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대학생들에게는 고민이 있다. 병역의 의무를 위해 학교를 떠나있다 보면, 학업이 단절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기기 일쑤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군복무 중 학점이수제’다. 하지만 우리 학교 군복무 중 학점이수제도의 경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군복무 중 학점이수제의 운영상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학점이수제,
학업 단절 해소 위해 마련되다


  군복무 중 학점이수제(이하 학점이수제)의 정식 명칭은 ‘군 복무 중 원격 강좌 학점이수제’다. 이는 군 복무 중인 학생들이 일과 후 대학의 원격 강좌를 수강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학생들의 학업 단절 극복을 위해 도입됐으며, 국방부에 의해 병영문화 혁신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군인공제회 사이버교육 관계자는 “많은 학생들이 군에서 사회와 단절되고 있다”며 “군 생활이 유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학점이수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7년 6개 대학과의 연계로 시작된 학점이수제는 올해 1학기 기준 131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현역병사 △단기부사관 △전의경 △사회복무요원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학점이수제는 나라사랑포탈(http://narasarang.or.kr)을 통해 수강 신청과 강의 수강이 이뤄진다. 군 휴학 중인 학생들은 사이버지식정보방을 통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시험 등의 절차를 거쳐 학점을 취득하게 된다. 우리 학교는 이러한 학점이수제를 2015년 2학기에 도입했다. 학생들은 개설된 사이버강좌를 듣고 중간·기말 고사를 응시함으로써 성적을 부여받는다. 성적 처리는 같은 과목 분반을 수강하는 일반 재학생들과 함께 이뤄진다.


실효성 없는 운영으로 비판 받아


  하지만 우리 학교의 학점이수제는 운영상의 미비함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강의의 종류와 개수가 학내구성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우리 학교는 학점이수제를 도입한 2015년 2학기에 총 6개의 교양선택 강좌만을 개설했다. 올해 1학기에는 ‘국제사회의 이해’가 제외돼 5개의 교양선택 강좌만이 운영되고 있다. 조문경(행정학 15) 씨는 “교양과목 밖에 개설을 안 하는 것이 아쉽다”며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외국어영역이나 전공기초과목이 개설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현주 직원은 “전공과목을 사이버수업으로 운영하기에는 기반이 미비하다”며 “특정 학과의 전공만 개설했을 때는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설 강좌의 수강 가능 인원이 적은 것도 문제다. 학점이수제 수강신청 인원이 강좌별 20명에서 50명 안팎으로 제한돼있어 우리 학교 군 휴학생 4,021명 중 3.97%(160명)만이 학점이수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희(전기컴퓨터공학 08) 씨는 “군 휴학생 중 학업에 의지가 있는 학생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현재의 수강 제한 인원으로는 제도가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교양교육원 김대완 직원은 “인력이 부족해 학생들의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강의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한 인원을 설정하게됐다”고 밝혔다.
  이수학점 제한에 대한 불만도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5조는 학점이수제를 통해 학기당 6학점, 연 12학점까지 취득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학기당 3학점, 연 6학점까지만 취득이 가능하다. A(경제학 13) 씨는 “군대의 특성상 실질적으로 상병 진급 이후에나 학점이수제에 참여할 수 있다”며 “복무 기간 동안 취득 가능한 학점이 사실상 6학점에 불과해 학업 단절 극복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수강료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학점이수 시 계절학기와 동일한 수강료를 받는 것은, 군 휴학생의 경제적 여건과 기존에 제작된 사이버강의를 활용한다는 점에 비춰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B(기계공학 14) 씨는 “군인들의 급여 사정을 감안하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나 학교 측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현주 직원은 “군인공제회를 통해 수강신청을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학점이수제 성적이 계절학기 성적으로 부여되는 것을 감안해 수강료를 맞췄다”고 전했다.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은 시험 응시 문제였다. 우리 학교 학점이수제의 경우 중간·기말고사가 모두 오프라인으로 치러져 군에 복무 중인 상황에서 응시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들은 특별휴가를 받아야 시험을 치룰 수 있고 시험일 변경도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C(독어교육 14) 씨는 “휴가나 외박의 경우 제한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정해진 시험 일정을 맞출 수 없는 경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개선된 학점이수제
운영하는 대학들도 있어


  한편 강좌의 다양성과 개수의 측면에서 우리 학교보다 개선된 학점이수제를 운영하는 대학도 있었다. 강남대학교의 경우 올해 1학기 기준 45개의 학점이수제 강좌를 개설했으며, 그 중 19개는 전공선택, 26개는 교양선택 과목으로 제공하고 있다. 강남대학교 교무팀 관계자는 “복무 중에도 재학 시와 동일한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전공과목을 개설했다”다고 밝혔다. 경상대학교는 아예 자체 학점이수제 강좌를 주변 대학과 공유하고 있다. 대학 간 사이버강좌 상호 교류를 통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불만이 높았던 수강료나 시험 응시 문제를 해소한 대학도 있었다. 예컨데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학점이수제로 납부한 수강료 전액을 복학 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무처 이영숙 직원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장학 사업을 시작했다”며 “덕분에 학생들의 학점이수제 참여가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대학교의 경우 2014년부터 학점이수제 전체 과목의 시험 방식을 온라인으로 바꿨으며, 중앙대학교 외에도 열린사이버대학(OCU) 강좌를 학점이수제에 포함시키는 대학들은 대부분 온라인 시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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