는 지금의 전공과 무관한 공부를 학부 때 했습니다. 학부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건, 어떤 ‘빈틈’입니다. 그것을 메우려 무지 노력했습니다. 사르트르의 <구토>라는 책을 보면, 주인공 로캉탱은 갑자기 구토를 합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만 봐도, 늘 걸어왔던 거리를 걷기만 해도 구역질이 납니다. 철학에서 말하는 부조리를 경험하는 순간이지요. 제가 말하는 빈틈은, 그 구토와 비슷한, 아마 그런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그 빈틈을 메워준 것이 문학이었습니다. 읽고 싶었던 책의 첫 장을 넘기던 그 순간이 얼마나 설레었던지. 공감이 안 되신다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상자가, 우여곡절 끝에 나에게로 전해졌을 때의 그런 기분이랄까요. 저는 책 안에서 기뻐했고, 마음 졸여했으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가장 힘든 순간순간마다 부적처럼 책이 절 지켜주었습니다. 그렇게 믿었습니다.
  문학을 더 깊게 알고자,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알 듯이, 나에게 가장 쉽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상대 역시, 사랑하는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더 깊게 알고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 멀어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때론 ‘내가 이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회의하게 됩니다. 절망하고, 그 사람이 미워지고, 그 사람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러나 하룻밤이 지나고, 그 사람을 다시 마주하면, 화는 어느새 풀리고, 웃고 있는 자신을 봅니다.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다 또 다시 절망을, 또 다시 화해를, 또 다시 증오를, 애정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 사랑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사랑 타령을 늘어놓는 이유는, 그것이 공부이든, 연인이든, 아니면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든 그것을, 그 사랑의 과정을 믿어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지나간 일들을 반추해보면, 항상 후회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해 그 때, 그 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일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상대방이 혹은 내가 하고자 했던 것들이, 나를 거부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그것은 나를 넘어선 영역이니까요. 또 믿다보면, 그 사랑의 과정에서 무엇을 얻게 될지 역시, 제 바깥에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다보면, 상대방이 나를 거부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도 있죠. 그러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것을 가볍게 판단하는 것은, 그 역시 후회 할 일입니다. 혹시 오늘도,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사랑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 끝까지 한번 믿어보시지 않겠어요? 

박승찬(국어국문학 석사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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