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어렵다보니 대학생들은 대학 내내 전공에 부전공 내지 복수전공을 더하고, 그것도 모자라 온갖 스펙을 쌓느라 사력을 다한다. 그 스펙이라는 것이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실무적인 것이 대부분이라, 토익점수, 갖가지 컴퓨터기술, 한자급수와 같은 자격증, 인턴과 봉사경력 등 다양하다.
  유난히 실무능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것과 동떨어져 보이는 대학 커리큘럼은 현실을 무시한 교육정책이라 비난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마음이 급한 학생들과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기업체와 일부 교육자들까지 당장 활용 못할 교양교육의 무용론을 들고 나온다. 기술이 분화하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이 논란은 거듭돼왔다. 그렇다고 세계의 대다수 종합대학들이 교양교육을 폐기한다는 소식은 못 들었다. 물론 교양교육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과학과 공학에 관한 주제를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와 형태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그렇다고 해도 교양교육의 큰 기조는 인문학적 자질의 함양에 있음은 당연하다.
  최근 십여 년 동안 IT기술에 기반을 둔 생활도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 도구들이 이제는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 그에 따라 당연히 생활방식도 많이 변하고 있다. 이런 IT기술에 가장 민감한 것이 젊은이들이고, 빨리 적응하는 것도 이들이다. 대학교육도 이들의 이런 성향에 맞추느라 변해온 것이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많은 수업에 PPT를 활용한 시각교육의 도입이다. 물론 이런 수업이 여러 점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수업이 이미지수업을 도입할 수는 없는 노릇임에도 진부하고 지루하다는 누명을 쓰지 않으려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 결과 학생들의 이해력과 사고력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지금의 대학생들이 예전의 대학생들에 비해 활자만으로 된 문학작품이나 철학서적, 예술서적을 얼마나 잘 읽을 수 있는가? 시각적 효과에 익숙한 많은 학생들이 그림 한 장 없는 교양서적 앞에서 난감해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면, 이런 지적탐구를 도외시한 대학교육이 얼마나 충실하겠는가?
  교육현장의 이런 흐름에 대해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있다. 성균관대학의 최명원 교수가 진행한 한 실험연구인데, 지금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또 교육에도 활용하는 SNS매체에 대한 리콜 수행능력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 연구에 따르면 “SNS로 시를 읽은 학생들은 종이 인쇄물로 시를 읽은 집단과의 비교에서는 물론, 다른 텍스트들과의 비교에서도 가장 낮은 수행능력을 보였다. 단 열 줄에 불과한 짧은 글이었음에도”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리고 “전체적인 실험결과는 SNS를 매체로 텍스트를 제공했을 경우, 학생들이 텍스트들을 읽은 것(reading)이 아니라 그냥 본 것(seeing)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다산포럼 제 818호)”라고 결론짓는다.
  이 수행연구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학수업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전읽기’라는 교양교육의 중요성이 재차 확인되기 때문이다. 첨단 기자재를 수업에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독서능력을 키우는 교양교육이야말로 지식인으로 거듭날 대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익혀야할 습관이기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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