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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학의 두 거장, 시대의 정신을 담다
  • 박정우 기자
  • 승인 2016.05.30 04:53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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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 근대 소설의 개척자


세르반테스의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의 조국 스페인은 황혼기에 있었다. 대서양을 통한 교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왔던 스페인은 영국과 네덜란드가 새롭게 부상하자 ‘바다의 왕자’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 당시는 중세부터 계속되던 종교 갈등이 극에 이르던 시기기도 했다. 신교와 구교 간의 대립이 이어졌고, 종교재판이나 마녀사냥도 있었다. 당시의 문학·예술계의 경우 르네상스와 바로크라는 문예 사조의 황금기 속에 ‘신’이 아닌 ‘인간’이 문예의 주인공으로 부상했고, 균형과 불균형이 교차하는 여러 실험적인 표현 형식이 나타났다. 세르반테스는 이런 조류 속에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해 나갔다.
<갈라테아>는 세르반테스의 처녀작이다. 이 작품에서는 한가로운 시골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엘리시오와 에라스트로 그리고 갈라테아의 치정이 드러난다. 이들은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연애와 복수극 등 여러 이야기를 접한다. <갈라테아>에는 12세기경 유럽에서 유행했던 통속 소설 장르인 로망스의 흔적이 짙게 배어있다. 중세 문학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로망스는 근대 사실주의 소설과 구별되는데, 인물의 심리나 갈등 상황이 비교적 단순하다. △감정소설 △기사소설 △목가소설 △모험소설 등 여러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세르반테스의 첫 작품은 이런 중세의 흔적이 잔존하고 있어 근대 소설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나송주(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 교수는 논문 <세르반테스와 로망스>에서 ‘<갈라테아>와 같은 작품에는 한 텍스트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반복되며, 이야기 방식이나 줄거리의 모티브가 동일한 구조를 가졌다’며 ‘세르반테스의 작품에는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로망스라는 전통적인 장르가 혼재돼 있다’고 밝혔다.
이후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라는 작품을 통해 ‘근대성’에 다가서게 된다. 중세 기사소설에 대한 패러디로 기획된 <돈키호테>는 편력기사 돈키호테가 시종 산초 판사를 거느리고 떠난 여행에서 겪는 좌충우돌의 일상을 담고 있다. 작품에는 돈키호테를 비롯해 659명에 이르는 등장 인물들의 내면이 심도 있게 묘사되고 있다. 또한, 쇠락해가는 스페인 사회를 투영하듯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간격으로 발생하는 극적 긴장감과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이 이야기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김춘진(서울대 서어서문학) 교수는 “영미가 아닌 대륙문학의 시각에서 <돈키호테>는 근대적 소설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며 “근대 소설의 특질이라 할 수 있는 개인이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갈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자가 타협해가는 과정이 아이러니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영국 르네상스의 정신


세르반테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셰익스피어의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절대군주체제를 확립하고, 스페인으로부터 대서양 무역의 패권을 가져옴으로써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독교 내 종파 갈등과 귀족들의 권력 다툼으로 정국은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회 기저에서는 상공업의 발달과 더불어 시민 세력이 성장하면서 대중성이 강한 극이나 소설 등의 문학적 성과가 나타났고, 영국식 르네상스가 뿌리박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그가 살았던 시대를 극과 시라는 장르를 통해 세밀하게 묘사했다.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글쓰기를 했던 셰익스피어는 희곡 분야에서 여러 불세출의 작품을 남겼다. 총 37편에 이르는 그의 극작품은 △사극 △희극 △비극으로 나뉠 수 있다. 주로 영국 중세의 왕들과 궁정에서의 사건을 중심 소재로 가져온 사극에는 <리처드 3세>, <헨리 4세> 등이 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사극에서 당대에 대한 역사적 설명 보다는 주인공들의 내면에 대한 관찰과 서술에 주력했다. <베니스의 상인>이나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희극에서는 해학과 재치로 인간 사회의 모순을 경쾌하게 드러내고 있다. 유한자로서의 인간 존재의 좌절과 도전을 다루는 비극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맥베스> 등의 작품이 있다. 김종환(계명대 영어영문학)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극에는 다양한 인간 유형이 대단히 실감 나게 표현되고 있다”며 “인간 이해에 대한 깊이와 인간의 경험을 표현해내는 아름다운 언어 구사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희곡에 비해 다소 조명을 덜 받고 있지만, 셰익스피어는 2편의 장시와 154편의 소네트를 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2편의 장시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비너스 여신과 인간 청년 아도니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비너스와 아도니스>, 로마 왕가에서의 애욕으로 인한 비극을 다룬 <루크리스의 능욕>이 있다. 소네트의 경우 ‘셰익스피어 소네트’ 또는 ‘영국 소네트’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그만의 독특한 형식과 소재로 시를 창작했다. 발상지인 이탈리아에서는 14행에 엄격한 운율을 갖춘 소네트가 유행하였으나, 셰익스피어는 시의 마지막 2행에 결론이 되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풍의 소네트 양식을 만들어냈다. 이뿐만 아니라 소재에서도 셰익스피어는 기존의 관습을 깨고 동성애나 양성애적인 내용을 채택하고 있고, 상투적인 묘사는 지양했다. 김강(호남대 영어영문학) 교수는 “당시 흑사병 때문에 극장이 폐쇄되면서 극을 주로 쓰던 셰익스피어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 처했다”며 “그는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르네상스의 바람을 타고 영국으로 건너온 소네트를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창작했다”고 전했다.

박정우 기자  wjddn13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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