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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혐오표현'을 진단하다
  • 주형우 문화부장
  • 승인 2016.09.12 04:12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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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은 ‘선동’을 일으킨다

혐오라는 감정은 ‘싫어하고 미워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 의미는 현대 사회에 만연해있는 혐오적 정서와 사뭇 거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혐오를 표현하는 데에는 일종의 선동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 교수는 지난달 23일 언론중재위원회가 개최한 ‘사이버 공론장에서의 혐오와 모욕표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국제사회의 논의와 시민사회 및 학계의 논의를 종합해 ‘혐오표현(Hate Speech)’의 개념을 정의했다. 그는 ‘혐오표현은 일시적으로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소수자집단에 대한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관념이나 감정을 뜻한다’며 ‘또한 일반청중을 향해 소수자를 차별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그런 결과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누군가의 분노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것은 성별에 대한 혐오다. 국내에서 여성에 대한 혐오 정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제대군인 가산점제가 폐지된 1999년부터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후 여성부(현 여성가족부)의 출범 등으로 남성의 역차별 정서가 팽배해졌고, 뒤틀린 적대감이 여성에게 향했다는 것이다. 남성에 대한 혐오는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 즉 ‘미러링(Mirroring)’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저장소’에서 만연한 여성혐오 정서에 대해 ‘메갈리아’ 사이트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에서 실시한 혐오 관련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러한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혐오는 실제로 존재하며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던 성차별의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여성혐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혐오도 존재하고 있으나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항목모두 전체 1,039명 중 70%가 넘는 인원이 동의하고 있다.
혐오표현의 대상은 성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반유대주의나 흑인차별 등 해외에서 큰 문제가 되는 인종 혐오 정서가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다문화 사회’라는 표현은 익숙해졌다. 그러나 사회에는 아직도 외국인을 향한 혐오 정서가 만연한 상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택하고 있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는 현재 인종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한 정의 또한 내려지지 않아 이를 조사하거나 관리하는 기관도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총괄과 관계자는 ‘포커스뉴스’를 통해 ‘국내에는 인종차별이나 인종혐오 범죄에 관한 법률이 없다’면서 ‘그러다 보니 인권위 내 차별조사과에서 인종차별이나 인종혐오와 관련된 진정 들어와도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되거나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나 장애인을 향한 혐오표현 역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발표한 ‘2014 장애인 실태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76.2%(162만 명 추정)의 인원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지난 7월 일본에서는 장애인 혐오 정서로 인해 장애인시설에서 폭행·살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지금도 세계 어느 곳에서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위협받고 살해당한다’라며 ‘전 세계 어느 사회든 끊임없이 부추기는 차별과 혐오의 소용돌이를 끊지 못한다면 사회적 소수자의 일상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역시 심각하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성소수자 3,1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LGBTI(△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Bisexuality) △트랜스젠더(Transgen
der) △간성애(Intersexual)의 앞글자를 딴 단어)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1.5%가 차별이나 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지난달 16일 서울특별시에서 발생한 성소수자 혐오 범죄 사건처럼, 아직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를 점령한 혐오가 끝나지 않는 이유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 혐오 표현은 그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최근 5년간 차별·비하에 따른 심의 및 시정요구 자료’에 따르면 차별·비하 관련 현황은 2011년 △심의 35건 △시정요구 4건에 비해 2016년은 7월까지의 통계이지만, △심의 1,766건 △시정요구 1,352건으로 관련 시정 요구 건수가 매우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과거에는 지역 및 역사에 대한 비하가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여성과 남성 비하까지도 벌어지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과연 현대 사회에서 혐오 표현은 왜 줄어들지 못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혐오문화가 조장된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크게 성장한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은 이러한 혐오 문화의 조장을 유발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제외한 대중매체에서도 혐오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인원 1,071명 중 65.8%는 인터넷을 통해, 16.5%는 대중매체를 통해 혐오표현을 접하고 있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한 개인의 정서가 전체로 확장되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같은 사상 또는 흥미를 가진 이용자들이 한데 모인 커뮤니티에서 각각의 개인이 ‘나는 A가 싫다’라고 글을 올리면, 이는 곧 ‘우리는 A가 싫다’로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혐오 정서의 확산은 결국 혐오의 재생산으로 이어진다.
또한 정치인, 언론매체 등을 통해 이뤄지는 차별이 발생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일례로 2014년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당시 대표)은 ‘애 많이 낳는 순서대로 여성 비례 공천 줘야 하지 않나. 애기 안 낳으신 분들은 잘릴 것’이라는 여성혐오 표현으로 한차례 논란을 빚은 적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성소수자를 혐오하거나, 이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듯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국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동성애는 사랑이 아닙니다. 혼자 늙고 결국엔 비참해집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죽음을 앞둔 한국 초기 트랜스젠더 김유복 씨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문제는 해당 기사가 결과적으로 ‘동성애자의 말로는 비참하다’라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는 것에서 발생한다. 당시 이 기사의 보도 이후 한동안 SNS 등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비판과 지지의 입장이 갈려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특히 기사는 성정체성을 의미하는 트랜스젠더와 성적지향인 동성애를 구분하지 못하고 쓴 기사라고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혐오에 대한 규제, 딜레마에 빠지다

현재 전 세계에서 혐오 표현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규제를 통한 혐오 금지다. 유럽연합(EU)은 2008년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대응 행동에 대한 기본 결정>을 채택해 회원국들에 혐오 발언 금지를 의무화했다. 또한 지난 5월 31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 기업들과 ‘헤이트스피치 금지 행동규약(COC)'를 합의했다. 해당 협약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헤이트스피치(혐오 발언) 등 불법 게시물이 해당 SNS에 게재될 경우, 이를 24시간 이내에 삭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다수의 유럽국가에서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차별금지를 명시한 <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이외의 국가 역시 <혐오방죄방지법>이나 <인권법> 등을 마련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혐오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다. 규제로서 이를 금지하는 문제는 큰 딜레마에 빠져있다. 혐오표현을 둘러싸고 규제 옹호론과 비판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규제를 옹호하는 측은 △인간의 존엄성 파괴 △소수자들이 편견, 공포 등으로 받는 고통 △편견과 혐오의 강한 전염성으로 인한 후대 전승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규제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 역시 분명하다. △혐오표현의 범위를 쉽게 규정할 수 없다는 것 △문제의 해결방법이 법적 처벌에만 집중된다는 것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2013년 헌법재판소는 형법상의 모욕죄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청구된 헌법소원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혐오표현의 완전한 해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최종 해결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작년 4월 국제연합(UN)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 방문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 ‘인종차별’에 관한 법적 정의가 없는 점 △인종적 동기를 가진 범죄를 금지하거나 처벌할 특정 입법적 조치가 존재하지 않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다른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법의 최종 승인과 채택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 법안은 실제로 과거부터 많은 논란이 되어왔다. 사회 전반적으로 포괄적인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법에는 성소수자의 차별 금지에 대한 조항도 있었기 때문이다. 17대 국회부터 국회의원들은 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일부 기독교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여론에 막혀 결국 철회하고 말았다. 하지만 최소한으로, 특정 혐오에 대한 정의와 이로 인해 생기는 범죄의 방지를 위한 법 제정의 필요성은 절실한 상태다.
법이 제정되더라도 혐오 표현은 완벽하게 해결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이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정부, 언론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홍성수 교수는 ‘혐오표현에 대한 일정한 국가 개입은 필요하지만, 여전히 ‘사상의 자유시장’에 의한 해결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입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예컨대 인권위원회와 같은 차별 시정기구가 주도하는 해결책이 더 나은 방법이며, 아울러 국가나 시민사회의 역할도 금지하는 방식보다는 혐오표현의 피해자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주형우 문화부장  sechkiwkd11@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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