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와 같은 일상용 소품이나 건물옥상에 있는 태양광 패널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지금, 태양광 발전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는 태양전지들의 광전환 효율은 어느 정도일까? 작동원리에 따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태양전지의 효율은 10~2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태양전지의 효율은 내부적인 에너지 손실에도 기인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입사되는 태양광을 태양전지가 100%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류를 막론하고, 태양전지가 구동하기 위해서는 태양전지 내부에 존재하는 광자(Photon) 수용체의 특정 에너지보다 높은 에너지의 광자가 조사되어야 한다. 하지만 넓은 에너지 범위를 가지는 태양광 스펙트럼 중 이를 만족시키는 광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에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은 보다 넓은 에너지 범위의 광자를 흡수할 수 있도록 광자 수용체를 개질하는 연구에 주력해 왔다.

 
  광에너지 상향전환(Upconversion) (이하 UC) 기술은, 태양전지에 흡수되지 못하고 손실되는 낮은 에너지의 광자들을 융합시켜 높은 에너지의 광자로 변환시키는 기술로써, 태양전지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있어 기존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접근법을 제시한다. 광자 수용체의 개질을 통한 태양전지 효율 향상이 한계에 부딪혔다면, 입사되는 광자 자체의 에너지를 상향 변환시켜 보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UC는 자연적으로는 발생하기 힘든 매우 특이한 발광현상이며, 필자의 주 연구분야인 삼중항-삼중항 소멸(Triplet-Triplet annihilation)에 의한 UC는 국내에서 고작 한두 팀에 의해 연구되고 있을 정도로 매우 생소한 연구 분야이다. 
 
  지금은 많이 없어진 듯하지만, 예전 노래방 중에는 방 안에 푸르스름한 빛이 돌고,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에서 빛이 나는 듯한 효과를 주는 곳이 많이 있었다. 이는 방 안 어딘가에 숨겨진 약한 자외선 램프가 옷에 있는 형광물질을 여기(Excitation)시켜 빛을 내는 것으로 형광등, 네온사인, 예전 브라운관 TV 등도 모두 비슷한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즉, 짧은 파장의 자외선(높은 에너지)을 흡수하여 긴 파장의 가시광선(낮은 에너지)을 생성해내는 것은 열역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총칭하여 스톡스 발광(Stokes Emission)이라 부른다. 
 
  UC 현상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스톡스 발광현상의 정반대 결과를 보여주며, 혹자는 이를 안티-스톡스 발광(Anti-Stokes Emiss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UC 기술을 이용하면 긴 파장의 광자들로부터 짧은 파장의 광자를 생산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적외선 영역의 빛을 가시광선으로, 혹은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자외선으로 변환시킬 수도 있다.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UC 현상은, 이러한 발광특성이 단일 광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2개 이상의 광자 에너지를 융합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태양전지에 활용되지 못하고 손실되는 태양광 중 일부만이라도 UC에 의해 활용가능한 광자로 전환할 수 있다면, 이는 태양전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UC 기술은 기존 태양전지의 구조와 소재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적용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비단 태양전지 뿐 아니라 물분해, 광학 이미징 기술, 고감도 광학센서, OLED, 위조방지 기술 등 광화학기반 기술에 폭넓은 적용이 가능하다. 많은 연구자들은 아직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소재개발에 매진하고 있고, 이는 분명히 의미 있는 연구이다.하지만 잠시 눈을 돌려 태양광을 좀 더 ‘공격적’으로 이용하는 새로운 에너지 활용법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재혁(환경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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