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교내에 ‘음식과 문화 축제(Food & Culture Festival)’가 열렸다. 각 국가에서 온 유학생 혹은 어학연수생까지 포함하여 외국인유학생과 한국학생이 같이 하는 문화한마당 행사 같은 것이다. 약 30여개국으로부터 온 외국인 학생들이 저마다의 테이블을 설치하고 그 나라 음식과 전통 의상 등을 선보이면서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 원주민 할 것 없이 함께 어울려 이국적인 향취를 만끽했다.
부산대학교 전체 학생이 대학원생까지 포함하면 3만 명이 좀 넘는다. 그 중에 외국인 유학생이 2천 명쯤 된다 하니 부산대학교 전체 학생 대비 약 7%정도가 유학생이다.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어 전체 인구대비 약 4% 가까운 외국인이 함께 있는 것과 빗대어 보면 대한민국 전체 외국인보다 캠퍼스 외국인 밀도가 훨씬 높다.
한국에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미국통계청에서 올 3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50년이 되면 일본에 이어 한국이 고령사회 세계 랭킹 2위를 차지하게 되고 저출산까지 가세하여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동시에 겪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국가로 한국을 꼬집어 언급하고 있다. 한편 2000년도에 UN 인구국에서 전세계 국가들이 향후 5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인구고령화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지를 발표했는데 인구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순이입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간단히 말해 이 두 보고서를 합하면 대한민국은 외국인 유입규모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어떤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어떤 국가건 외국인유입에 있어서는 일정 부분은 선별적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정부는 잠재적 외국인 전문 인력으로서 외국인유학생에 주목하고, 일과 학습을 연계하는 유학 비자를 신설하는 등 매우 개방적이고 공격적인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앞선 통계만 보더라도 환영할만하고 고무적인 정책적 개선이다.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들어온 유학생이 한국에 있는 동안 제대로 살아가냐는 것이다. 그들은 잠재적 전문 인력으로서의 외국인 유학생일 뿐만 아니라 주말이면 여행도 가고, 월세가 오르면 복덕방에도 가봐야 하고, 영화제가 열리면 시네마 데크에도 가보고 싶은 보통 사람이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로를 느끼거나 좌절감을 경험하게 된다면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아직 정부차원에서는 ‘비자’정책 외에는 그렇다할만한 ‘함께 살아가기’ 시책은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입학 후에는 각 개별 대학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러나 대학은 대학대로 유학생지원이라기 보다는 유학생관리에 급급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문화축제는 관리를 떠나 한국인, 외국인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학차원의 작은 노력으로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축제는 화려하나 짧다. 축제가 끝난 후 또 한 번의 짧은 축제를 기약하며 돌아설 것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긴 여정의 동반자라는 생각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때이다.

정명주(공공정책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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