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역사책에 남을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이 있었다. 나도 세기의 대국을 기사로 미리 접하였고 여러 가지 인공지능들을 접해본 경험으로 미루어 알파고의 완패를 예상했다. 다른 보드게임들과 달리 바둑은 그 수가 무궁무진하고 추상적이기에 아직 컴퓨터가 침범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1승 4패의 대국결과는 심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대학원생으로서는 우리나라의 연구자들도 충분히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었음에도 우리가 하지 못했음에 아쉬움을 느꼈다. 왜냐하면 알파고를 구현하는 병렬 컴퓨팅 기술은 내가 이미 4년 전에 접했고 실제 연구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다시 하면 이미 우리나라의 수많은 공학자는 알파고를 개발하기 위한 충분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글처럼 본격적으로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알파고와 같은 기술 및 과학의 패러다임을 가져갈 수 있을까? 첫째는 뛰어난 연구 역량을 가진 연구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연구능력을 가진 연구자들이 많다. 문제는 이러한 인력들이 지속해서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인력들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의 근로조건, 복지 등의 대우를 잘 해주면 된다. 이렇게 국내에 축적된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우리가 알파고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둘째,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2월 미국의 LIGO(The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에서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유산인 중력파를 검출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발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력파 검출 시설은 내부가 진공으로 되어있는 길이 4km 지름 1.2m의 다리 시설 2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설의 건설비용만 해도 수천억 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그들도 중력파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처럼 기초과학 연구는 정부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스페이스X의 우주 발사체 회수 등의 상업적으로 중요한 기술들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므로 미래 기술개발에서는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연구의 상업적인 면보다는 학문적이고 잠재적인 파급력을 보아야 한다. 당장 이 연구가 ‘얼마의 경제적인 효과를 일으킬 것인가’보다는 ‘이 연구가 학문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였고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는지’ 그리고 ‘다른 학자들이 앞으로 연구하는 것에 대하여 이 연구가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처음 발표했을 때 모든 사람은 뉴턴 이론의 허점을 지적한 것에 주목하였지 상대성 이론이 얼마나 돈이 될 것인가에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론은 오늘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등 우리 생활의 모든 곳에 적용되며 우리의 모든 삶을 바꾸어 놓았다. 이처럼 좋은 연구 중에 그 상업적인 파급효과를 알아차리기 힘든 연구들이 많이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이 급변하는 것을 느낀다. 몇 개월마다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기술의 패러다임도 변해가는 것이 보인다. 나는 늘 그 변화를 주도하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정부, 기업, 연구자들이 더 먼 미래를 보고 연구개발을 한다면 우리나라도 충분히 과학기술 강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 급변하는 시대에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김진석(전기컴퓨터공학 석박사통합과정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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