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가 동부산관광단지의 명칭을 ‘오시리아’로 선포했다. 동부산 게이트 사건이 터진 지 1년, CJ와의 테마파크 협약이 파기된 지 2년 만이다. 올해로 사업 추진 17년째를 맞았지만, 사업 주관사의 비리와 부산시의 규제완화가 반복되면서 동부산관광단지는 ‘기업 특혜단지’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목표 완공시기 1년을 앞두고 <부대신문>이 동부산관광단지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봤다.

현실과는 다른 장밋빛 청사진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은 기장군 기장읍 일대에 관광·휴양·쇼핑 시설을 갖춘 체류형 관광단지를 건설하는 정책이다. 지난 1999년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 해당 사업 계획이 반영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투입되는 사업비만 4~5조 원으로 추산된다. 부산시는 2017년 동부산관광단지가 개장되면 연간 1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7조 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낼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의 수요 예측은 부풀려진 것이었다. 지난 2011년 감사원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용역을 통해 산정한 결과, 관광 수요는 연간 668만 명에 그쳤다.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요 예측이 부풀려진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연간 1백만~2백만 명 정도의 과다 예측이 관광 시설의 공급 과잉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0년간 계속된 투자자 찾기
과장된 수요 예측에서 출발한 사업은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장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각 시설을 건설하고자 하는 사업자조차 찾지 못한 시설이 12개(전체 면적 대비 약 20%)나 된다.
작년 5월 부산시는 프랑스 피에르 바캉스 센터팍스사와 동부산관광단지 리조트 설립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아직도 정식 협약은 맺지 못했다. 지난 2월 센터팍스사가 부산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안에는 부지 대금 및 사업비 조달방식 등 구체적 내용이 빠졌다. 오히려 센터팍스사는 사업계획안을 확정하기도 전에 임대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부산관광단지의 핵심시설인 테마파크는 목표 완공시기가 2019년 말로 미뤄졌다. 지난 10년간 4차례나 협약 파기를 반복하며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미국 MGM사와의 협약 파기 이후, 2008년 영국 서머스톤사, 2009년 두바이 알알리그룹과도 협약이 해지됐고 2014년 6월에는 CJ그룹과의 협약마저 파기됐다. 모두 수익성을 이유로 각종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부산시와 줄다리기를 벌이다 협약을 파기한 것이다.
부산시는 2014년 11월 사업자 공모를 열어 GS·롯데컨소시엄(△GS리테일 △롯데월드 △롯데쇼핑 등 기업 합동조합)을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해당 컨소시엄 역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조건 완화를 요구하면서 협약은 또다시 1년 6개월가량 지연됐다.

수익성 위해 최소한의 생태 보전도 뒷전
표류하던 테마파크 사업은 지난 3일부터 재개됐다. 협상 시한을 다섯 차례나 연장한 끝에 GS·롯데컨소시엄과의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협약서의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인 좋은롯데만들기 운동본부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초 동부산관광단지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면서 관광단지 내에 6만 4천㎡의 녹지를 보전하기로 했다. 보전지 내에는 녹지자연 7등급 이상에 해당하는 곰솔나무 군락지가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컨소시엄은 개발을 위해 나무를 다른 곳으로 이식해달라고 요청했고, 부산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협약서에 컨소시엄이 요구했던 대로 ‘부산시가 보전지 이전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게재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보전지 이전이 결국 훼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비판 성명을 발표한 좋은롯데만들기운동본부 측은 “전체 면적 중 29%
(144,464㎡)를 보전하기로 했다가 2011년 64,000㎡로 대폭 축소하더니, 이제는 이전하겠다고 한다”며 “사업사의 수익을 위해 보전지를 훼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핵심시설 축소설… 협약 후에도 진통 예상
테마파크의 시설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GS·롯데컨소시엄은 협약 체결 전 수익성 등을 이유로 전체 콘셉트 변경을 제안했다. 테마파크 어트랙션 시설을 절반 이상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협약이 체결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컨소시엄이 사업 공모 당시 제안했던 사업계획은 협약서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상태다. 실시설계 과정에서 양측 의견이 조율되지 못할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부산도시공사 측은 아직 계획안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시설 축소설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부산도시공사 동부산기획팀 정돈균 동부산사업처장은 “사업을 공모할 때 계획안을 내기는 하지만 설계과정에서 자세하게 협의하는 것”이라며 “컨소시엄 측은 놀이시설이 테마파크의 대세가 아니니 다른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좋은롯데만들기운동본부 도한영 집행위원장은 “사업자의 수익성을 위해 테마파크의 시설 규모를 축소하거나 상업 시설로 대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독창적인 컨셉이나 아이템들을 연구·개발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전했다.

기업의 수익성을 위해 법까지 바꾼다?
투자 유치가 난항을 겪자 부산시는 기업 달래기에 들어갔다. 수익성이 부족해 투자가 어렵다는 기업을 모셔오기 위해 ‘규제 완화’에 돌입한 것이다. 지금까지 △관광단지 내 의료·교육 시설 건설 허용 △건축물 높이 제한을 10층에서 12층으로 완화 △커뮤니티 쇼핑센터 면적 상한선 완화 등이 이뤄졌다.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감시해야 할 시 당국이 기업의 입맛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기업의 수익성 증대를 위해 국회에 법 개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행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관광단지 내에 주거시설은 들어설 수 없다. 하지만 부산시는 숙박시설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주거시설 도입을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숙박시설로 계획된 동부산관광단지 내 한옥마을을 휴양형 주거단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부산 특혜법’이라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하자, 부산시는 규제 특례까지 요청했다. 지난 3월 여야가 공동으로 발의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에 ‘관광단지 주택건립안’을 제안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관광단지 18만3000㎡ 부지에 단독 또는 공동주택을 건립할 수 있게 된다.

계속된 비리, 신뢰 잃은 부산도시공사
지역 시민단체들은 동부산관광단지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한영 집행위원장은 “동부산관광단지가 세계적인 휴양관광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수익성에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며 “당초 사업 목표에 맞춰 부산시와 사업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전했다.
사업을 주관하는 부산도시공사의 비리가 연달아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작년에 벌어진 ‘동부산 게이트’ 사건이다. 관광단지 내 최대 상업시설인 롯데몰의 ‘점포 임대권’이 고위 공직자에 대한 로비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 사건으로 부산도시공사 전 사장과 부산시의원 등 4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도시공사는 비리 차단을 위해 △민원실 신설 △조직 개편 등 자구책을 내놨지만, 이는 1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지난 1일 정부 부패척결추진단이 부산도시공사의 특허공법 적용 공사장을 점검한 결과, 총 44건(760억 원대)의 특혜성 발주 공사가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뇌물을 받고 특정업체와 협약을 맺거나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비리가 적발됐다. 현재 부산도시공사 고위직 등 9명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이에 부산시민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배성훈 팀장은 “자구책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동부산 게이트 당시 부산시 차원의 조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엄중한 처벌과 함께 외부감찰을 강화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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