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반도에 있는 많은 사람이 공포에 떨었다. 추석 연휴 직전, 경주에서 시작된 강진은 경주 지역을 강타했고, 인근 지역인 울산, 부산을 넘어 서울에서도 지진을 느꼈다는 소식들이 속출했다. 지진이 발생한 뒤, 40분이 지나 발송된 국민안전처의 재난 경보에 많은 이들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잇따른 여진에도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가 접속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다운되거나, 경보를 발생 이후 안내하는 행태는 계속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은 지진경보를 알려주는 사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도 했다.
  소식이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자 많은 사람은 여러 가지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실험의 여파,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 전쟁이 날 것이라는 추측 등이 대표적이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그 외의 인재(人災)에 대해서는 항상 일말의 가능성을 품고 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계속되는 여진에 많은 이들은 불안에 떨고, 안전을 우려했다. 우리의 교육과 시스템으로는 재난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함경북도에서도 수해가 발생했다. ‘50~60년 만에 나타난 최악의 수해’라고 한다. 유엔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4일을 기준으로 사망한 인구만 138명에 달했고, 실종한 인구는 400명이었다. 완파된 주택 1만 5,740여 채를 포함해 가옥 3만 7,000여 채가 침수되거나 파괴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식량계획(WFP), 국제적십자사(IFRC)와 같은 유엔 국제기구에서는 약 2800달러를 모금활동을 통해 확보하고, 인도적 지원을 통해 복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에서는 북핵 실험과 맞물려 수해 복구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해 복구를 지원하면 그 공이 모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이유로 통일부 대변인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반도를 휩쓴 재난에서도 진영 논리는 여전했다. 국제적십자사가 주축이 되어 국제적으로 합의한 ‘인도주의 헌장과 인도적 대응의 최소기준(Sphere project)’에서는 인도적 지원을 위해서는 인종, 종교, 성별, 나이에 따라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구호 활동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지진 대응에 있어서 비판을 받는 마당에, 국민의 북한 핵실험에 대한 반감과 불안감이 커져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선에 대한 정치적인 계산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비정부기구인 NGO의 상황도 마땅히 다르지 않다. 정부의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재난 상황에 1차적으로 투입되는 인력보다는 모금을 위한 인력이 더 많다. 사업을 위해서는 재원이 꼭 필요하지만, 자금 없이는 손발이 묶인 상태다. 또한, NGO를 운영하는데, 정부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다. NGO 본연의 애드보커시(지지) 활동도 모금 활동에 지장이 생길까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 부문은 민간 부문대로 혼란에 빠진 재난의 기간이었다. 또다시 재난이 발생하자, 많은 병폐가 되풀이됐다. 그 병폐를 개선해야만 한다. 이제부터 눈을 크게 뜨고, 이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무엇이 인간을 향한 대처와 대응인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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