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사 재정비촉진사업이 9년째 표류 중이다. 노후·불량 주택이 밀집되고 도로 등의 기반시설이 열악해 추진됐지만,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미구성, 주민 반대 등의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주민 반대 벽 넘지 못한 사업

지난 2007년, 서·금사 재정비촉진사업 대상지로 금정구 서동, 부곡동, 금사동, 회동동 일원이 지정됐다. 사업 대상지역 150만㎡을 15개 지구로 나눠 주택재개발 사업과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해당 사업은 2009년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가 서·금사 재정비촉진계획 결정고시를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사업 목적은 해당 지역의 인구 유출을 해결하고,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산시의 부푼 기대와는 달리, 사업 추진 8년 만에 사업 대상지의 반이 날아갔다. 작년 3월 발표된 서·금사 재정비촉진사업 변경 결정 고시에 따르면, 총 15개 지구 중 7~9구역, 11~15구역이 사업 대상 지구에서 제외됐다. 당초 기대했던 유입인구도 26,910세대에서 13,859세대로 줄었다. 당초 2020년이었던 완료 목표 연도 역시 2023년으로 미뤄졌다.
촉진지구로 선정된 지구 중 절반이 해제된 배경에는 주민들의 반대도 큰 몫했다. 주민설문조사 결과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이 반대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10구역의 경우 재정비사업의 반대가 격렬한 상황이다. 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작년 7월부터 이미 구성된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조합설립추진위)를 해산시키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산을 위해 전체 주민 501명 중 164명(33%)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지 절반,
조합설립추진위 구성 못해

재정비촉진지구가 절반 이상 해제된 이유는 조합설립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합설립추진위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조에 따라 재정비 사업이 추진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구성돼야 한다. 구성된 조합설립추진위는 사업의 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고, 대략적인 사업 시행계획서를 작성한다. 조합설립추진위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시장 또는 구청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작년 3월까지 사업 대상지구 중 조합설립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곳은 8곳이었다. 8곳에 해당하는 지구는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에서 해제됐다. 조합설립추진위가 구성된 곳도 문제다. 아직 적절한 시공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6구역의 경우 2010년 조합설립추진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아직 사업 시행을 위한 시공사 선정 단계를 넘지 못한 상태다.

주변 인프라 부족
사업성에도 영향

재정비사업의 관건은 인프라 구축이다. 재정비사업 이후 시공자와 인구 유입을 위해서는 그 중에서도 도로망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서·금사 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부산시는 서·금사 재정비촉진지구의 사업성 증진을 위해 기반시설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2020년까지 부곡동 일원에 뉴타운교를 설치하고, 서동시장 인근의 서동로를 확장하려는 계획이었다. 해당 계획에 따라 지난 2012년 7월 국·시비 68억원이 투입된 뉴타운교가 완공됐다.
그러나 이후 진행되기로 했던 서동로 확장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작년부터 중앙정부에서 해당 사업을 위한 예산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서동로 확장 공사에 투입된 국비예산은 총 476억여 원으로, 부산시와 금정구가 부담하는 38억여 원에 비하면 1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에서 해당 사업 공사비를 더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예산을 중단했다.

사업의 차질, 예고된 결과?

서·금사 재정비촉진사업의 재원 마련도 안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서·금사 재정비촉진사업의 사업비는 20억 원으로 책정돼 있었으나, 부산시와 금정구 측에서는 5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재원부족으로 민간사업자의 개발에 치중하는 것이 불가피해 생기는 문제도 있다. 재개발 사업의 본래 목적은 공공이익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하지만, 민간개발업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한 결과를 낳았다. 조합설립추진위가 설립되는 과정에도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가 구성되기도 했다. 11구역에 거주하는 성민석(금정구, 51) 씨는 “애초에 주민만을 위한 재개발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며 “주민을 먼저 생각했으면 민간개발업자들이 난립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비 사업 이후 영세한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금정구의 경우 총세대의 약 76%가 세입자에 해당한다. 10구역 주민 허(금정구, 64) 씨는 “부산시에서 제시하는 보상가로는 셋방도 얻기 힘들다”며 해당 사업을 두고 “중산층만을 위한 재개발사업”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재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생기는 피해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서·금사 재정비촉진지구에서는 건물의 신축이나 증축, 수선 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한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건물에 대한 보수도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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