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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지하철도 속, 막막하기만 한 기관사들
  • 손지영 기자
  • 승인 2016.05.29 01:16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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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도시철도 기관사들은 매일 컴컴한 지하구간 안에서 홀로 열차를 운전한다. 하루 일과시간이 10~12시간인 기관들은 스트레스에 잠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자칫 열차에 고장이 나거나 작은 사고라도 발생하면, 밀려오는 민원과 사측의 압박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이를 견디지 못해 정신질환이라도 생기면 당장 운전대에서 손을 떼야 한다. 한 기관사의 죽음, 그것은 과연 개인의 문제였을까?

  부산 도시철도 기관사들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으며, 그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 △1인 승무제 △노후 차량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 13일, 자택에서 자살기도를 했던 부산 지하철 기관사 A씨가 병원에서 별세했다. 그 후 그의 동료들은 부산교통공사가 위치한 1호선 범내골역에 분향소를 설치했지만, 두 차례 철거당하고 만다. 현재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하 부산지하철노조)은 부산 도시철도 시청역 지하도에 분향소를 설치해 철야 농성을 진행 중이다. 부산지하철노조 B 기술지부원은 “서울 지하철은 현재 10명의 승무원이 자살했지만 부산은 처음 벌어진 일인 만큼 충격이 크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측에서는 제대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부산교통공사 측에 △유가족에게 위로금 지급 △우울증 및 공황장애 치료와 복귀 프로그램 마련 △2인 승무제 재도입 △차량기지 기관사 용역의 재직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인은 우울증을 앓았음에도 산재 처리를 받지 못했고, 사측의 위로금 지급도 없었다. 지난 3월 초, ‘불면증’을 이유로 병가 휴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지하철노조 박양수 비정규직사업부장은 “우울증 진단을 받았음을 알릴 경우, ‘중증관리대상자’로 처리돼 열차 운행에서 배제된다”며 “업무로 인해 생긴 정신질환을 숨길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산교통공사 고객홍보실 박광호 주임은 “고인이 불면증 진단만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인의 죽음이 개인적 문제인지 업무 때문이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면장애부터 폭압적 업무까지
스트레스 가중
 
  기관사들은 업무 중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자살한 기관사 A씨 또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고,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 동료 기관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올해 초 열차 운행 중 실수를 겪은 후 그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 및 정신질환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는 비단 A씨만 문제가 아니었다. <지하철 근로자들의 수면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부산 지하철 기관사 312명 가운데 155명(49.7%)이 불면증 등 수면장애에 시달리며, 그 중 81명(55.5%)이 인명사고 경험 기관사라는 결과가 있다.
  사측의 폭력적인 업무관리도 스트레스의 원인 중 하나다. 부산 지하철 기관사는 차량에 고장 또는 사고가 발생했을 시 ‘2분 내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침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기관사들은 문제 발생 이후, 고장 안내 방송과 관제실 보고를 하는 데만 1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지침이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한 빠른 판단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판단 실수에 대한 압박도 크다. 시간을 오래 지체할 경우, 기관사는 경위서를 제출하거나 징계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양수 비정규직사업부장은 “사측에서 매달 안전교육을 하는데 이 때 지난달에 잘못했던 기관사를 예로 들며 교육이 진행된다”며 “잘못을 저지른 기관사는 큰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담 덜어주는 2인 승무제
부산시는 ‘글쎄’
 
  기관사들은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해 ‘2인 승무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하철 기관사는 차량 운전 이외에도 △출입문 개폐 △열차 고장 안내 및 수리 △민원 대응과 사고 대비 등 여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개인에게 주어진 임무가 과다하고, 고장 및 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은 기관사 한 명이 떠안기 때문에 기관사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부산지하철노조 김준우 승무지부장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도 두 명의 기관사가 있었다면 사정이 달랐을 수도 있다”며 “서울에서도 5678서울도시철도 노동조합이 2인 승무제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철야 농성을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한 명의 기관사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부산 지하철의 경우 운행이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기관사의 역할이 크지 않다”며 “또한 2인 승무제는 그만큼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규제 없앤 사람 따로
책임지는 사람 따로?
 
  부산 지하철 차량 중 출고된 지 20년 이상 된 것은 300량(34.2%)이다. 심지어 지하철 중에 30년 이상 된 차량이 운행되는 곳은 부산 지하철이 유일하며, 그 개수도 84량이나 된다. 이는 <도시철도법>상의 문제인데, 개정 전에는 ‘25년이 지난 전동차는 폐기하거나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최장 5년을 연장해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몇 차례의 개정을 거치다 결국 2014년 이 규정이 폐지돼, 내구연한이 없어졌기 때문에 노후 차량들이 여전히 철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부산 지하철 1호선에는 1985년도에 개통된 차량들이 운행 중이다. 김준우 승무지부장은 “기계장치나 전자·전기장치는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고, 이는 고쳐 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규제를 없앤 건 정부인데, 노후차량으로 인한 사고 책임은 기관사가 져야한다”라고 지적했다. 박양수 비정규직사업부장은 “노후차량의 문제는 매뉴얼에 없는 고장 및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며 “때문에 기관사들은 언제 어떤 식으로 고장이 날지 몰라 긴장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작년에 부산지하철노조는 신형 전동차 교체를 위한 10만 시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순차적으로 노후 전동차를 교체하겠다’는 부산광역시청의 약속을 받아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부산도시철도종합안전대책을 세워 노후 차량 교체 및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라며 “최근 1호선의 노후차량 40량 교체를 위해 계약을 체결하는 등 노후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부산도시철도 시청역 지하도에서 부산지하철노조 노조원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손지영 기자  sonmom@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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