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요즘 회자되는 우리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청춘들에게 맞닥뜨린 취업절벽, 다행히 취업했다 하더라도 결국은 잘리고 말 것이라는 공포와 불안정성,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다. 그래서 청춘들은 우리 사회를 아무리 ‘노오력’해도 해결책이 없는 ‘노답 사회’, ‘선망(亡)국’ 혹은 ‘망한민국’으로 읽는다. 스스로를 ‘수저론’에 가두고 ‘잉여’, ‘벌레’ 등의 ‘탈존’적 존재로, 자신의 인생서사가 이미 기-승-전-‘병’으로 설정되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 여긴다.
이처럼 ‘심정적 난민’이 되어버린 청춘들이 그래도 놓을 수 없는 유일한 희망의 끈은 일단 학점을 잘 받고, 좋은 인턴 등의 품격 높은 스펙을 쌓아 취업하는 것이다. 입사하자마자 당장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인이 되라고 사회와 기업이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이에 발맞추어 각종 사업과 지원금을 빌미로 기업과 자본 친화적인 교육을 대학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사회의 상황은 어떤가?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제 4차 산업혁명이 닥쳐 기존 직업의 상당수가 사라지고 기존에 없던 새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라 한다. 5년 안에 71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사라지고, 10년 안에 로봇이 현재의 일 45%를 대신할 것이라 전망했다. 결국 현재 일곱 살인 전 세계 어린이의 65%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일을 할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의문해 보아야 한다. 지금 존재하는 직업만을 위한 교육은 정당한가? 만약 정당하다면 현재의 기득권층은 청춘을, 당장은 필요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가차 없이 내다버릴, 그야말로 일개 소모품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그래서 대학을 그 소모품 생산 공장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대학과 청춘들도 의문해 보아야 한다. 결국 취업해서 일하는 시간 이외의 나머지 시간에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가르치고 배울 필요는 없는가?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지만, 이제는 개인의 일하는 시간 또한 대폭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워야할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장은 ‘노답’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학교는 취업을 위한 전공교과 이외의 다양한 비교과 활동과 제대로 된 교양교육을 통해 청춘들이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준비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2017학년도 교육과정 개편과 운영은 그만큼 중요하다 할 것이다. 청춘들은 ‘헬조선’과 같은 담론을 소비하면서 스스로 그 속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학교가 마련한, 경제적 부담이 없는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들을 잘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독서, 토론, 글쓰기 관련 프로그램은 자아탐구를 통한 건강한 삶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당장의 취업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미래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역량들이다. 결국 우리의 청춘들은 ‘헬조선’의 거대자본이라는 기계에 잠깐 사용되고 버림당해야 하는 소모품이 아니라, ‘헤븐 조선’을 위한 유일한 미래임을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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