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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거 문제의 축소판, 삼수이포에 가다

홍콩의 화려함이 한 꺼풀 걷힌 이 곳. 지난 19일 <부대신문>은 홍콩의 삼수이포 지역을 찾았다. 삼수이포는 홍콩에서도 가장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그들이 온전한 집 한 채를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MTR(홍콩의 도시철도) 삼수이포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 지상으로 채 올라가기도 전에 이곳의 주거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광경이 한눈에 드러났다. 아무렇지 않게 이곳을 집삼아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흔적들. 오후 2시 반, 한낮이라 그런지 사람은 없고 이불가지만 있을 뿐이었다.

천정부지 전세금과 높게 치솟는 건물들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쉴 새 없이 반복하는 우중충한 날씨. 홍콩 주거난의 민낯이 더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관광객들의 필수코스 중 하나인 삼수이포의 전통 재래시장을 지나, 주거지가 몰려있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다. 좁은 지면을 활용하기 위해 무조건 높게 짓는 것이 특징인 이곳, 집안 내부에 있어야 할 물건들이 창문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모습들이 보였다. 비구름 사이 미약하나마 햇빛을 쬐기 위해 널어놓은 빨래들이 3m는 족히 돼 보이는 장대 위에 켜켜이 걸려있었다. 이런 풍경은 집 외부에 빨래를 널 수밖에 없는 거주자에게도, 물방울이 떨어지는 아래를 다니는 사람에게도 일상일 뿐이다.
고령 인구가 대부분인 이곳에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다. 현지인들의 주거 상황을 보다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Ying Wa college’ 건물로 들어갔다. 그곳에선 삼수이포에서 30년 동안 살았던 거주자인 줄리아(홍콩, 46)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삼수이포 지역의 상황을 물었더니, 그녀는 “이곳의 임대료는 끔찍할 정도로 높다”고 운을 뗐다. 방 세 개짜리 집을 삼수이포에서 구하려면 월 임대료로 130만 원(홍콩달러(HKD) 기준 9,000 달러)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임대료가 그나마 적은 곳에서 살기 위해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에서 출퇴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1) 삼수이포 거리에 나붙어 있는 월·전세 전단지들 2) 한 집을 쪼개어 여러 세대가 사는 주거형태의 큐비클(Cubicle) 집. 이 원룸크기의 방에 4명의 가족이 살았다 3) 외부에서 보이는 세대 수보다 더 많은 수의 전기계량기가 아파트 입구에 달려있다 4) 홍콩의 거리에서는 빽빽하게 지어진 낡은 아파트가 흔하게 보인다

쪼개고 또 쪼개야 산다

주거촌인 이곳의 길거리에는 건널목 어귀마다 부동산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 하나인 ‘Lucky Property Agency’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중개인 메이 호(홍콩, 30) 씨를 만났다. 그가 1년이 넘도록 만난 삼수이포 사람들은 대부분 빈민층이었다. 그녀는 “홍콩의 집값이 전반적으로 비싸지만 특히 이곳 사람들이 감당하는 것은 더욱 힘들 것”이라 말했다.
홍콩의 천정부지 전세금과 그것을 견뎌내야 하는 빈민층. 이러한 상황은 하나의 집을 잘게 쪼개는 방식의 기형적 주거형태를 낳았다. 이러한 집을 두고 현지에서는 속칭 ‘큐비클(Cubicle)’이라 부른다. 기자가 큐비클에 대해 자세히 묻자, 메이 호 씨는 그가 관리하고 있는 한 집으로 안내해 줬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수치를 확인할 수도 없을 만큼 먼지 때가 쌓여 있는 전기계량기들이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현관문을 열자 그 안에는 현관 역할을 하는 방문들이 4개나 더 있었다. 메이 호 씨를 뒤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원룸 크기쯤 되는 방이었다. 가전제품을 놓으면 몸을 움직이기 힘든 크기다. 심지어 메이 호 씨는 “이곳에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지만 이전에는 4명의 가족들이 여기에 살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도착한 집은 더욱 심각했다. 한 층에 10m가 채 되지 않는 복도에 4개의 집이 있는 곳이었다. 하나의 집을 4개로 쪼개어 한 층에 16개의 가정이 모여 살고 있는 셈이었다. 메이 호 씨는 “이렇게 사람들이 한 집에 모여살고 있으니 방음이나 사생활 보호는 꿈도 꿀 수 없다”며 “제때 쓰레기 배출이 안 돼 여름철이면 악취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건물을 나와 메이 호 씨와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 허름한 삼수이포 빌딩 뒤로 고급 빌딩이 겹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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