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수비진의 빈틈을 뚫고 공격수들이 골대 앞까지 다다랐다. 서서히 속도를 낮춰, 넘겨받은 공을 멈추고 오른발을 뒤로 젖힌다. 그의 발끝만 바라보던 관중은 숨을 죽였다. 골키퍼와 선수가 1:1 긴장 상태에 놓인 그 순간, 경기장에 ‘삐익-’하고 호각 소리가 울렸다. 주심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린 것이다.
축구는 여러 번 규칙을 바꾸며 발전을 거듭했다. 오프사이드 규칙도 그 중 하나다. 이를 없애자는 팬들도 일부 있지만, 폐지하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오프사이드 규칙이 없다면 경기가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 덩치가 큰 공격수들이 상대 진영의 골문 앞에만 머무르거나, 한 게임에서 수십 번의 골이 나오는 지루한 스포츠로 변할지도 모른다.
오프사이드 반칙은 현실에서도 벌어진다. 당선 후에도 6개월간 벤치에 있다가, 최근 3개월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우리 학교 전호환 총장. 갓 등판한 선수의 위력은 거세다. 취임식에서부터 밝힌 ‘부산지역 국립 연합대학 체제안’에서부터 그의 큰 포부가 느껴진다. 벤치 시절 그라운드에서의 뜀박질을 얼마나 갈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를 견제할 상대편이 다가올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전호환 총장은 기호지세로 골문을 향해가고 있었다.
지난달 22일 ‘연합대학추진 위해 학내구성원과 소통할 것’(<부대신문> 제1526호(2016년 8월 29일자) 참조) 인터뷰 기사를 위해 전호환 총장을 만났다. 이유는 몰라도, 당초 약속한 장소에는 총장 외에도 기획처장, 학생처장, 홍보실 직원까지 총 4명이 앉아 인터뷰를 참관했다. 70여 분의 인터뷰동안 그가 초지일관으로 강조했던 말이 있다. “연합대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된 상태는 아니다. 단지 비전을 밝히고 계획을 알릴뿐. 이런 상태에서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것은 시기상조 아닌가”.
정말로 단지 ‘비전’을 밝혔을 뿐일까? 실제로는 이미 그 비전을 실행시키기 위해 실무자들 차원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업 대상 대학의 실무자들끼리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 진 적도 있다. 지난 7월 22일에는 거점 국립대학 총장협의회에서 해당 사업에 대해 브리핑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는 7일, 총장은 우리 학교에서 열리는 ‘UCN 프레지던트 서밋’ 회의에서도 해당 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 밝혔다.
총장에게 물었다. 학생들의 극심한 반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는 “학생들이 미리 소통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억울한 듯 말했다. 그러나 구성원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 주체는 사업을 추진자인 총장이다. 다른 대학 총장이나 실무자와 논의하기 전에 공론장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총학생회가 나서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투표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백한 오프사이드다. 대내적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기도 전, 대외적인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말이다. 물론 선수가 공을 몰고 가는 것은 당연하다. 총장이 학교 사업을 위해 몰두하는 것 자체도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반칙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선수는 억울한 듯 주심을 쳐다보지만, 그를 지켜보는 이들은 단호히 외친다. ‘옵-싸아이드’.

신지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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