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기를 바랐던 국방부의 시간은 정말 느리고도 느렸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입대한 후 장장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군인 티를 벗지 못한 탓일까. 눈을 감기만 하면 나의 군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다니기만 했던 이병 시절, 군기가 바짝 잡혔던 일병 시절, 일을 가장 많이 했던 상병 시절, 여유가 흘러넘쳤던 병장 시절까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난 2년을 가만 돌이켜봤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알싸한 느낌이 묵직하게 전해져오는 것은 나에게도 군 생활 2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일단 군 생활의 끝은 다소 허무했다는 말을 먼저 하려 한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전역을 하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아무렇지 않았다. 마치 나의 2년을 빼앗긴 기분이라는 말이 표현하기에 적절할 것 같다. 부대 정문을 나서며 부대 안을 바라보니 그 안에는 여전히 나의 전우들, 나의 추억들, 나의 흔적들과 같은 ‘나의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년간 몸담았던 부대에서의 의무 복무를 끝낸 나는 그렇게 부대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하지만 내가 군 생활을 하며 얻은 것들은 분명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가슴 속에 남아 나를 설명해주는 내 일부분이자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양분이 되어줄 것임을 믿는다.
  남자 둘만 모이면 자연스레 하게 되는 그들의 대단한 군대 영웅담과는 달리 사실 군 생활은 생각보다 따분하고 쉽게 타성에 젖을 수 있다. 아니 분명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군대에서 2년이라는 시간은 인생 전체로 봤을 때 짧은 것처럼 이 시간도 딱 그만큼의 짧은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 무의미한 시간이 유의미한 시간으로 탈바꿈하는 기적을 행할 사람은 순전히 자기 자신이다. 드넓은 광산에서 빛나는 보석을 찾아내는 것은 광부의 몫인 것처럼 말이다.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필자 역시 수없이 많은 지루한 순간과 좌절의 순간을 겪었지만 내가 계속해서 군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극복의 순간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길었던 군 생활은 나에게 생각할 기회를 줬고 나를 성장할 수 있게 했다.
  글을 마무리하며 입대를 앞둔 청춘들이 이 글을 본다면, 군대에서 부딪히고 깨지고 아파할 연속의 과정 그 자체를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단순히 청춘은 원래 아프니까 참고 견디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계획했던 많은 것을 미루고 포기하며 입대라는 길을 선택한 만큼 2년 동안 많이 보고 배우고 또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청춘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까지 아껴둔 마지막 말을 남겨두고 있다. 입대를 앞둔 청춘들에게 크게 와 닿는 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말이자 대한민국 모든 군필자들이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건강하게’ 전역하라는 것이다. 인생의 진리는 군대에서도 통하는 법이다. 

조일수(무역학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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