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시선 사설
다시 대학다움을 묻는다

  대학은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 있는 경계적 공간이다. 대학은 이상을 꿈꾸도록 허락받지만 그것만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현실 속 적응을 요구받으나 그것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대학은 이상과 현실을 둘러싼 끊임없는 토론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실천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시끄러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바로 대학다움이다.
근래 우리 대학은 민주적 가치의 옹호와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기회를 맞이했다. 대학본부 측이 제기한 연합대학론과 그를 둘러싼 논란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부대신문>(1529호) 사설에서 소통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고, 이미 총학생회의 의견 개진도 진행되었으니 그 속내며 세세한 과정에 대한 췌언은 삼가도록 한다.
다만 우리는 다시 대학다움을 묻고자 한다. 먼저, 대학본부 측이 새로이 체제를 정비하면서 비전을 제시하려는 충정은 이해된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그 역사적 맥락이 있고 구성원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연합대학론은 뜬금없고 배려 없는 행위였다. 현 총장체제는 부산대학인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 그리고 타대 대학인 및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직선되며 이뤄졌다. 그렇다면 이전 어떤 총장체제보다도 대학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대학다운 품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이른바 ‘국내 유일의 직선총장’으로서의 이름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연합대학론은 부산대학인의 미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 총장체제는 부산대학인들과는 일체 논의도 없이 이를 먼저 학교 ‘밖’으로 선포하며 공론화시켰고, 이후 학생들의 찬반투표가 진행되자 “구성원 모두의 합의안 도출 이후에도 늦지 않다”며 투표연기를 요청했다. 지난주 총장담화문의 기조에서 ‘기다리라’는 명령조가 느껴지는 순간, 세월호가 데자뷰로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 섬뜩하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주체 있는 인간의 양성을 꾀하는 민주적 가치의 핵심이요 대학다움의 뿌리다.
오히려 현 총장체제가 눈을 돌려야 할 곳은 밖이 아니라 ‘안’이다. 우리는 지금 부산대학 내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대학 내 대학다움을 찾아낼 방법을 모색하여 교수, 학생, 직원이 신명나는 장소로 만들어 줄 민주 총장을 원한다. 잠복된 갈등을 안고 대학 밖을 떠도는 것은 제가(齊家) 없이 평천하(平天下)하겠다는 비웃음을 살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민주총장의 덕목은 이렇다. 첫째, 대학다움의 기초인 대학인(평교수, 비전임교수, 학생, 직원)을 근원적으로 존중할 것, 둘째, 교육을 위한 인프라를 과감하게 구축할 것, 셋째, 교원의 연구 환경 및 직원의 작업 환경의 고급화를 위한 지원을 무조건적으로 수행할 것 등이다. 그 밖의 것은 잠시 유보해도 좋다. 그만큼 부산대학 안은 상처투성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십여 년간 우리가 모셨던 총장들은 탄핵, 구속, 하야로 점철되었다.
우리의 경험상 수년 내에 연합대학론이 성사되기는 난망하다. 이뤄지지 않을 슬로건에 집착하는 것은 오해와 불신을 받기 십상이다. 목숨으로 지켜낸 대학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바탕으로 이 시대 대학다움은 무엇인지를 밝히는 아름다운 민주 총장을 진심으로 그려본다.

부대신문  press@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대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