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왜 미끄러질까. 매년 기발한 연구를 선정해 수상하는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이 지난 9월 22일(현지시각) 미국 하버드대학교 샌더스 극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이 상의 선정 기준은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 Ig)’ 기발한 연구 중 ‘처음에는 사람들을 웃기지만 그다음, 생각하게 하는(make people laugh and then think)’, 재밌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연구여야 한다. 수상은 생물, 심리, 의학, 인식, 화학, 물리, 문학, 생리학 등 총 10개 분야에서 이뤄진다.
올해 가장 주목을 받은 상은 생리학 부문. 이집트의 아흐메드 샤픽 전 카이로 대학교수가 받았다. 샤픽 교수는 75마리의 쥐를 다섯 그룹으로 나눠 서로 다른 섬유로 만든 바지를 입힌 뒤 6개월 주기로 1년간 성생활의 빈도를 관찰했다. 그룹은 100% 폴리에스터와 면과 폴리에스터를 각각 반씩 섞은 소재, 면과 양털로 만든 바지를 입은 네 그룹과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100% 폴리에스터와 면과 폴리에스터를 반반씩 섞은 바지를 입은 쥐 그룹의 성생활 빈도가 시간이 갈수록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밝혀냈다. 반면 면과 양털로 만든 바지를 입은 그룹들은 6개월까지는 큰 변화가 없다가 점차 증가해 12개월이 됐을 때는 유의미한 증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픽 교수는 이를 폴리에스터가 만든 정전기의 영향으로 추정하고 이를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심리학 부문에서는 6살부터 77세 사이의 1,005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거짓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거짓말이 늘기 시작해 청소년 시기 정점을 찍고 성인이 되면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의학 부문에서는 독일 뤼베크대 연구팀이 거울을 보고 가려운 팔의 반대쪽 팔을 긁으면 가려움증이 해소된다는 연구로 상을 받았다. 병변부위를 긁으면 안 되는 피부병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생물 부문에서는 인공 염소 다리를 만들어 3일 동안 스위스 알프스에서 염소 떼에 묻혀 풀을 뜯어 먹고 ‘음매~’를 외치며 염소의 생태를 관찰, ‘짐승과 염소맨 되기’라는 책을 쓴 토마스 트워이츠가 받았다.
언뜻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연구가 엉터리는 아니다. 선정단은 약 50 여명으로 전 세계의 저명한 의사와 과학자, 그리고 실제 노벨상 수상자로 이뤄져 있다. 수상도 노벨상 수상자가 직접하며 이그 노벨상을 받은 연구자는 행사 후 미국 MIT에서 강연도 펼친다.
이그 노벨상을 주최하는 미국 하버드대 잡지인 ‘기발한 연구 연감’은 훌륭한 연구는 이상할 수도, 재밌을 수도 심지어 터무니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호기심과 질문이라고 강조한다. 이 취지가 1991년부터 지금까지 이그 노벨상을 지탱하는 힘이며 매년 1,100여 명의 청중을 불러 모으고 연구자들이 기꺼이 자비로 비행기표를 구입해 행사에 참석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호기심에 질문을 던져본다. 호기심에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이것만으로 충분히 흥미롭고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 과정을 얼마나 누리며 살았을까. 언제부턴가 성적 향상이나 취업,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호기심은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치부된 건 아닐까. 학생은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강요 속에 ‘왜’라는 질문조차 잊고 산 건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생각조차 외면 할 만큼 우리는 쫒기고 강요받으며 사는 데 익숙해 진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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