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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20대, 응원합니다
  • 이화영 과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5.30 02:57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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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표를 품고 다니는 30대, 그들을 부러워하는 20대’.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 이 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표현한 신문 광고의 문구다. 지난달 통계청에서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10.9%로 역대 최저다. 지난 2014년 처음으로 10%대에 진입하면서 매년 치솟고 있다. 가계부채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200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또 경신했다. 20대 청년도, 어른도 살기가 팍팍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광고 문구의 현실을 알아도 20대는 오늘도 수십 개의 원서를 쓸 수밖에 없다.
답답한 현실에 마음의 병을 얻은 20대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화병(火病) 환자는 2013년 1만3,850명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1만5,425명을 기록했다. 증가율 11.3%로 같은 기간 전 연령대의 화병 평균 증가율(3.8%)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높다. 연령별 점유율도 12.7%에서 13.6%로 높아졌다.
화병의 의학적 이름은 ‘스트레스성 심근증(stress cardiomyopathy)’이다. 급격한 스트레스로 심장 좌심실의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면서 심장과 폐에 혈액 공급이 멈추면서 나타난다. 증상과 검사 소견만 보면 급성심근경색과 비슷하지만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기능이 멈추는 급성심근경색증 달리 혈관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차이점이다. 스트레스만으로 혈관이 막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증상으로는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과 어지럼증, 구토, 호흡 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 기작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스트레스가 교감신경호르몬(카테콜아민)의 분비를 촉진해 심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압 상승을 일으켜 심장에 부담을 주고 이는 결국 심장 근육의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병은 지난 1996년 미국정신과학회에서 우리나라만의 문화증후군으로 분류하고 한글 발음 그대로 ‘Hwa-Byung’이라 명명하면서 이슈가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트레스나 분노를 발산하기보다 마음에 담아두고 억누르는 경향이 있고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화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 병을 ‘상심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이라고도 부른다. 병의 원인이 다른 스트레스보다 속상함과 답답함, 우울함 등의 극심한 감정적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스펙 경쟁, 취업 경쟁 등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20대의 불안과 초조 등 심리적 압박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 불안 장애로 병원을 찾은 20대도 2013년 3만 4,420명에서 지난해 3만 9,034명으로 증가했다. 3년 사이 13% 이상 늘어난 것. 20대 우울증 환자도 지난해 5만 명을 넘어섰다.
화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것이다.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높은 취업률과 취업이 되도 ‘사표를 품고 다니는’ 30대처럼 청년들에게 퍽퍽하기만 하다. 따라서 위안이 된다면 ‘탓’도 괜찮지만 근본적으로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낫고 그 이전에 스트레스로 쌓인 감정을 풀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등의 취미 생활도 좋고 대화도 괜찮다.
또 불안하고 초초한 마음이 올라오면 그 마음을 증폭시켜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그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에 에너지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안타까운 예지만 면접에 떨어질까 두렵다면 두려움에 갇히지 말고 오히려 그 두려움이 줄어들 수 있도록 면접 준비를 더 하는 것이다. 청년 사업을 앞두고 실패할까 걱정된다면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더 찾고 고민하며 사업 아이템에 더 애정을 쏟는 것이 불안감을 줄여 스트레스를 덜 받는 긍정적인 방법일 수 있다.
취업도, 사업도, 예술도 청년들이 살기에 더없이 힘든 세상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의 병을 경계하는 것과 동시에 세대와 지역을 넘어 서로를 격려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화영 과학 칼럼니스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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