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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보조인의 하루 그 발걸음을 따라가다
  • 손지영 기자
  • 승인 2016.08.28 04:28
  • 호수 1526
  • 댓글 0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 한규선 씨에게 온 전화를 대신 받는 활동보조인 김금녀 씨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누가 도와주나요?

지난 23일, ‘내년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수가’가 9,000원으로 동결됐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현재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이 법정수당을 챙겨 받지 못해,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수가인상은 요원하다.
과연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의 처우는 개선될 수 있을까?

 

하루 24시간 함께 지내며 장애인 보조
밤에도 뜬 눈으로 지새워…
경찰 취조 받으며 모욕적 발언 듣기도

 

지난 24일에 찾은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A 아파트. 이곳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 김금녀(인천시, 60) 씨와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 한규선(경기도 김포시, 54) 씨를 만났다. 김금녀 씨는 6년 째 한규선 씨의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다. 1급 뇌병변장애인인 한규선 씨는 인지능력은 있지만,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두 사람은 16년 전 김포시에 위치한 요양병원에서 처음 만났다. 김금녀 씨는 한규선 씨와 ‘이용자-활동보조인’보다는 ‘누나-동생’ 같은 사이라고 말한다. 김금녀 씨가 활동보조로 일하는 시간은 일주일 중 4일 96시간이며, 활동보조를 하는 동안은 한규선 씨의 집에 마련된 방에서 지낸다.

청소로 시작되는 하루 일과
이른 아침부터 김금녀 씨는 한규선 씨의 집을 정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분리수거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더니 곧바로 나갈 준비를 한다. 최근 당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한규선 씨와 한방병원을 가기 위해서다. 그녀는 “규선 씨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외부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어요. 다른 때면 지금 집에 안계세요. (규선 씨는) 경기장애인인권센터 '품'의 센터장이시고,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처음 만든 사람이에요. 집회가 있거나 하면 나가서 밤을 새우는 일도 있어요. 요즘은 몸이 아파서 쉬는 중이죠”라고 설명했다. 한규선 씨가 쉬니 본인도 같이 쉴 수 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김금녀 씨가 전동휠체어를 탄 한규선 씨에게 능숙하게 양말을 신기고 나갈 채비를 했다. 나가기 전 가방 속에 바우처 단말기가 잘 들어있는지 확인한다. 활동보조 일을 하는 중엔 △바우처 단말기 △활동보조인 휴대폰 △이용자 휴대폰이 500m 이상 떨어져선 안 된다. “김포경찰서에서 이 세 개를 안가지고 다니면 불법이래요. 그래서 집 앞 병원을 가더라도 다 챙겨요. 규선 씨 폰이랑 내 폰이 떨어지면 나중에 의심받을 수 있거든요. 이런 게 문제가 돼서 김포경찰서에 소환을 당했었어요”.

   
지난 24일,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난 후 김금녀씨와 한규선 씨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병원부터 장보기까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두 사람
아파트를 나선지 얼마 안 돼서 두 갈래 길이 나오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각자가 가고 싶은 길을 간다. 항상 같이 붙어있어야 하지 않냐고 물으니 “저는 도와달라고 할 때만 도와 드려요. 멀리 떨어져서 안 보이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 제 눈에 보이기만 하면 돼요. 가끔 장애인들이 혼자 길을 가면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규선 씨가 얘기하고, 저는 규선 씨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줘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가끔 너무 심하다 싶으면 한규선 씨도 화가 나서 맞받아친다고 한다.
오전 9시 50분 경, 집 주변 한방병원에 도착했다. 3~40분의 진료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김금녀 씨는 한규선 씨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규선 씨가 집에 있으면 화장실 갈 때만 들어주면 되는데, 병원에 누워있으니 이동할 때마다 힘겹게 들어서 옮겨야 했어요. 지난달에는 허리가 너무 아팠죠.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까 진지하게 고민도 많이 해요. 하지만 일을 해야만 생계가 유지 되는 게 현실이잖아요. 그래도 옛날에 비해 힘이 많이 부쳐요”.
한규선 씨의 진료가 끝나고 두 사람은 다시 부지런히 걸어서 면사무소에 간다. 한규선 씨의 활동지원서비스 갱신 신청을 하기 위해서다. 1층에 위치한 민원실에 들어가니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김금녀 씨는 한규선 씨의 옆에 앉아 한규선 씨가 작성해야 할 서류들을 대신 작성해줬고, 장애인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쓰레기봉투를 받아들고 다시금 길을 나섰다. 낮에 방문할 손님들이 맞이하기 위해 장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마트로 향하는 길, 횡단보도가 나오자 김금녀 씨는 특히 더 조심했다. 지난번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돌진해온 차에 한규선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장애인들은 가끔씩 일시적으로 몸에 마비가 와 행동을 멈추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라며 “이렇게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마비가 오면 정말 위험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 사이 손님들이 왔다. 현재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진수 씨와 그의 활동보조인 최병선 씨, 그리고 인근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 정기영 씨가 놀러온 것이다. 이들은 평소 한규선 씨와 자주 교류하며 지내는 동료들이다. 마트에서 사온 삼겹살을 먹으며 손님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정기영 씨의 어린 딸에게 연락이 왔다. 피아노 학원이 끝났는데 데리러 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김금녀 씨는 피아노 학원이 집에서 500m가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자신이 데리러 가겠다고 말했다. 한규선 씨와 잠시 떨어지더라도 거동이 불편한 정기영 씨를 혼자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다.

“활동보조 일을 하다보면 비참할 때도 많아요…”
손님의 딸을 데리러 가는 길. 기자가 평소에도 이런 부탁을 자주 하냐고 물으니 “이렇게 멀리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라고 답했다. 이윽고 김금녀 씨는 활동보조인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녀는 “원래 저렇게 장애인들끼리 모여 있으면 이용자가 따로 없어요. 그냥 시키면 들어줘야 해요. 다른 장애인의 집에 가면 설거지도 하고 밥도 차려주고 해요”라고 말했다. 김금녀 씨는 일부 장애인들이 남의 활동보조인을 막 부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장애인들이 항상 비장애인에게 차별 당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들도 비장애인을 차별해요. 장애인들이 모이면 비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아요. 장애인들이 모인 곳에 가면 활동보조인은 막말로 종처럼 딸려오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규선 씨와 함께 다니다보면 참 비참한 일이 많아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한규선 씨는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아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금녀 씨는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제 남편이 몇 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장애인이 됐어요. 그런 남편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려면 일을 그만둘 수 없어요. 활동보조인은 수가가 너무 적어서 보통 이 일로 생계유지를 하기 힘든데, 저는 이게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나이가 많아서 요양병원 같은 데에서는 받아주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김금녀 씨는 올해 초에 김포경찰서에 소환 당했을 때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그녀는 4시간 동안 취조를 당하면서 들은 경찰관의 막말을 생각하면 아직도 속상하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활동보조인들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어떻게 남의 남자 몸을 만질 수가 있냐’, ‘아무리 장애인이라도 어떻게 남의 남자 집에서 잠을 자냐’는 둥의 말을 하길래 너무 슬펐어요. 그 때는 ‘내가 정말 할 일이 이거밖에 없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니까요”라고 말하는 김금녀 씨는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

“활동보조인은 절대 밤에 편히 잠들 수 없어요”
오후 4시, 손님들은 모두 돌아가고 김금녀 씨는 뒷정리와 미뤄뒀던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그동안 한규선 씨는 TV를 틀고 영화를 본다. 한규선 씨가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에도 김금녀 씨는 쉴 틈 없이 움직인다. 이제 잠들 때까지 휴식시간이니 쉬엄쉬엄할 법도 한데, 계속 집안을 돌아다니며 일을 쉬지 않는다. 그러던 중, 8시간마다 바우처 카드를 바우처 단말기에 긁어야 하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 김금녀 씨는 8시간 12분이 지난것을 알고 다급하게 바우처 단말기를 찾아서 근무시간을 기록했다.
한규선 씨의 수면시간은 밤 12시쯤부터 아침 6시. 김금녀 씨는 김포경찰서에서 ‘활동보조인도 밤에 잠을 자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억울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가 활동보조로 일하는 날에는 밤에 절대 편히 잠들 수 없다. 새벽 사이에 두세 번 정도 한규선 씨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면 도와줘야하고, 비염이 심한 한규선 씨가 가끔 숨을 못 쉬고 컥컥거릴 때가 있기 때문에 항상 귀를 열어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혼자 몸을 뒤적이지 못하는 한규선 씨를 두 시간에 한 번씩 돌려 눕혀줘야 한다. 김금녀 씨는 “잘 때는 방이 따로 있어서 저쪽 방에서 규선 씨가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 해요.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혹시 위험할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밤을 지새워야하죠”라고 말했다. 밖으로 나오는 길, 김금녀 씨의 방은 오래도록 불이 켜져 있었다.

손지영 기자  sonmom@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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