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 NGO를 통해 캄보디아 시엠립에 일주일간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캄보디아 최대의 관광명소인 시엠립에서 2시간가량 달려가면 클랑하이 초등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제대로 된 식수 시설을 찾아보기 힘든 마을에 위치한 학교였다. 나무로 지어진 집들 사이에 우두커니 세워진 콘크리트로 세워진 학교였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웃으며 봉사 단원 주위로 몰려들었다. 눈부신 햇살을 피해 고개를 땅으로 향하자, 신발을 신지 않은 자그마한 발들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준비해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면 캄보디아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말썽을 부렸다. 스콜(열대지방의 소나기)이 자주 나타나면서 전기가 없는 교실은 이내 깜깜해졌다. 바람이 불면 고정되지 않는 창문은 제멋대로 나부껴, 창문으로 들어오던 한 줄기 빛마저 가리기 일쑤였다. 통풍마저 잘 되지 않아 실내의 온도가 더 높았다. 심지어 창문이 페인트 칠 때문에 열리지 않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실로 쓰여야 할 곳도 창고로 쓰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비가 오면 귀가해버렸다.
  이 학교는 학부모가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지도한다. 건물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지원은 이뤄졌지만, 정작 콘텐츠나 생활환경 개선 등에 대한 지원은 부족했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멀게는 1시간 반 가량을 자전거나 도보로 왔다 갔다 해야 했다. 학교와 함께 지어진 화장실이 있지만, 문이 닫히면 깜깜했기 때문에 봉사단과 학생들 대부분은 화장실에 가지 않고 다른 곳에서 용변을 보기도 했다. 학교 벽면에는 이 건물이 지난해 한국인에 의해 지어졌다는 것을 알리는 문구가 있었다. 불과 한 해가 지났을 뿐인데… 앞으로의 일은 더 불 보듯 뻔하게 보였다.
  필자의 눈에는 이 사례가 한국 공적개발원조 방식의 문제점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은 ‘수여국에서 공여국이 된 전 세계의 유일한 국가’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지난 시간 여러 공여국이 경험한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초기에는 공여국 중심의 의사결정과 실행이 이뤄졌고, 이에 대한 반성의 분위기가 국제 사회에 형성됐다. 학교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지속 가능성과 환경, 지역 경제와 지역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아직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민간 차원에서도 여전히 국제 협력에 대해 서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수혜자를 불쌍한 사람이라고 낙인을 찍거나, 인간적 존엄성을 고려하지 않은 마켓팅, 획일화 전략은 우리의 선의를 흐리게 만든다. 실제로 선의로 투입된 자본이 지역의 경제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일례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새마을 운동을 국제 개발 협력에 적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개발 사례인 새마을운동’ 모델을 다른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면서, 문화를 고려하지 않는 적용으로 적합성과 정치적인 민감성에 대해 문제 제기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선의로 행하더라도 결과가 반드시 좋지는 않다는 것. 조금 더 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개인은 소중한 가치를 배울 수 있고, 국가는 인도주의적 의무에 충실하기 위한다는 목적과 목표가 있지만 이것이 비단 자기 위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선의가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고, 생계를 무너뜨리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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