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 100년, 중력파를 관측하다

 

  “우리가 마침내 해냈습니다”. 2016년 2월 11일 미국, 수많은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데이비드 라이츠 교수가 “우리가 중력파를 검출했습니다”라고 덧붙이자, 장내는 환호로 가득찼다. 모두가 하나같이 “새로운 것을 해냈다”,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외쳤다. 대체 중력파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축하했을까?

아인슈타인,
시공간의 왜곡으로 중력을 말하다

중력파를 이해하려면 단어 속에 있는 ‘중력’에 대해 알아야한다. 1687년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했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에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존재하고, 이 힘이 바로 ‘중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유인력의 법칙은 질량이 매우 커서 중력이 아주 큰 곳에선 성립하지 않았다. 이는 수성 타원 궤도의 예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르면 물체를 둘러싼 시공간은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수성은 태양 주위를 일정한 타원 모양의 궤도로 돌아야 한다. 그러나 수성의 근일점은 100년에 약 43초씩 움직여 뉴턴이 말한 중력과는 맞아 떨어지지 않았고, 이는 한동안 천문학의 미스테리로 남았다.
이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이 수수께끼가 풀렸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가속하는 좌표계의 물리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시공간과 중력의 실체 등을 기술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뉴턴과 달리 중력을 ‘질량을 가진 물체 때문에 시공간이 휘어진 것’으로 보았다. 무거운 쇠공(질량을 가진 물체)을 그물(시공간)에 놓으면, 쇠공이 놓인 자리가 휘어진다. 즉, 아인슈타인의 중력은‘힘’때문이 아닌 ‘질량’이 만든‘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움직일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중력은 물체에 의한 시공간의 곡률이므로, 물체가 이동하면 시공간의 곡률도 변한다. 이 때 시공간의 요동이 파동의 형태로 퍼져나가는데 이것이 바로 중력파다. 즉, 중력에 의한 시공간의 미세한 왜곡이 파동처럼 전파되는 것이다.

중력파를 검출한 라이고(LIGO)의 개념도

100년만에 발견된 미세한 파동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중력파의 존재가 확인됐으나, 지난 100년 동안 직접적으로 관측되지 못했다. 이는 중력파가 관측하기에 지나치게 미세했기 때문이다. 중력은 전자기력에 비해 무려 약 10-40배나 약하다. 그래서 중력파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등의 엄청난 밀도와 중력을 지닌 물체가 빠른 가속운동을 해야만 지구에서 검출 가능할 정도의 세기가 나온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손재주 박사는 “중력파가 지나갈 때 물체의 길이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는데, 이 변화가 물체의 길이 대비 약 10-21정도로 작아서 검출이 힘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의 반지름을 편의상 1만km로 두면, 10-14m 정도의 변화를 측정해야하는 셈이다.
이처럼 중력파의 관측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여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에 조셉 웨버라는 물리학자가 중력파를 검출하려다 실패했다. 이 후 테일러와 힐스가 중성자 별 2개가 서로 마주보며 공전할 때, 공전궤도가 점점 줄어들며 주기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중력파 발산에 의해 에너지가 빠져나가면서 공전 주기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가설을 세웠고, 관측 결과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과 맞아 떨어졌다. 즉,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한 셈인데, 이 공로로 두 과학자는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라이고, 중력파를 검출하다

2016년 2월 11일, ‘라이고 과학 협력단’(LIGO Scientific Collaboration)은 먼 우주에서 발생한 천체 현상으로 방출된 중력파를 지구에서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관측은 2015년 9월 14일에 이뤄졌지만, 약 반 년이 지나서야 발표됐다. 이창환(물리학) 교수는 “검출된 신호가 정말 블랙홀 쌍성계에서 온 중력파인지 검증을 수행했다”며 “같은 시간 지구 전체에 어떤 현상이 있었는지 확인해, 가짜 신호가 잡힐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분석하는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견된 중력파는 각각 태양 질량보다 29배와 36배의 질량을 갖는 블랙홀의 충돌 과정에서 방출됐다. 충돌 과정 중에서도 두 블랙홀이 합쳐지기 직전, 즉 새로운 블랙홀이 되기 직전의 순간에 나온 중력파 신호로 태양 질량의 약 3배에 해당하는 질량이 중력파 에너지로 전환된 것이었다.
중력파 검출을 해낸 ‘라이고’(LIGO, 레이저 간섭 중력파 관측소)는 길이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라이고는 중력파 검출을 위해 레이저 간섭계를 사용하는데, 이는 한쪽 팔의 길이가 4km에 달하는 L자 모양의 간섭계이다. 레이저 발생 장치에서 나온 레이저는 두 팔을 따라 왕복하는데, 서로 상쇄간섭이 일어나도록 설정돼 검출기에서는 빛이 보이지 않는다. 손재주 박사는 “중력파로 인해 팔의 길이가 변하면 상쇄간섭이 이뤄지지 않아 검출기에서 빛이 검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빛이 검출되는 것을 이용하면, 간섭현상의 변화를 측정해 빛이 날아간 거리나 속도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라이고는 중력파를 측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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