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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의 길잡이 '족보' 필수 혹은 계륵?
  • 신우소 기자
  • 승인 2016.10.02 00:51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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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의 족보란 한 가문의 계통과 관계를 적어 기록한 책을 말한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 쓰이는 ‘족보’란 대학교수들이 과거에 출제한 시험 기출문제의 모음을 의미한다. 대학 내에서 족보는 어떤 이유로 만들어지며 어떻게 매년 전해지는 것일까? 또 이러한 족보는 어떤 문제점을 가지는지 알아봤다.

공부의 방향을 제시하다

대학에서 쓰이는 ‘족보’란 과거에 출제된 시험 기출문제나 정답을 의미한다. <부대신문>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실시한 앙케이트 조사에서 응답자 총 172명 중 113명(65.7%)이 학과 내 족보가 있다고 답했다.
족보는 교수가 직접 제공하거나 이전 학기에 동일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교수의 출제경향 또는 시험 유형을 파악하기에 유용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방주영(화공생명공학 14) 씨는 “학과 내에 족보가 있다”며 “강의에서 얻을 수 없는 자세한 정보를 족보를 통해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 족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족보문제를 풀어봄에 따라 실전에서의 감각을 익히고, 공부의 방향성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심기은(무역학) 교수는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족보는 유형연습을 통해서 시험문제를 대비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공과대학의 한 교수 역시 “공부의 양이 많은 경우가 많아 시험 전에 기존에 출제했던 문제를 홈페이지에 게시한다”며 “이는 학생들에게 공부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족보 활용의 부작용도 많아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족보는 △저작권 침해 △정보력에 의해 결정되는 성적 △암기 위주의 공부방식 야기 △수업 분위기 저하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족보를 공유하는 행위가 저작권법에 의해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 저작권이란 문학·음악·연극 등의 내용과 형식의 복제·출판·판매 등에 대하여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로, 저작자의 정신적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시험문제는 해당 교수의 고유한 저작물로, 학생들이 새로이 만든 시험문제의 모음인 족보는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 <저작권법> 제22조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에 따라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기 위한 권한은 원저작자에게만 부여된다. 따라서 원작자의 동의 없이 공유되는 족보 대부분은 저작권법상 문제가 되어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선배가 후배에게 전수하여 만들어지는 족보의 특성상 정보력의 차이에 의해 성적이 결정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자연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보통 지인이나 친한 선배에게 족보를 받는다”며 “학과생활을 하지 않거나 학과 내 동아리에 가입되지 않으면 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교수 역시 족보의 유무 즉, 정보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 성적에 대해서는 반감을 표했다. 김재환(대기환경과학) 교수는 “족보를 가지고 있으면 보다 효과적으로 시험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공부양이 아닌 정보의 차이로 성적이 결정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했다.
이렇다보니 족보는 단기간 내 시험성적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었다.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시험기간에는 일단 족보부터 보기 시작한다”며 “공부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은데 시간이 부족할 때 족보를 암기하는 것만으로 좋은 성적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매년 같은 강의를 맡아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교수의 경우 시험문제가 유형화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수업내용을 공부하는 것보다 족보를 암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공부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족보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신용형(기계공학 09) 씨는 “주체적으로 공부하지 않고 족보만 보는 것은 지양되어야한다”며 “본질적인 공부가 아닌 학점을 위한 공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공과대학의 한 교수 역시 “시험은 한 학기동안 배운 내용을 되돌아보면서 정리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전반적인 내용을 공부하지 않고, 족보를 암기하는 것은 시험만을 위한 단순한 공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족보와 시험문제가 지나치게 유사한 수업의 경우, 족보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기도 한다. 자연과학대학의 한 학생은 “교수가 수업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족보를 구하라고 했다”며 “족보와 완전히 같은 시험문제가 출제된 이후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많이 떨어졌었다”고 밝혔다.

족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 학교 구성원들은 족보의 장점과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부대신문> 앙케이트 조사에서 응답자 169명 중 83명(49.1%)가 족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동완(환경공학 12) 씨는 “매년 같은 강의를 맡은 교수는 수업과 시험문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따라서 족보를 공부하면 교수의 시험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응답자 169명 중 86명(50.9%)이 족보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 때 단순히 족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평가방식 또는 시험출제방식의 변화를 통해 족보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여야한다고 강조하는 의견이 많았다. 경제통상대학의 한 학생은 “족보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다”며 “따라서 학생 및 교수가 함께 노력하여 족보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수들도 이러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었다. 김재환 교수는 “학생들에게 족보가 남지 않도록 시험문제를 회수하고 있다”며 “또한 책의 연습문제를 출제할 때도 문제를 변형하여 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대섭(법학) 교수 역시 “시험을 출제하는 데 있어 중요개념은 같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며 “하지만 동일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지양되어야하며, 내용을 숙지하고 답할 수 있도록 같은 개념이라도 변형하여 출제하여야한다”고 전했다. 

   

 족보는 일반적으로 이전에 수업을 들었던 선배로부터 만들어지며, 책의 형태를 한 족보도 있다 

 

   
 우리 학교 학생 커뮤니티 ‘마이피누’에는 족보에 관한 게시물이 약 1천 여개가 넘는다

 

신우소 기자  danbi@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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