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교육과 말하기 환경조성 부족 탓

조별과제 발표가 있는 중요한 날. 밤까지 새며 열심히 준비한 노발표 씨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선 순간 온몸이 얼어 버리고 만다. 준비했던 발표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파워포인트를 읽고 있을 뿐이다. 오후수업. 열심히 필기를 하며 수업을 듣고 있는 노 씨에게 교수님께서 질문을 던진다. 알고 있는 질문임에도 창피를 당할 걱정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노 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곽무열(영어교육 3) 씨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할 때면 걱정부터 앞서요”라고 털어놨다. “학창시절부터 책상에 앉아 글로 하는 공부에 익숙해서 말하기를 하려면 겁부터 나요”라며 “공부 외에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었다면 말하기 실력이 늘었겠죠”라고 아쉬워 하는 박범근(경영 2) 씨는 우리나라의 ‘주입식교육제도’를 꼬집었다. 창조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적힌 지식들을 단순히 암기하는 수업을 받아온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말하기는 너무나도 높은 산이다.

 

또한 최근 말하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그에 따른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수도권 대학생들과 달리 지방이라는 한계점을 가진 대학생들은 말하기와 점점 멀어지고 만다. 열린생각과 말하기 수업을 하고 있는 박은태(기초교육원 교양교육센터) 강사는 “수도권에서는 좋은 강연들이 자주 열려 학생들도 자주 참여하고 또 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과 토론을 하는데 지방에서는 그런 것들이 부족해요”라며 좋은 강연과 말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학교에서 현재 말하기 환경이 조성된 과목은 몇 개가 있을까? 실제로 학생들의 발표가 주가 되는 수업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부족하다. 교양교육원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말하기를 해야 하는 수업은 열린생각과 말하기, 프리젠테이션과 토론 2개가 전부다”며 “교수님의 재량에 따라 수업에서 토론을 할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의 발표로 수업이 진행되는 과목들도 있으나 소수 과목에 불과하다. ㅂ(법학) 강사는 “수업에서 학생들과 토론을 하고 싶어도 학생 수가 너무 많아 힘들어요”라며 “수강하는 학생 수를 적절히 조절해 준다면 토론수업도 가능하지만 현재 시스템으로는 불가능 한 것이 현실이에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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