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도 채 되지 않는 경제 성장률로 대기업 모집인원은 날을 거듭할수록 최소치를 경신하고 공무원 경쟁률은 매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다양한 학과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쫓기듯 공무원과 대기업 입사라는 단일화된 직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흐름대로 대기업을 준비하였으며, 회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직무 가이드를 읽고 얼추 괜찮아 보이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직무를 정하여 마치 예전부터 갈망하던 꿈이듯, 마치 내 적성에 이것만 한 것은 없다는 자기 최면에 걸려 있었습니다. 지금도 웃긴 것이 여러 취업 스터디에서 “제가 아는 어디어디 다니는 사람이 그러던데”라며 각자 알고 있는 허황되고 확인된 것 없는 장점 가득한 정보를 내뱉으며 새로운 형태의 사이비 종교처럼 그 회사와 직무를 맹신하는 모습을 경험했습니다. 이 덕인지 운 좋게 6개월 준비 기간 끝에 대기업 R&D 부서에 26살 나이에 합격하였고 “어디든 붙여주면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었기에 입사 후 업무도 열정적으로 배웠으며, 일하는 사람들과도 쾌활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명시된 허울 좋게 소개된 직무는 도대체 누가 하는 것인지, 한 번에 진행된 적 없는 개발모델의 이슈, 매번 “다시”를 외치는 고객사 덕에 너나 할 것 없이 야근이었으며, 내가 쓴 보고서와 잘못된 클릭으로 몇억이 날아간다는 무거운 책임감, 타 부서 사람들과 업무 진행에서 발생하는 부서 이기주의로 매일 같이 감정 소비를 하는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직급이 올라가면 나아질 거라는 생각은 저보다 더 많은 일을 하시는 책임님과 새벽에 퇴근하시는 선임님, 주말도 출근하는 주임님을 보면서 무너졌습니다. 
 
  언제부턴가 제 삶보다는 회사라는 삶을 대신 살아주고 있음을 강하게 느꼈고 확실했어야 할 꿈에 대한 설계 없이, 안일하게 생각한 직업과 일의 의미로 보람과 생동감 없는 채 청춘을 보내고 있었으며, 추억 없이 그렇게 시간 가는 대로 30, 40대의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30살 전에 좋은 직장이 있어야만 한다는 압박감과 맹목적이며 흐름대로 선택한 이 직업을 결국 더 나은 삶을 위해 퇴사를 결정하였고 그 후 국내와 해외를 다니며 사회 각 방면에 활동하고 있는 작가, 강사, 사업가, 여행객 등을 만나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는 동시에 저와 같은 상황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처지에 놓인, 저와 같은 많은 친구들이 있을 것이며, 이 글을 읽어도 다음 날이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현 상황에 적응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돈을 번다는 것이 성공하였고, 이루었다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도 도전하며 지내지만 많은 돈을 받으며 부러움을 샀던 꿈과 목표 없이 지냈던 그때와는 달리 행복과 기대되는 내일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업에 실패하여 돈을 잃는 경제적, 심적 아픔보다 각자가 주인공이어야 할 본인들의 인생에서 꿈과 목표 없는 맹목적인 흐름에 맞추어 삶을 영위하는 것이야말로 완벽한 실패라 생각됩니다.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모든 청춘들이 각자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고 정확한 설계를 하였으면 하는 바람과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용기와 변화는 반드시 필요함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틀린 길과 늦은 길은 없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두가 멋진 청춘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For the 청춘!
 
이석태(물리학 석박사통합과정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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