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며 일해 왔지만 결국 우릴 기다린 건…”

 

 

  최대한 신축성이 좋은 옷을 골라야 한다. 고된 일에 금방 늘어나 버리는 옷은 안 된다. 최대한 통풍도 잘 되는 옷이어야 한다. 일과가 끝나면 금방 땀에 젖어 옷을 버리기 일쑤다. 예뻐 보이고 싶을 만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편한 옷만 고르게 되는 이선좌(사하구, 52) 씨. 그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맥도 생태공원에서 공원 관리 일을 하는 노동자다.
  이선좌 씨를 만나기 위해 맥도 생태공원을 찾은 지난 2일, 점심시간에 도착한 탓인지 동료들과 모여 공원 벤치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벤치로 다가가자 사전에 만남을 약속한 이선좌 씨는 거리낌 없이 반겨주었지만, 다른 근로자들은 다들 하나둘 씩 자리를 떴다. 기자와 가까이 하는 것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원래 근무지는 이곳이 아니었다. 3개월 전 아침, 출근하고 있는 이선좌 씨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공원 관리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낙동강관리본부 직원이었다. 출근 시간 18분을 앞둔 그에게 직원이 한 말은 “이선좌 씨, 오늘부터는 삼락 생태공원이 아니라 맥도에서 근무하세요”였다. 삼락에서 맥도까지는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 때부터 이선좌 씨는 집에서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근무지로 출근하고 있다. 이곳의 정해진 출근 시간은 오전 9시다. 그런데 이선좌 씨가 8시 30분 전에 도착해도 동료 근로자들은 이미 업무를 하고 있다. 서로 ‘누가 더 빨리 오나’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이 살벌한 눈치게임을 관리사무원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궂은 날씨에 버스가 막혀 겨우겨우 제 시간에 도착한 날이 있었다. 부랴부랴 공원에 도착한 이선좌 씨에게 돌아온 말은 “오늘은 비가 오니 일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 가세요”였다.
  점심시간이 끝난 1시 경. 모두 정해진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내리쬐는 햇볕에 피부가 발갛게 달아올라도 멈출 수 없다. 그러나 온종일 뙤약볕에서 일한 대가는 보장되지 않았다. 이선좌 씨가 보여준 월급 명세서에는 원래 계약된 월급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액수가 적혀 있었다. 낙동강관리본부에서는 그에게 비오는 날을 빼고 월급을 계산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선좌 씨는 “이는 취업규칙 위반이지만 이곳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이러한 일들이 일어 난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이선좌 씨와 그의 동료들에게, 이마저의 상황도 보장되지 않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3일 부산광역시는 이곳의 관리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할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무기계약 대상자가 아닌 이곳의 근로자들은 8월 1일 이전 모두 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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