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여 년간 불법으로 치부됐던 푸드트럭.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사례 1호로 지정되면서 양지로 나왔지만, 실제로 푸드트럭 사업주들의 속사정은 달랐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 개정으로 애꿎은 사업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2014년 규제 개혁 이후 지금까지 부산광역시 내 새로 생긴 합법 푸드트럭은 단 3곳. 이 3곳의 사례를 통해 어떤 점이 문제인지 짚어봤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 개혁을 단행한 항목 중 하나인 푸드트럭. 하지만 입지 선정 문제로 부산광역시 내 합법 푸드트럭은 모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규제개혁의 아이콘, 푸드트럭
 
  푸드트럭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개혁 사례로 손꼽힌다. 모두 불법으로 분류됐던 푸드트럭을 정부 주도 아래 규제를 완화해 합법화한 것이다. 규제 완화는 지난 2014년 3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자동차 관리법 △식품위생법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음식 조리를 위한 가스 기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을 개정해 시설 기준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후 2014년 9월 합법화된 푸드트럭은 유원시설뿐 아니라 △도시공원 △체육시설 △관광단지 △하천부지 등에서 허용됐다. 박근혜 정부는 푸드트럭 합법화로 ‘6,000명의 일자리와 400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영업신고를 하고 영업 중인 푸드트럭은 지난 2월 기준 총 93대뿐이다.
 
조례안 재정됐지만…
부산시 내 단 3곳?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에서는 푸드트럭이 생기거나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구를 중심으로 푸드트럭 관련 조례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푸드트럭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영도구청은 이미 푸드트럭 관련 입법예고를 한 상태이며, 오는 6월 제정될 예정이다. 부산시청 규제개혁추진단 김종태 주무관은 “푸드트럭과 관련한 조례 제정은 시보다 구차원에서 활발히 하고 있다”며 “영도구뿐 아니라 다른 구에서도 조례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부산시 내 등록된 푸드트럭이 단 3곳에 불과하다. 부산시 내 첫 푸드트럭은 시민공원 주변에서 위치해 있다. 부산 시민공원 관리사업소는 작년 9월 청년 및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부산 시민공원 주변 푸드트럭 영업자를 모집하고, 선발된 영업자가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해운대구청사 앞과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 각각 한 군데 씩 생기면서 현재 총 3곳이 운영 중이다. 
 
 
 
입지 선정 문제, 딜레마에 봉착
 
  장소 선정 문제로 푸드트럭 규제의 빗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부산 시민공원 인근에 위치한 부산시 1호 푸드트럭 ‘Gyros’는 장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푸드트럭은 현재 시민공원 밖 야외주차장에 입지하고 있다. 당초 시민공원 시설공단은 푸드트럭을 공원 내 입지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공원 내 기존 상권들의 반대로 외부에 입지를 선정했다. 주말이 되면 불법 푸드트럭이 시민공원 인근 곳곳에서 영업을 하지만, ‘Gyros’ 푸드트럭은 정해진 주차선 밖으로 나올 수 없어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사업자등록을 받아 일정한 구역에서만 장사를 할 수 있게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로 Gyros 사업주는 부산시와 부산진구청에 장소변경을 요구했지만 부산시는 사실상 거절의 의미를 내비쳤다. 원래 사업을 한 장소에서 바뀐 장소까지의 거리가 5m도 채 안됐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인근에 주차장 밖에 없으니 손님도 없고 장사에 어려움이 많다”며 “주차선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장은영(대구시, 28) 씨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영업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머지 합법 푸드트럭 2곳이 있는 해운대구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입지문제로 수익이 나지 않아 이번달 초 해운대구청을 상대로 푸드트럭 영업자가 폐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해운대구청 식품위생과 권진호 직원은 “푸드트럭 규제를 완화한 뒤로 영업자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익률이 저조해 입법 취지에 완벽히 부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영구의 경우 올해 2월부터 푸드트럭을 운영할 장소를 찾고 있지만 지금까지 찾지 못한 상태다. 현재 수영구 내 도시공원, 체육공원 등은 면적이 좁을 뿐더러 인근 상권의 반대로 푸드트럭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영구청 식품위생과 오해리 직원은 “사업자가 영업 부지를 선정해,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입지 선정이 쉽지 않다”며 “현재 수영구에는 허가가 날만한 위치가 없다”고 말했다. 
 
주변 상권 “형평성 안 맞다”
 
  푸드트럭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주변상인들의 경우, 푸드트럭을 밀어내는 이유로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영업 허가를 받은 상점들은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지만, 푸드트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산 시민공원 관리인 최희상(수영구, 50) 씨는 “공원 안의 상권도 지켜야 하므로, 임대료를 내지 않는 푸드트럭을 공원 안에 들이기는 힘들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문제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상의 모순 때문에 빚어졌다. 시행규칙 유의사항에는 ‘안정적 수익창출이 가능하면서도 기존 상권과의 충돌이나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곳’을 푸드트럭의 입지 장소로 명시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기존 상인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곳은 사업성이 떨어진다. 김종태 주무관은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은 부산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라며 <식품위생법>의 해당 조항을 두고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법 조항”이라 꼬집었다.
 
많은 규제 속 음성화된 
푸드트럭 활개
 
  합법화 이후에도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허가를 받지 않은 푸드트럭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학교 앞에도 불법 푸드트럭이 다수 영업 중이었다. 늦은 저녁 시간대 인파가 모이면 하나 둘씩 영업을 시작한다. 금정구청 환경위생과 엄혜진 보건서기는 “현재 장전동에서 영업하고 있는 푸드트럭은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민원이 들어오면 단속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푸드트럭 영업자들은 규제 완화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졌다. 우리 학교 앞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푸드트럭을 운영 중인 A 씨는 “5년 넘게 장사를 해오면서 정식 신고 후 합법 운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제 발로 규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가를 받은 ‘Gyros’ 사업주도 “불법으로 하는 푸드트럭의 상황이 더 나은 것 같다”며 “부산시의 허가를 받은 것이 후회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부산시는 각 구별로 조례안을 만들고 시행 중이므로, 이후에도 문제가 생기면 시에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종태 주무관은 “아직까지 시차원에서 나서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좀 더 구차원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검토한 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라 전했다. 
 
 
부산 시민공원 야외주차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부산광역시 내 제1호 푸드트럭.
입지 선정 문제로 부산광역시청과 갈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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