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회칼 끝. 비늘과 살을 파고든다. 바다 짠 내에 핏 비린내가 섞여 들었다. 입 벌린 생선 대가리가 댕강하고 도마 위에서 나가 떨어졌다. 몸통만 남은 생선은 한동안 팔딱댔다. 마지막 발악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흰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인다. 이미 여러 생선의 살 속을 파고들었던 칼은 제 역할을 다하고 도마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물망에 사로잡힌 순간 이미 죽음은 예견된 사실이다. 바다를 떠나 어두운 수조에 갇혀 횟집 수조에 들어가기 까지. 또 다른 세계로의 진출을 기대했지만 만난 건 횟집 앞 수조다. 사지는 살아있지만 눈알은 이미 죽어버린 동료들. 하나 둘 씩 사라져 버리는 그들을 보내면서도, 횟집 수조에 들어가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야 한다.
생선은 말 한마디 못한 채 죽임을 당하고, 사람은 사람이라 생선을 죽인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도 모자라, 생전 경험해보지도 못한 물 밖 세상의 미세먼지 주범이 됐다. 환경부는 고등어를 구울 때의 미세먼지 농도가 미세먼지 주의보 수준의 25배라고 발표했다. 뒤이어 언론에서는 앞 다퉈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제목을 달아 기사를 내보냈다. 그렇게 사람들은 고등어가 뿌연 미세먼지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받아들였다.
‘우리도 헷갈린다’. 미세먼지의 주범이 고등어라는 환경부의 답변을 받고,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대책을 세우지 못한 죄책보다는, 억울 표시와 책임 떠밀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매년 봄철마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고, 그 때문에 국민들이 온 얼굴을 가리고 다녀왔다. 그동안 굳건하게 책임자를 맡아왔던 중국도 믿음직한 핑계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들마저도 이제는 전기차 도입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떠맡길 것이 없는 상황, 고등어 따위를 탓하면 그만인 모양이다.
아니면 아예 미세먼지가 생기는 원인을 찾지 않을 작정인지도 모른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는 경유차들. 경유차를 타는 운전자들에게는 ‘환경개선부담금’이라는 징벌적 과세를 해왔다. 과세의 목적은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경유차를 타는 차주들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개선부담금이 실제로 환경을 개선하는데 쓰인 비율은 2014년 기준 전체 징수한 금액의 단 26%였다.
이쯤 되니 자조 섞인 비아냥도 나온다. 고등어 구매자에게도 징벌적 과세를 하자는 것이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의 부재 속 처한 위치에 따라 말 한마디 못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일들은 우리 주변에도 무수히 많다. ‘니 탓이다’하면 그저 ‘내 탓이오’ 할 수밖에. 말을 못하면 오히려 더 많은 누명과 책임을 떠안는다. 세상의 고등어들이 소리쳐 봤자, 그저 어떻게 고등어를 요리할까 고민에 가득 찬 수조 밖 사람들은 들을 수도 없고 들으려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신지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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