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이화여대 학생들이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정사업으로 추진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에 반발하여 항의 농성을 시작하였다.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통제하려는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대학본부의 독단적 대학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은 급기야 대학 본관 점거와 총장 퇴진 운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포기하였다. 무엇이 학생들이 그토록 분노하게 했을까? 정부가 재정지원을 볼모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교수들은 사태가 그 지경이 되도록 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대학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교수가 아닌 학생들에게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와 대학본부의 잘못에 대한 지적을 주저하지 않은 이화여대 학생들의 용기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했다.
  부산대의 상황도 이화여대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호환 총장께서 취임하면서 국립대연합체 구상에 대한 생각을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렸지만, 정작 부산대 구성원은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다들 어리둥절하였다. 학생들이 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국립대연합체에 대한 대학본부의 일방적 보도에 대한 항의를 하였고, 결국 학생회가 9월 27~29일에 걸쳐 국립대연합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시행하였다. 정부의 대학 자율성 훼손과 통제, 대학본부의 일방적 학교 운영에 학생들이 반발한 것이다. 정부의 부당한 대학 간섭을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교수들은 정작 이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 마치 나랑 상관이 없는 일인 것처럼,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 대신 나서겠지 또는 교육과 연구로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눈 감고 있다. 하지만 부당함을 알면서도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결국 잘못된 대학운영으로 인한 모든 폐해는 구성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교수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학은 왜 존재하는가? 대학이 돈을 좇아 운영된다면 대학의 본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대학의 정신과 가치는 정부의 재정지원 미끼에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정지원 때문에 대학의 가치를 포기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바라는 교육과 연구를 더 이상 대학에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대학은 진리탐구를 통해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게 될 지성인을 양성하는 곳이다. 그것이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신자유시대의 대학의 위기라는 이유로 대학의 자율성이 계속해서 침해된다면 대학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부산대는 총장 직선제를 고수하였다는 이유로 부당한 재정적 불이익을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별 저항을 하지 않고 있다. 저항이 없으니 정부는 대학을 더 강하게 통제하려고 할지 모른다. 대학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는 국립대연합체 논의는 학령인구감소를 핑계로 한 구조조정에 불과하다. 70년 역사의 부산대가 어떠한 대학으로 남을 것이냐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아니라 대학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관심과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국립대연합체 찬반투표를 통해 학생들이 보여준 부산대에 대한 관심과 고민에 내가 찬사를 보내는 이유이다. 강의실 너머 보여준 학생회의 노력이 이제 교수회로도 전해지길 바란다. 

김태호(언어정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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