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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 세워진 GMO 공화국
  • 신지인 편집국장
  • 승인 2016.09.26 05:01
  • 호수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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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전자재조합 식품에 얼마나 노출돼 있을까? 모든 음식의 기본 재료가 되는 식용유에서부터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고추장까지.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유전자재조합 생물체가 포함된 음식을 접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유전자재조합 생물체를 ‘프랑켄 푸드’라고 이르기도 한다. 영화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처럼 여러 유전자들을 조합해 만들어진 점을 비판적으로 본 것이다. 이 막연한 두려움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재조합 생물체(이하 GMO)의 안전성 문제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관련부처는 수입 및 표기 관리르 소홀히 하고 있어 국민들의 GMO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식용 GMO 최대 수입국가, 대한민국

GMO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약자로,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변형시켜 만든 농작물이나 식품을 일컫는다. 당초 GMO를 개발한 이유는 제초제와 병해충에 강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미생물이나 동물에 존재하는 특정 유전자를 작물에 삽입한다. 독한 제초제에도 잘 자라는 콩, 해충에 강한 옥수수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전자변형 생물체가 모두 GMO인 것은 아니다. 흔히 알고 있는 ‘방울토마토’와 ‘씨 없는 수박’은 유전자를 변형해 만들어진 식품은 맞지만 미생물이나 동물에 있는 유전자를 배합한 것이 아니므로 GMO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GMO를 많이 수입하기로 손꼽히는 나라다. <유전자변형 생물체에 관한 국가통합정보망>에 따르면 한국에 수입된 식용 GMO는 2014년 기준 연간 약 228만 톤이다. 우리나라보다 GMO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뿐. 그러나 일본은 대부분의 수입 GMO를 식용이 아닌 동물 사료로서 사용하고 있어, 식용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인 셈이다. 수입된 GMO의 대부분은 옥수수(126만 톤)와 대두(102만 톤) 등이다. GMO 취급 업체인 CJ 제일제당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GMO가 아닌 일반 대두 등을 수입하고 싶어도, 전 세계적으로 일반 작물(Non-GMO)의 재배량이 줄어 들여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전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

GMO의 인체 유해성 논란은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GMO 식품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자, 일부 학계에서는 GMO가 암, 불임 등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2012년 8월 프랑스 캉 대학의 연구진들이 세계 최대의 GMO 기업인 ‘몬산토’ 기업의 ‘NK603’ 식품과 관련한 실험을 했다. NK603은 몬산토사가 제초제에 내성을 갖도록 만든 옥수수로, 실험은 이를 쥐에게 먹이면서 신체 기능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GMO를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섭취한 집단이 유선 종양, 간과 신장 손상이 크게 늘어났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 실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유럽식품안전국(EFSA)은관련 논문이 위해성 평가의 정당성을 고려할 만큼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며, 해당 GM옥수수(NK603)와 제초제의 안전성에 대해 다시 평가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부분의 국가들도 이 실험을 신뢰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NK603 품종을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NK603의 안전성에 대한 심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요지는 해당 식품이 안전하므로 수입해도 문제없다는 것이었다.
공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논문의 허점을 비판하는 주장들에 프랑스 캉 대학의 연구진들은 2014년 6월 새로운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연구진은 ‘90일간 진행했던 저번의 실험과 달리, 설치류의 전 생애에 해당하는 2년 이상의 시험을 진행했다’며 ‘이번에도 역시 GMO의 유해성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NK603 품종뿐 아니라 다른 GMO 식품들도 안전성 논란 증명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GMO 개발자였던 임학태(강원대 생명건강공학) 교수는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생성될 수도 있다”며 “이것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암세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입 GMO,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GMO를 관리하는 부서는 크게 두 곳으로 나눠져 있다. 식용 GMO의 관리는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맡고 있으며, 사료용 GMO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들어오는 식용 GMO는 총 136건이며, 사료용 GMO는 124건이다.
식약처에서는 별도로 수입 GMO에 대한 안전성 심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몬산토 △신젠타 △바이엘크롭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GMO 수출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실험한 결과를 평가 자료로 검토하고 수입을 승인한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실험들은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아만성 독성실험’을 수행하지 않았거나 △실험기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실험기간이 아예 기재돼 있지 않거나 △정식 독성실험이 아니라 유사실험 결과를 내는 등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식약처는 해당 GMO 작물을 모두 안전성 서류 심사에서 통과시켰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은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GMO에 대해 승인 및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인정한 소비자의 알 권리

GMO 관리 미흡 문제가 연이어 지적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직접 GMO 식품을 선택하고 고르기 위해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01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현재 식약처에 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을 상대로 GMO 수입업체, 수입량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청구 했다. 하지만 식약청은 업체의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3년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GMO 관련 정보는 영업 비밀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약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업체별 GMO 수입현황 등의 정보공개 거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국민의 알권리와 안전보다 영업 비밀을 우선할 수는 없다’며 경실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식약청은 또 한번 항소했다.
최종적으로 영업 비밀보다는 소비자의 알 권리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달 24일, 대법원이 식약처의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대법원은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또는 식품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2014년 현황뿐만 아니라 모든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촉구했다. 이후 지난 21일 식약처는 일부 자료를 경실련에게 공개했다.

GMO 포함됐지만 표기 안 해도 된다?

우리나라에는 GMO가 포함된 제품에는 이를 표기하는 제도가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식용 GMO의 경우 <식품위생법> 제10조에 따라 △유전자재조합식품 △유전자재조합 ○○ 포함식품 △유전자재조합 ○○ 포함가능성 있음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사료용 GMO도 <농산물품질관리법> 제16조에 따라 마찬가지로 이처럼 표기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런 표시가 없다고 해도 GMO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행 표시제도에 따르면 제품에 삽입한 유전자 또는 그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 이 최종 제품에 남아있지 않거나 검출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GMO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식품에 쓰인 원료 중에 GMO 식물의 포함 비율이 5순위 안에 들지 않을 경우 표기할 필요가 없다. 6번째로 많이 포함된 제품이라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심지어 식약처는 최근 GMO를 표시하는 대상의 범위를 더욱 축소시켰다. 기존에는 ‘GMO 재료를 주재료로 한 가지 이상 사용하거나, 제조 및 가공 후에도 변형 단백질 등이 남은 경우’에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1일, 식약처가 행정고시한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고시> 제3조에 따르면 ‘GMO를 원재료로 해 제조 및 가공을 한 뒤 유전자변형 DNA·단백질이 남은 경우’로 지정하고 있다. 표시범위가 줄어든 것이다.

차라리 ‘내가 선택하겠다’는 국민들

지난 5일부터 시민단체들은 GMO 표시가 빈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GMO가 완전하게 표시되면 소비자들이 GMO 식품을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법 청원에는 △한국 YMCA 전국연맹 △소비자시민모임 △iCOOP 소비자생활협동조합 △경실련 등의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입법 청원의 주요 내용은 △원재료 기준으로 GMO 표시 △무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한 제품에는 비의도적 GMO 혼입치를 인정하지 않음 △현행 3%인 비의도적 혼입 기준을 유럽 기준인 0.9%로 강화하는 등 이른바 ‘GMO 완전표시제’와 관련한 내용이다.
제20대 국회에서 GMO 표시와 관련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도 두 차례나 있었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이어, 지난 8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비슷한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김현권 의원의 개정안은 GMO 표시의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원재료가 아니더라도 GMO가 포함돼 있으면 표기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윤소하 의원의 개정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김현권 의원의 개정안에서 빠진 비의도적 GMO 혼입치를 0.9%로 명시했다.
김현권 의원과 윤소하 의원이 발의하고 시민들의 소망이 담긴 GMO 완전표기제 관련 법안은 제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동시에 논의될 예정이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은 GMO를 선택할 완전한 권리를 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지인 편집국장  amig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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