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누나 속 친밀감, 부담으로 작용해

  처음 선배들을 만난 자리, 새내기였던 박정민(기계공 3) 씨는 남자 선배들에게 선배라고 해야할지 오빠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오빠라는 말은 왠지 어색했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렇게 부르는 여자 친구들도 없어 정민 씨도 선배라고 불렀다.
 

  많은 학생들이 오빠, 누나보다는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오빠, 누나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친근함이 학교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어색하다는 것. 김태은(특수교육 3) 씨는 “학교는 선·후배가 공존하는 공간이라 기강이 필요하다”며 “학교에서 오빠라는 말을 쓰는 것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창환(산업공 4) 씨는 “선배라는 말에는 계급적 이미지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학생들은 여자 선배들을 의식해 오빠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ㄱ(경영 2) 씨는 동문 모임 중에 여자 선배들이 “얘들아, 언니는 되지만 오빠는 안 돼”라고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농담 같은 말이었지만 남자 선배는 이성으로 보지 말라는 속뜻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순영(사회) 교수는 “일반적인 연애관계에서 아직까지 연상 남자와 연하 여자의 경우가 많다”며 “이에 학생들이 오빠라는 명칭에서 이성 관계를 떠올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여학생들에 비해 여자 선배에게 누나라는 말을 쉽게 사용한다. 정규서(분자생물 2) 씨는 “선배라는 말은 딱딱하다”며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누나가 친해지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황인지(교육대학원 석사 3) 씨는 “남자 후배들이 누나라고 하면 동생 같아 더 편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여성문화인권센터 구숙경 소장은 이런 현상을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누나는 남동생에게 헌신하는 ‘몽실언니’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며 “이 때문에 누나라는 말에서 편안한 포용력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편안함’이 부담스러워 누나나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어렵다고 속내를 털어 놓는다. 장유진(정보컴퓨터공 1) 씨는 “오빠는 선배에 비해 친근한 느낌이 강하다”며 “정말 친하게 지내야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지성(물리 1) 씨는 “선배들을 만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누나라 부르기에는 좀 부끄럽다”고 말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선배에 대한 호칭도 달랐다. 7·80년대 캠퍼스에서 여학생들은 오빠나 선배 대신 형으로 남자 선배를 불렀다. 정혜욱(영어영문) 강사는 “‘성에 구분을 두지 말자’는 인식이 있었다”며 당시 캠퍼스 분위기를 떠올렸다. 90년대 들어 ‘여성이 여성만의 고유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높게 평가되면서 이런 현상이 차츰 사라져 현재 많은 ‘형’들이 선배로 불리고 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