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의 벽을 허무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은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IoT) △빅데이터 (Big Data)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AI) 등의 관련 기술과 함께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미래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 기술이자 새로운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16년 초반은 알파 고(Alpha Go)로 인해 인공지능의 실용화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며, 연이어 포켓몬 고(Pokemon Go)로 인해 VR/AR의 실용화/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7월 초 발표한 ‘포켓몬 고’는 불과 2주 만에 이용 시간 기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대표적인 서비스를 앞서는 신기록을 세우며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위치기반 VR/AR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포켓몬 고’를 즐기기 위해 길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아 이런 것이 VR/AR 서비스구나’라는 것을 체감하면서 VR/AR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준비를 스스로 하게 된 점은 주목할 만한 큰 사건이다.
  VR/AR은 2016년 대중화 원년을 거쳐 마침내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먼저 VR은 1990년대에 미국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기대에 도달하지 못한 채 1990년대 후반 관심에서 멀어진 과거가 있다. 또한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잠깐 주목받던 AR도 금방 사라진 경험이 있고, 안경형 AR은 아직은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아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VR/AR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2020년경에는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더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인텔 △아마존 △소니 △HTC △삼성 △LG △SKT △KT 등 선진 ICT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적절한 가격에 필요한 성능을 갖춘 안경형 디스플레이의 개발과 함께 다양한 VR/AR 응용에 필요한 관련 입출력 장치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성숙되고 있고, 적절한 가격대에 활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시의적절한 응용과 콘텐츠가 함께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등 주변 여건도 함께 성숙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VR/AR을 콘텐츠의 관점이 아닌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모두 담아내는 미디어의 관점에서 VR/AR 생태계 구축과 활성화 노력이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가상세계, 현실로 확장되다

  그런데 최근 실용화/상용화를 논의하면서 VR과 AR을 구분하고 경계를 짓거나 선택의 문제로 접근하는 흐름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선택이나 경쟁의 관점에서 보기보다는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AR은 VR을 현실에서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VR이 가상세계에서 감각을 확장하는 도구라면 AR은 현실 공간에서 지적 능력이나 사회적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라는 점을 고려한 상호보완적 활용이 필요하다. 먼저 VR이란 무엇인가? 1980년대 중반 재론 래니어(Jaron Lanier)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한 VR의 세 가지 핵심 요소는 1.컴퓨터로 ‘상상(Imagination)의 세상이나 콘텐츠’를 실감 나게 만들어 2.사용자에게 ‘몰입감(Immersion)’을 느끼게 하면서 3.가상의 감각(△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운동감 등)을 통해 ‘상호작용(Interaction)’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1990년대 초반 보잉사의 토마스 코델(Thomas P. Caudell)에 의해 소개된 AR은 VR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재로 관련된 부가정보나 가상의 콘텐츠를 현실에서 경험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등장하였는데, 현실 공간에 가상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동하고 3차원적으로 결합하여 현실을 시공간적으로 확장하는 방안이다. 한편 1994년 Toronto 대학의 폴 밀그램(Paul Milgram) 교수 등이 가상-증강현실-증강가상-가상을 분리할 수 없는 현실-가상 연속계(Reality-Virtuality Continuum)를 통해 설명하였고, 1997년 로날드 아주마(Ronald Azuma) 등이 △가상과 현실의 연동(Combines the real and the virtual) △실시간 상호작용(Interactive in real-time) △3차원 결합(Register in 3D) 등 증강현실 필수 요소를 정의하였다. 즉 증강현실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유기적으로 연동하고 3차원적으로 결합한 ‘확장된 현실’이기 때문에 증강현실의 뿌리는 컴퓨터가 만든 가상세계에서의 몰입과 상호작용을 다루는 가상현실이다. 다만 가상현실이 현실과 단절된 가상세계에서의 몰입과 상호작용을 강조한 반면, 증강현실은 현실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확장세계에서의 지능적 증강과 직접적 상호작용을 강조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있는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 상용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일상생활에 내려앉은 증강현실

  증강현실은 현실 공간을 직접 미디어로 활용하므로 가상세계 구성을 위한 3차원 모델링과 렌더링의 부담을 줄인 반면, 사용자의 이동과 주변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실시간 정보나 콘텐츠를 적응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실내외 활용을 위해서는 거리나 건물 등의 관심 장소(PoI: Place of Interest) 또는 관심객체(OoI: Object of Interest)를 카메라로 비추어 인식하고 기준 좌표계를 설정하고 추적하는 것이 첫 단계이다. 이로부터 카메라의 상대적 좌표를 계산하고 관심 장소 또는 관심객체와 ‘연관된 또는 필요한’ 디지털 정보나 가상 콘텐츠를 필터링하여 덧붙인다. 이때 가상의 정보나 콘텐츠는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등 오감을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증강현실 요소기술은 크게 △가상/증강현실 실현을 위한 현실 세계 인지 및 가상화 △스토리 기반 실감 콘텐츠 제작 △실감 증강(위치 센싱·객체 인식 및 추적·가상객체 렌더링) △실감 상호작용 및 협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추가로 사용자에게 시간, 공간, 사회적으로 관련 있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맥락을 인지(Context-aware)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사물인터넷과 연동되는 눈치 있는 증강현실을 일상생활 속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단말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안경형(또는 착용형) 디스플레이 △현실 세계에 가상의 세계를 중첩하기 위한 3D 지도기반 실시간 사용자 위치 추적 △정량적 자아 △환경 및 사용자 맥락인지 △지능에이전트 등 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마트 I/O 디바이스 △서비스 플랫폼 △네트웍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자율주행 등의 관련 기술을 증강휴먼 플랫폼의 관점에서 연계 활용도 필요하다. 나아가 VR/AR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웍-디바이스 (CPND: Content, Platform, Network, Device) 전반의 통합적인 △표준화 △서비스 BM 개발 △서비스 기반 구축 △실증 등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인지 부조화에 따른 안정성 검증이나 과몰입, 가상과 현실의 혼동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사회적 고립/소외, 리셋/리플리 증후군 등) 예방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VR과 AR이 가져다 줄 미래의 모습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미래에는 시공간의 한계가 사라지고 사람들의 육체적 능력 확장이 가능하게 된다. VR/AR은 2020년을 전후로 △군사 △의료 △제조 △재난 △교육과 훈련 외에도 △광고 △커머스 △게임과 놀이 △문화유산 △전시 △공연 △관광 △스포츠 등 일상생활 속으로 확산되고, 변화하는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적응적으로 개인화된 정보나 콘텐츠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용자의 요구 외에도 지식수준이나 경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고 재구성하여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능형 서비스를 통해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지털 정보나 콘텐츠를 아바타로 확장하면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과 마치 한자리에 있는 것처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협력하는 SF소설 속 한 장면도 체험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친구, 동료 등을 내 눈앞으로 직접 불러와 보다 실감 나고 현장감 넘치는 놀이나 교육, 회의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 우주 등 직접 갈 수 없는 곳을 가거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다양한 응용법도 생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난이 발생한 경우, 현지 사물인터넷의 센싱정보와 함께 SNS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사용자의 대응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 대기 오염이나 방사능 오염의 농도, 지진이나 수해의 피해 상황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현실 세계에 증강하면 최적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사용자를 지원할 수 있다. 지진이나 화재의 경우 가상의 화염이나 연기, 사람들의 피난 행동 등 예측 시뮬레이션 결과를 현실 세계에서 증강하여 소방관의 활동이나 일반인 피난유도 훈련에 활용할 수 있다. 태풍이나 홍수 등의 풍수해의 경우 △침수 △단전 △정전 등을 예측하여 피난을 유도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신종 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 재난 상황에서 확산 경로 예측을 현실 세계에 직접 재현할 수도 있고, 대응책을 직접 제시하거나 마련하여 대피 유도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VR/AR이 만들고 있는 미래의 변화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또 VR/AR이 소셜미디어로 자리잡은 미래의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모든 기능을 컴퓨터에 의존하는 무기력한 중독자의 모습일까? 아니면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처럼 VR/AR 기술을 활용하여 감각과 능력을 강화하거나 확장하여 정보, 지식, 경험 등을 공유하고 사회적으로 교류하는 증강휴먼(Augmented Human) 의 모습일까? 인간-가상-현실 등이 공존하고 시공간의 한계가 사라지는 미래, 이왕이면 정보와 지식, 경험 등을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사람들의 ‘지적, 육체적, 사회적 능력을 확장하는 증강휴먼’의 시대가 되도록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 본 글은 UVR연구실에서 출판한 조사보고서와 개념소개 논문에서 발췌, 수정보완 하였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