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 생산기술국 최철안(기계설계공학 88, 졸업) 국장

  ‘한국 기업’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은 사람들은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들을 주로 떠올린다. 실제 3,000여 개의 대기업은 한국 전체 고용의 12%가량을 창출하는 거대 공룡들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진짜 축은 따로 있다. 약 340만 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에 고용된 1,400만 명의 사람들. ‘9988’이라는 말처럼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구호를 항상 되뇌는 이유다. 물론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기란 녹록한 일이 아니다. ‘중간에 소멸해서’ 중소기업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온다. 때문에 이런 중소기업들을 행·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청이다. 늘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고민하는 중소기업청 생산기술국 최철안(기계설계공학 88, 졸업) 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중소기업청 생산기술국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들의 창업과 경영, 성장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주는 기관이다. 우리나라에 중소기업이 340만 개 정도 된다. 엄청나게 많은 수다. 작게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에서부터 크게는 중견기업까지가 우리의 지원 대상이다. 생산기술국은 그중에서도 생산과 기술에 관련된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거나 기술과 관련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도 하고, 국내외 대학이나 연구기관들과 기술교류를 위해 협력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최신기술이 유출되거나 탈취되는 일이 잦아져서 기술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청 업무가 가지는 특성이나 의미로는 무엇이 있을까?
  같은 공무원이라도 어떤 것을 규제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힘과 권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은 기업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다 보니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특성이 다른 부처에서 공무원을 하는 것보다 생활에 보람을 주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제도를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모두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중소기업청에서 일했던 것인가?
  공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던 1992년에는 중소기업청이라는 기관이 없었다. 기술직 공무원으로 처음에는 철도청에 발령을 받았었다. 그러다 1996년 공업진흥청이 중소기업청으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합류했다. 중소기업청으로만 따지면 창설멤버인 셈이다. 이후 쭉 중소기업청에 있었다.

△그렇다면 공무원을 진로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후 사회생활을 하다 대학에 진학했다. 그때가 28살이었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보니 공부에 욕심이 많이 났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호구지책도 필요한 상황이었고 좀 여유가 있는 일이 무엇인가 찾다 보니 공무원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학부를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4학년 때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해버렸다. 그래서 직장 다니면서 기회가 되면 공부를 하겠다고 했던 게 결과적으로 계속 공무원을 하게 됐다. 그래도 야간에 학교를 다니면서 박사까지 마쳤다.

△당시 우리 학교 공과대학(이하 공대) 학생들은 주로 어떤 진로를 희망했나.
  그때만 해도 우리 학교 공대 학생이면 4학년 2학기쯤에 몇몇 기업의 추천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졸업만 하면 취직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연 열심히 공부를 했을지…(웃음).
  그래도 ‘한국과학기술원을 가서 군대를 면제 받겠다’ 뭐 이런 생각을 가진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를 했다. 공대에 정독실이 있었는데 내가 나이가 많은데도 받아주더라. 같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즐겁게 공부했다. 그때 함께 공부했던 동문 중에 모교에 교수를 하는 사람도 있고, 정부연구기관에 연구원으로 가 있기도 하고. 사회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그들이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당시에는 사회 각계로 진출하는 데 있어 우리 학교 출신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 요즘 참 안타깝게 생각되는 것이 수도권 대학이 아니면 전부 다 저평가되는 현실이다. 어쩌다 이렇게 상황이 변했는지… 그래도 우리 학교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정해서 매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그러다 보면 다른 것들은 저절로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인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정하면 열심히 하게 된다. 중소기업청에 있다 보니 창업을 꿈꾸는 젊은 학생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과 이야기를 할 때마다 늘 느끼는 바가 있다. 다들 참 부지런하다. 도움 될 만한곳은 모두 찾아다니고,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하고, 항상 고민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너무 거창한 꿈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무언가를 정해서 매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으니까 꿈을 정해 보는 게 어떨까.

△무엇을 꿈으로 삼는지도 중요할 것 같다.
  사실 요즘 학생들 너무 힘들고 불쌍하게 보인다.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 한데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이 심각한 편이긴 하지만, 이건 세계적인 추세다. 예컨대 미국 디트로이트는 20~30년 전 자동차 공업의 중심도시였다. 당시 그곳의 3대 기업에 고용된 종업원이 120만 명이었다. 지금 가장 잘 나간다는 곳은 실리콘 밸리다. 한데 거기서 큰 회사를 3개 정도 뽑아보면, 종업원이 많이 쳐도 13만 명이다. 매출 규모는 예전이랑 비슷한데 고용은 10분의 1 수준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계가 일을 하게 된다. 사람이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제는 ‘큰 공장 간다, 대기업 간다’ 이런 걸 목표로 해선 안 된다. 부모세대들은 초-중-고 명문 코스를 거쳐 좋은 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게 아니다. 여기 있으면서 소위 잘 나가는 기업체 사장들 많이 만나봤지만 제대로 된 대학을 나온 사람이 별로 없다. 대부분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기업을 키워온 스페셜 리스트들이다. 안 그래도 일자리가 부족한데 너무 속박된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 최근 인기를 끄는 스타트업 같은 것들이 다 그런 이유에서 나왔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전력으로 매진해야 한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 학교도 벌써 개교 70주년을 맞이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보나.
  여전히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대학인 것 같다. 지방분권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중심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또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의 각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알도록 해주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고 또 변하고 있다. 내가 처음 공직에 입문할 때만 해도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을 말하지 않나.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또 사회가 완전히 변화해간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기의 사고방식은 예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또 공부하는 학생들도 변화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겠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기술 발전 동향과 열정 넘치는 청년 사업가들을 모두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 있어서였을까. 최철안 국장은 인터뷰 내내 사회의 변화와 꿈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나려는 기자에게 그는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제2의 기계 시대-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라는 책이었다. ‘똑똑한 기계는 정말 우리 모두에게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줄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책은 그가 인터뷰 동안 강조했던 것들과 맞닿아 있었다. 퇴직 이후에도 연구 활동이나 기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최철안 국장. 그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다른 이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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