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아나톨 프랑스는 고전을 두고 ‘누구나 가치를 인정하지만 누구도 읽으려고 하지 않는 책’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고전은 누구도 쉽사리 읽겠다는 마음을 먹지 못하는 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1일 우리 학교 밀양캠퍼스 생명자원과학대학 시청각실에서 이 질문에 대답을 제시하는 특강이 열렸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시작된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학교 나노생명과학도서관이 밀양도서관과 손잡고 ‘소통으로 성장하는 인문학’ 특강을 개최한 것이다. 이번 특강에서는 인디라이터 명로진 씨가 강사로 나서 소통과 고전읽기에 대해 강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로진 강사는 강신주 작가의 책 <철학 vs 철학>을 인용하며 “고전이란 읽고 나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는 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중들에게 이처럼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며 자신에게는 <논어>가 그런 책이었다고 덧붙였다. ‘<논어>를 읽지 않았을 때도 그저 그런 사람이고, 읽은 후에도 그저 그런 사람이면 <논어>를 읽지 않은 것이다’라는 정자(程子)의 말을 빌려 <논어>의 가치를 설명한 명로진 강사는 본격적으로 <논어>가 어떤 책인지에 대해 설명해나갔다.
  그는 <논어>의 첫 구절 중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라는 문장에 주목했다. 이 문장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섭섭해 하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는 뜻이다. 그는 이 문장을 자아실현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명로진 강사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은 자아실현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이론’에 비춰 봤을 때 가장 고차원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논어>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답을 주는 고전이었다.
  또한 자신이 나름대로 뽑은 동서양의 필수 고전에 대해 언급하며 고전이 사회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명로진 강사는 “<논어>와 공자, 유교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동양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마찬가지로 그리스 신화를 모르고는 절대 서양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피그말리온 효과 △나르시시즘 등의 단어의 어원만 살펴보더라도 그리스 신화가 서양 철학이나 심리학, 문학과 예술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는 또 무엇이 있을까. 명로진 강사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For me’와 ‘For others’ 두 가지로 간명하게 정리했다. 그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신을 치유함과 동시에 이전과 다른 자신을 만들기 위해서 고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공동체적 차원에서는 고전 읽기를 통해 <논어>가 지향하는 궁극적 이상사회인 ‘대동사회(大同社會)’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나와 모두를 위해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강의를 이어 나가는 동안 청중들은 때로는 웃음을 터트리며, 때로는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이날 행사진행을 담당한 나노생명과학도서관 백수연 사서는 “밀양캠퍼스 구성원들이 하나가 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바쁜 와중에도 함께 해 준 구성원들과 좋은 강의를 해준 명로진 강사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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