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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관심과 자원 부족, 육아와 학업 선택의 기로에 몰리다
  • 구은지 기자
  • 승인 2016.09.25 03:58
  • 호수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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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의 신분으로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적지 않은 부모 학생들이 육아 문제로 인해 학업에 제동이 걸리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이들이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지원은 넉넉지 못한 실정이다. 작년 3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전국 42개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기혼학생 194명 중 135명(69.6%)이 ‘가정 및 자녀를 위해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학교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학교 육아시설 
턱없이 부족해
 
  캠퍼스 내 육아시설 마련의 첫 단계는 정확한 수요와 현황의 파악이다. 따라서 기혼학생이나 자녀가 있는 학생의 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예컨대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는 인권센터에서 학내 수유시설 실태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작년에는 학생처에서 기혼학생 현황을 조사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 대학본부는 관련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다. 학생과와 학사과 모두 조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답변해왔다. 그나마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만이 자 대학원 내 기혼 학생 수를 파악하고 있었다. 법전원 행정실 관계자는 “법전원의 학생 수는 한 학년에 120명이고 기혼자는 10~15명 내외 정도”라고 전했다. 이에 우리 학교 여성연구소 임애정 연구원은 “우리 학교가 타 대학보다 육아를 해야 하는 연령대의 학생들의 비율이 많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학교 내에 수유실이 마련된 곳도 법전원 1곳뿐이다. 수유실은 자녀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필수적인 시설이다. 임애정 연구원은 “수유기의 여성들은 직접 모유수유를 하지 않더라도 2시간마다 젖을 짜야한다”며 “수유실을 찾지 못한 학생이 화장실에서 유축을 하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유축이란 모유를 미리 빼내어 저장해두는 것으로, 주로 냉동 보관하였다가 해동시켜 아기에게 먹인다. 만약 유축을 하지 않으면 유방에 젖이 고여 젖의 배출 기능이 떨어진다. 서울대부모협동조합 ‘맘인스누’ 이진화(공간디자인학 박사 12) 공동대표는 “유축을 하는 데에는 25~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도보로 10분 거리 이내에 수유실이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나마 하나 있는 수유실도 완전하지 못하다. 학교 홈페이지를 비롯해 어디에도 법전원에 수유실이 있다는 사실은 나와 있지 않다. 학생들이 수유실의 존재를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법전원 행정실에서는 수유실 운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법전원 행정실 관계자는 “학교에 학생들이 아이들을 잘 데려오지 않는다”며 “수유실에 여성들만 들어갈 수 있는 장치가 따로 설치되어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수유실에는 여성들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잠금장치가 있었으며 법전원 학생회를 통해 비밀번호를 알 수 있었다.
  수유실 이외의 육아시설은 학내에 거의 전무하다. 예컨대 우리 학교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화장실이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본관 여직원 휴게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돼있지만 학생들이 사용할 수는 없다. 또 우리 학교 학생식당들은 유아식탁의자를 따로 구비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 학교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하숙정 직원은 “만약 수요가 있으면 검토하고 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아
 
  학생들의 아이를 맡아줄 수 있도록 마련된 보육제도는 우리 학교 부설 어린이집의 직장보육시설 뿐이다. 그나마도 일반 원생이 퇴원해서 빈자리가 생겨야 신청을 해 들어갈 수 있다. 현재 부설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우리 학교 학생이나 대학원생의 자녀는 총 전원 199명 중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매일 아이들을 돌봐주는 직장보육시설 외에 일시적으로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 탁아시설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다른 곳에서 아이를 맡아주는 부모 학생들도 학교에 아이를 데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애정 연구원은 “교내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어린 자녀를 지도교수 연구실에 재워두고 후배에게 잠든 아이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며 “상시적이지 않더라도 시간제로 이용할 수 있는 탁아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학교 부설 어린이집에는 학생 및 대학원생 자녀 10여 명이 다니고 있다
 
부모학생 위해 여러 육아시설 
갖춘 학교도 있어
 
  한편 육아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대학으로는 서울대와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가 눈에 띈다. 서울대는 대학본부 차원에서 수유실을 원하는 단과대학에 3백만 원까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유실에 소파와 커튼, 칸막이 등을 설치하고 유축기와 모유 보관을 위한 냉장고도 들여놓았다. 연세대의 경우 수유실로 사랑샘, 도담샘 두 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두 곳 모두 온돌방으로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등의 시설을 갖췄다. 
  이들 학교는 대학 보육시설 내 학생 및 대학원생 자녀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서울대는 부설 어린이집 원생 190여 명 중 절반 가까이가 대학원생의 자녀다. 학교 내 보육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부설 어린이집 확장 신축공사에도 착수했다. 연세대학교 부설 어린이집 역시 6세 미만 원생 80명 중 40~50%가 대학원생 자녀로 구성된다.
  서울대에는 부모협동조합도 등장했다. 서울대부모협동조합 ‘맘인스누’가 그 주인공으로, 공부하는 엄마들의 경력 단절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임산부나 영유아를 동반한 학생들의 주차장과 도서관 이용 편의를 높이는 성과도 거두었다. 이진화 공동대표는 “육아에 관해 단 한 명이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상시운영은 힘들더라도 임시운영 시설이라도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수유실의 내부전경. 유아용 침대와 세면대 등이 구비되어 있다

 

구은지 기자  silverpaper@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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