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가시 돋친 말, 또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으로 큰 실망에 빠지기 쉽다. 이럴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저/2013/바다출판사)

   인생은 찰나라지만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숱한 파고를 맞닥뜨린다. 우리가 마주치는 깊은 골 중 하나는 인간관계 문제다. 철학자 사르트르의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명제처럼 어제는 친구로부터, 오늘은 애인으로부터, 내일은 부모님으로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상처를 받고 있다. 

  필자 역시 타인이라는 굴레 속에 사는 평범한 사람의 하나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내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그의 행동에 진저리를 친다. 이런 상황 속에 아무도 없는 밤이면 필자가 슬쩍 펼쳐보는 책이 마루야마 겐지의 에세이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다. 사탕발림 같은 말이나 서투른 위로에 진저리를 내는 그는 매 글의 말미에 이런 문구를 남긴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라고.
  23살에 최연소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래 은둔하며 집필에만 전념한 작가의 인생관은 확고한 신념으로 가득 차 있다. 그에게 우리가 태어난 이 세계는 지옥이다. 언제나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할 것만 같은 부모님은 사실 노후를 위해 우리를 낳았고, 가족은 일시적인 결합체이며, 연인간의 사랑은 성욕을 채우기 위한 이해타산적 게임이다. 그렇기에 작가에게 투신할 만한 의미나 목적 없는 인간관계란 무용할 뿐이다. 그래서 그는 관계의 상처 속에 허둥대는 우리에게 ‘무의미한 관계를 벗어나 네 멋대로의 인생을 살라’고 주문한다.
  불교에서는 인생을 고통의 바다로 묘사한다. 끝없는 욕망에서 생겨난 타인과의 이전투구, 이것이야말로 현실 속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에서 생겨난 상처란 어떤 의미일까? 계속되는 인정투쟁 속에서 ‘내’가 ‘너’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아닐까. 무의미하게 늘려놓은 관계 속에서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는 자기비하은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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