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신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해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가진 20대와 30대가 강박장애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어렵지 않게 들려온다. 청춘은 사회에 쫓기면서 압박을 느끼고,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버리는 강박을 가진다. 영화 <들개>에서도 이런 사회 강박에 시달리는 청년, 정구(변요한 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검은 화면 속 누군가 구타당하는 소리가 관객의 귀를 자극한다. 곧바로 고등학교의 과학실에서 정구가 교사에게 체벌 받는 장면이 페이드인 된다. 정구는 벌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그래도 제 말이 맞는 거죠?”라고 묻는다. 이어 창문으로 교사의 퇴근을 바라보는 정구의 모습이 비춰진다. 퇴근을 하기 위해 차에 오른 교사는 ‘째깍 째깍’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몇 초 후 정구가 설치한 폭탄이 터진다.
11년의 세월이 흐른다. 정구는 이제 경영대학원 연구실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다. 고등학생의 폭탄 사건으로 소년원까지 갔다 왔지만, 그의 취미는 여전히 남몰래 ‘사제 폭탄’ 만들기다. 하지만 자신이 터뜨리지는 않는다. 누군가 터뜨려주기를 바라면서 ‘생산자’라는 이름으로 폭탄을 배달한다.
폭탄을 터뜨려줄 ‘집행자’는 예고 없이 정구에게 다가왔다. ‘기업 입맛에 연구 결과를 바꿔라’거나 ‘양말주’를 건네는 교수의 요구를 순순히 들을 수밖에 없는 정구에게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분출해줄 효민(박정민 분)이 나타난 것이다. 정구는 그가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함께 호흡을 맞추지만, 효민이 폭탄을 터뜨리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정구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제대로 표현해보자는 효민의 뜻에 동참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이 과정에서 효민은 “이게 무슨 애니멀 코스프레냐”라고 비난하지만 정구는 “모두 그렇게 살아가”라고 답한다.
20대가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것 다 할 줄 알았던 지난 10대의 꿈이 무색해진다. 오히려 사회의 입맛에 자신을 맞추기에 급급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라는 강박은 더럽고 치사해도 참아야하고, 내 뜻을 펼치기도 전에 해도 굽혀야 한다. 그렇게 자신은 꾹꾹 억눌려진다. 자격증을 어떻게든 하나 더 따고, 원하지도 않는 경력 쌓기에 아등바등 거리는 대학생의 모습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어느 것에도 ‘나’는 없고, 답답해도 표출할 수 없어 하는 정구 그리고 우리에게 효민은 “세상이 시시하지 않냐”고 말한다. 우리는 정구와 똑같이 대답할 수밖에 없다. “들개처럼 이빨을 드러내면 어울려 살아갈 수 없다”고 말이다.
취업 면접 때 발표했던 정구의 좌우명은 ‘내 마음의 주인이 되자’에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한 가지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한다’로 바뀐다. 사회생활을 얻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엿보이는 장면이다. 러닝타임 동안 일어났던 일이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정구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마지막 장면은 사회에 억눌리고 있는 청춘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오늘도 청춘들은 여러 사회의 강박에 치이면서 자신을 억누르고 있다. 그리고 제대로 자신을 표현 한번 하지 못한 채 사회에 길들여진 애완견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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